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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사와 IT기업 합작은 왜 파경으로 끝나나 기사를 보며 #2
    일반 정보 2024. 1. 30.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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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편에 이어

    # 집토끼

    해당 기사를 계속 보면,

    합작이 파경으로 끝나는 원인 중 두 번째는,

    합작 프로젝트의 비즈니스 영역이 기존 영역에 위협이 되는 상황이다.

    합작 프로젝트가 금융사 기존 구성원의 이익을 위협할 때 생긴다. 삼성화재와 카카오페이의 디지털 손보사 설립 작업이 그랬다. 삼성화재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온라인 채널(CM) 조직을 강화하는데 힘을 쏟았다. 덕분에 삼성화재는 국내 손보업계에서 CM 채널 점유율이 60%를 넘을 정도로 강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디지털 손보사가 삼성화재의 CM 채널 경쟁력을 갉아먹는 상황이 생기면 삼성화재 입장에서는 변죽만 울리고 얻을 수 있는 게 없는 셈이 된다.

    두 회사가 '자동차보험'을 판매를 놓고 갈등을 빚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삼성화재는 다이렉트(온라인 전용)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1위를 지키고 있는데 디지털 손보사가 자동차보험을 파면 삼성화재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투자한 회사가 삼성화재의 점유율을 잠식하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나도 솔직히 삼성화재와 카카오페이가 손잡는다고 했을 때 약간 의아해했다.

    왜냐하면,

    삼성화재 자동차보험은 내가 해본 인터넷 금융 상품 프로세스 중 가장 깔끔했기 때문이다.

    딱히 핀테크 회사가 들어올 여지가 없을 정도로 상당히 프로세스가 깔끔하다.

    심심해서 람브로기니 한 번 해보면,

    전체 계약 사항도 상당히 직관적으로 이해가 가능하고,

     

    와 람브로기니는 보험료가 8백만 원이구나.

    해당 항목을 누르면,

    설명도 깔끔하고 통계도 곁들여서 의사 결정을 하는 데 전혀 막힘이 없었다.

     

    이 항목은 뭐지?

    저 항목은 뭐지?

    혹은 뭘 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을 날려주며,

    의사 결정이 상당히 스무스했다.

    그래서 예전부터 삼성화재는 핀테크 회사도 아닌데도 이렇게나 온라인 보험을 잘하나 감탄했었었다.

    딱히 회원 가입하라는 것도 없고 그냥 핸드폰 인증 한 번이면 가능하며,

    이 정보를 이용한 전화 마케팅이나 가입 권유도 없고 깔끔하다.

    여하튼 그래서,

    솔직히 따로 카카오페이와 디지털 보험사를 할 필요가 있나 싶다.

    웬만한 핀테크 서비스도 잘하는 것 같았거든.

    어쨌든,

    결국,

    삼성화재와 카카오페이의 합작이 쫑난 것도 역시 이 자동차 보험 부문 때문이었군.

    카카오페이랑 합작한다고 지금보다 월등히 더 대단한 서비스는 못 나올 것 같다.

    # 갈등만이 우릴 진화시킨다

    실무자들끼리 마찰이라.

    ◇대표끼리 손 잡고 웃어도 실무진은 으르렁

    대형 금융사와 IT 기업의 합작 프로젝트는 두 회사의 CEO 레벨에서 추진되는 경우가 많다. CEO 레벨에서 사업 추진을 결정하면 실무진이 움직이는 순이다. 그런데 두 회사 간의 실무진 사이에서 갈등이 싹트기 시작하면 CEO 레벨에서 이를 걷잡을 수 없게 번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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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금융과 토스는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실무진 사이에 좁힐 수 없을 정도로 간극이 커졌다. 행사장에서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을 만난 기자들이 사업 추진 현황을 묻는 말에 조 회장이 대답을 한 것을 놓고도 두 회사가 다퉜을 정도로 사소한 일 하나하나에서 충돌했다. 밑에서 시작된 갈등이 결국은 위로 번지면서 사업 자체가 엎어졌다.

    같은 금융기관 내에서도 비즈니스와 IT 간의 갈등도 상당한데,

    다른 회사랑은 쉽진 않겠지.

    금융 회사 내에서도 IT는 약간 2등 시민 취급하는 사람들이 보이곤 한다.

    물론 뭐 대놓고 그렇다는 게 아니라,

    뭐랄까 '그거 IT인데 다 되는 거 아니에요?' 이런 느낌으로 업무를 요청하곤 한다.

    혹은,

    IT 관련 이슈 있으면 머리 긁적이며 '아이구, 제가 전산은 몰라서요.'

    물론 정말 몰라서 그러는 사람도 있지만,

    옆에서 보면 은연중 '저는 금융전문가라!, 전산은 잘 모르고 앞으로도 알고 싶지 않아요'라는 것을 어필하는 경향도 있다.

    갸우뚱할 수 있지만,

    요새 4차 산업이니 디지털 트랜스 포메이션이니 하면서 관심을 가졌지,

    그전에는 금융권 내에서는,

    문이과를 사이 선이 그어져있었고,

    금융은 문과들의 전유물 같은 그런 분위기가 강했다.

    오죽했으면,

    컴퓨터 공학 출신 금융인은 사람들에게 자기과를 얘기하길 꺼려 했을 정도다.

    몸에서 이과향이 나면 사람들이 좀 금융전문가보다는 공돌이로 볼까 하고 말이다.

    지금은 세상이 변했지.

    이공계가 금융권에 대접받는 시대 아닌가.

    그렇지만 여전히 아이러니하게 IT 부서를 대하는 시선이 참 애매하다.

    금융과 테크 회사 사이의 간극은 더 할 것이다.

    여하튼 합작을 하려면,

    '에너지 넘치는 루키와 금융 꼰대'의 조합이 필요한 것 같다.

    아무래도 폐쇄적인 금융 비즈니스 내부를 잘 알고,

    비효율적인 요소를 '에너지 넘치는 루키'의 시각으로 해결해 봐도 좋을듯했다.

    열쇠를 가진 '루키'가 정작 금융권 내부 깊숙이 있는 자물쇠에 도달하지 못하는 꼴이다.

    자물쇠 위치를 '금융 꼰대'가 안내해 주면 좋을 텐데 생각이 들었다.

    반대로,

    금융기관 내에 이런 기업가적인 생각과 디지털 관련 센스 있는 추진력이 있는 사람들이 좀 있긴한데,

    그런 사람들을 잘 모아놓기가 쉽지 않다.

    하기야,

    은행에서 유튜브나 블로그 운용하는 것부터 눈치가 보이는데,

    쉽지 않은 문화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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