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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사와 IT기업 합작은 왜 파경으로 끝나나 기사를 보며 #1
    일반 정보 2024. 1. 30. 02:02

     

     

    국내 1위 금융그룹과 1위 핀테크 업체의 만남으로 주목받았지만 끝내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신한금융과 토스에 이어 삼성화재와 카카오페이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금융사와 IT 기업의 '잘못된 만남'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야! 할 정도로 만났지만,

    생각보다 어그러지는 경우가 많이 보인다.

    사실 이유는 나도 짐작이 된다.

    금융기관 내에서도 소매금융과 투자금융은 서로 문화가 상당히 차이 난다.

    소매나 기업 금융은 리스크에 대해서 아주 꼼꼼하지만,

    투자금융이나 트레이딩룸 같은 곳은 무척 공격적인다.

    같은 기관인데도 내부적으로 문화 차이가 매우 큰데,

    보통 이런 협업은,

    금융기관에서 가장 보수적인 소매금융과 금융 전장에 사활을 걸고 들어가는 리스크 테이킹 하는 테크가 만나니 얼마나 다르겠나.

    차라리 금융기관에서 투자금융과 핀테크가 만나면 서로 동질감을 느낄걸.

    하지만 그런 만남은 또 잘 없으니 문제 군.

    # 리스크에 대한 인식

     

    ◇리스크는 관리대상인가, 기회인가

    신한금융그룹과 토스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과정에서 이슈가 된 건 '리스크'에 대한 관점 차이였다. 금융사는 리스크를 철저한 관리대상으로 바라본다. 새로운 사업에 진출할 때면 늘 리스크에 대비해 헤지(손실을 막기 위한 행위) 전략을 마련하고, 리스크를 줄이는데 사업 계획을 초점을 둔다. 반면에 IT 기업이나 스타트업은 리스크를 사업을 확장하고 세를 넓힐 수 있는 기회로 보는 경향이 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말은 금융에서는 금기어지만, IT 분야나 스타트업에서는 사훈처럼 쓰이는 말이다.

    나도 굉장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경력을 처음부터 금융 쪽 특히 은행 쪽으로 시작한 사람은 리스크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다르다.

    내 커리어는 제조업에 있다가 금융업으로 들어온 케이스인데,

    처음 리스크에 대한 인식이 많이 차이 나는 것에 좀 놀랐다.

    제조업에 있을 때는 어떻게든 가능하게 밀어붙이는 게 능력이었건만,

    금융업에서는 선례와 규정을 얼마나 아름답게 지키며 나중에 감사에도 아무런 뒤탈이 없게 아주 깔끔하게 진행하는 것이 능력이었다.

    비금융권 회사가 생각하는 리스크와 금융권의 리스크는 같은 단어라도 속성이 상당히 다르다.

    내 개인적인 생각은,

    비금융권의 리스크는 불확실성(Uncertainty) 개념에 가깝다.

    위험(Risk)와 불확실성(Uncertainty)의 차이는 계량 가능하냐 마냐이다.

    그리고 계량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관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 Risk vs Uncertainty

     

    리스크는 확률과 나올 수 있는 결과를 알 수 있는 것.

    예를 들면,

    우리가 주사위를 생각해보자.

    주사위 숫자가 무엇이 나올지 모르지만,

    각 눈이 1/6 확률로 나올 것이라는 것을 안다.

    확률을 알고,

    나올 수 있는 결과를 안다면 기댓값을 구할 수 있다.

    기댓값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은 가치를 환산할 수 있고,

    팔 수도 살 수도 있다는 뜻이다.

    결국 보험과 유사한 속성을 구현할 수 있다.

    이를 Insurable이라고 한다.

    주사위 눈이 1~6까지 있다는 것을 알고,

    그 확률이 1/6이라는 것을 알면,

    최소한 7이란 숫자에 베팅하겠다는 호기로운 생각을 안 할 테니 말이다.

    리스크는 결국 Insurable한 속성을 가져야 한다.

    금융공학자들이 파생상품을 만들 수 있는 것도 이 Insurable한 속성 때문이고,

    그 리스크를 제거 하기위해 파생상품이 거래되는 것이다.

    물론 투기 목적도 있지만.

    반면,

    불확실성은 이렇게 정의한다.

    결과물을 알 수 없고 그 확률 분포 역시 알 수 없는 것이다.

    주사위 게임에 참여했는데,

    주사위가 정육면체인지, 정사면체인지, 정십이면체인지, 이십면체인지 모르고 참여하는 게임이다.

    주사위 눈을 모르니 확률을 모르고,

    기댓값을 구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불확실성이 나쁜 거냐?

    그건 아니다.

     

    미 시카고학파 창시자인 프랭크 나이트는 확률로 계산할 수 있는 위험을 ‘리스크’로, 확률로 계산할 수 없는 위험을 ‘불확실성’으로 구분하면서,

    기업의 이윤 원천은 이런 '불확실성 감내'라고 했다.

    숫자판 없는 아이폰 내놓을 때 뭔 리스크 관리를 했겠나,

    불확실성을 안고 출시했겠지.

    즉,

    금융기관은 '리스크 관리'로 수익을 내지만,

    기업은 '불확실성 감내'로 수익을 낸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 기업은 불확실성을 리스크라고 부르니,

    어찌 보면 용어가 혼용이 되면서 금융기관과 테크 기업 간에 혼란이 오는 것일 수 있다.

    기업은 리스크(사실은 불확실성)를 감내해서 수익을 내야 하는데,

    은행에서는 리스크를 관리하라고 하니 말이다.

    당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과정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한 금융권 관계자는 'CRO'를 누가 맡을지를 놓고 두 회사 간에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CRO는 최고위험관리책임자를 말한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에서는 CRO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회사의 핵심 사업도 CRO의 승인 없이는 추진할 수 없다. 신한금융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의 CRO는 신한 출신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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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스는 이에 반발했다. CRO를 은행 출신이 맡으면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의 혁신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 간의 리스크에 대한 관점 달랐겠지.

    게다가,

    금융기관 내에 가장 보수적인 소매금융 쪽과 테크 기업의 만남이면 더 하지.

    투자금융 쪽과 차라리 합작하면 문화가 공유되는 지점도 있겠지만,

    투자금융과 테크 기업의 조합은 쉽지가 않다.

    핀테크라고 하는 분야는 우리나라에서는 우선 소매 금융을 말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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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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