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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 관련 마진콜 기사를 보며, 외환시장과 외화자금시장의 구분일반 정보 2024. 1. 30. 02:04
# 외화 유동성 트라우마
이론적으로 경제적인 인간들로 구성된 금융 세계라지만,
금융만큼 과거 트라우마에 묶여 있는 세계도 없다.
미국은 경제공황 트라우마가 있고,
독일은 인플레이션 트라우마가 있다면,
한국은 외화 유동성 트라우마가 있다.
IMF 트라우마지 뭐.
외화 유동성 관련 트라우마는 금융 생태계 곳곳에 녹아 있다.
팀장급 이상만 되어도 IMF의 공포를 직간접적으로 느껴봤을 것이다.
우리도 이럴진대,
규제 당국은 외화 관련 이슈에 대해서는 단호하다.
3월 코로나로 세계 증시가 대폭락했을 때,
역시나 ELS가 사달이 났다.
증권사들은 요즘 아주 죽을 맛이다. 금융당국의 가시 돋은 눈총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 3월 코로나19(COVID-19) 여파로 세계 증시가 폭락했다. 국내도 예외가 아니었다. 뛰기 시작한 환율에 기름을 부은 건 증권사였다. 해외지수 주가연계증권(ELS)에서 대규모 마진콜이 발생했다. 특히 외국 IB들이 달러 증거금을 요구하면서 국내 증권사들이 달러를 구하지 못해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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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 보고 놀란 금융당국은 요즘 손금 들여다보듯 증권사들의 파생상품 판매 현황, 해외 부동산 투자 등 리스크 요인들을 점검하고 있다. ELS 등 파생상품 전반에 고강도 규제 움직임이 어른거린다. 이해는 된다. 금융혁신도 좋지만 드러난 문제를 못 본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ELS가 휴짓조각이 되고 가치가 떨어지고 소비자들이 돈 날리고 이런 것은 차지하고서라도,
외국 IB들과 헤지를 위한 ELS가 가치가 떨어지면,
마진콜, 증거금을 해외 IB들에 줘야 한다.
아마 금융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이게 뭐지 할 것이다.
비유하자면 이렇다.
당신이 친구와 축구 경기로 내기를 한다.
독일과 브라질 경기다.
100만 원 빵을 했다고 하자.
우리는 보통 경기 결과가 다 나온 다음에 돈거래를 하는데,
금융 세계에서는 승패의 흐름에 따라 미리 일부를 서로 주고받는다.
예를 들어,
독일이 5-0으로 이기고 있고 후반전이면,
최소한 60만 원은 일단 받아둔다.
독일이 7-0으로 후반 40분이면 거의 95만 원을 일단 받는다.
만약,
머리 긁적이며,
헤헤 내가 지금 현금이 없고 만약 지면 은행에서 돈 뽑아오려고 했어.
금융 세계에서는 이게 안 통한다.
ELS도 마찬가지다.
ELS 만기 때 모든 돈을 정산하는 게 아니고,
증시가 대폭락하면 그 가능성만큼 돈을 줘야 하는데,
국내 증권사는 해외 IB에 돈을 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원화가 아니라 달러로 줘야 한다는 것이다.
원화로 거래된 주식 파생 상품 때문에 갑자기 달러가 필요하다고?
외화에 민감한 금융당국은 쌍욕 나오지.
생각지도 못했던 ELS가 외환시장을 흔들자 금융당국 입에서 말 그대로 욕이 튀어나왔다.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상품이다. 파생상품 운용 능력도 없으면서 ELS를 이렇게 많이 발행했다니…”
ELS 나름 금융공학 정수로 만들어진 혁신적인 상품이긴 한데,
이것 때문에 외화 유동성 문제 있으면,
혁신이고 나발이고 금융당국은 이 건 못 참지.
트라우마를 건드려버리는 건데.
# 그까짓 거 대충
이렇게 말로 설명하고 끝내면 뭔가 찝찝하니 대충 그림을 곁들이자면 이렇다.
먼저,
ELS가 있다.
ELS를 자체 연계매매로 위험을 분산할 수도 있고(내 주방에서 요리),
혹은 백투백이라고 해외 IB에서 가져다 팔 수 있지(다른 맛집에서 가져와서 팔기),
아래 그림은 굉장히 단순하게 한 거라는 점만 알아둬,
하여튼 우리가 가지고 온 ELS의 가치가 지금 마이너스라고 하자.
평가 값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이대로면 미래에 돈을 줘야 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인생 뭐 있어,
미래 일이니까 지금 신경 안 써도 되잖아.
그 사이 가치가 오르면 탱큐잖아.
하지만!
만약 일정 이하로 가치가 손상되면 거래 상대는 불안해해.
아 이 새끼들 나중에 먹튀하는 거 아님?
혹시 모르니 꽁짓돈 좀 박아놔.
이게 마진콜이라고 하는 거야.
아까 축구 내기 예시처럼 독일이 7-0으로 후반 40분이면 90만 원 까지는 미리 주듯 말이야.
문제는 꽁짓돈을 달러로 줘야 한다는 거야.
우리가 여행 갈 때나 달러를 사듯,
증권사들도 달러가 넘치는 게 아니야.
실상 은행 정도나 달러를 쉽게 구하지 다른 금융 기관은 쉽지 않아.
오케이,
달러를 줘야 해.
주려면 달러가 있어야 해.
달러를 구할 수 있는 금융적인 방법은 두 가지로 볼 수 있어.
하나는 외화자금시장에서 빌리는 거야.
다른 하나는 외환시장에 가서 가지고 있는 원화를 팔아서 달러를 사 오는 거지.
외화자금시장과 외환시장은 구별해 한다.
외화자금시장은 금리를 매개로 한 대차 시장이고,
외환시장은 환율을 매개로 한 매매 시장이야.
여튼,
증권사들은 외화자금시장에서 파워가 약하거든,
거기서 달러 구하기가 녹록지 않아.
그래서 가장 손쉬운 외환시장에 가서 원화 팔아서 달러를 구하려고 해.
그런데,
보통 당장 현금이 없거든.
그러면 또 원화를 구하기 위해서 방법을 고민해야지.
아까 달러와 비슷하게,
담보나 신용을 단기자금시장에서 급전을 땡기거나,
가지고 있는 채권이라든지 회사채라든지를 시장에 팔아서 현금 챙기는 거지.
이렇게 원화를 구한 다음에 거꾸로 외환시장에 가서 달러를 구하고,
구한 달러를 가지고 해외 IB에 마진콜로 준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 증권사들은 다들 ELS를 하거든,
다들 이 과정을 밟는다고 생각해봐,
다들 원화 구한다고 자산 시장에 채권이나 CP를 한꺼번에 팔아,
당장 현금이 필요하니 경쟁적으로 팔 것 아냐,
시장이 교란되겠지.
그리고 다들 그 원화로 외환시장에 가서 달러를 산다고 생각해봐,
외환시장이 또 난리일 것 아냐.
달러를 구하면 그나마 다행인데,
만약 못 구한다?
난리 나는 거지 뭐.
줄 돈 못 주면 부도 같은 거 아니겠어.
아 물론 그런 일이 나기 전에 당국에서 외화 유동성을 어떻게든 지중에 풀든지 구해오긴 하지.
하지만 당국 입장에서는 외화 유동성 PSTD(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떠올리게 해서 쌍욕 나오게 되는 거지.
‘하...야 거 좀 잘 좀 하자, 너네 나 쌍스러운 사람 만들거야?’라며 규제 강화 시사.
ELS 고강도 규제 가능성에 증권사 '화들짝'···"자율규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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