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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천재의 교육 - 잔소리의 결, 각자 부족함을 기준으로 아이에게일반 정보 2024. 1. 24. 02:48
# 잔소리
재택이 길어지면서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게 되는 확률이 올라간다.
아무래도 내가 집에 있다 보니,
딸아이가 숙제나 과제를 도와달라기도 하고,
와이프도 귀찮으니 나한테 물어보라고 한다.
그러면서,
자연히 잔소리를 하게 되고 또 와이프가 아이한테 하는 잔소리를 듣게 된다.
듣다 보면 각자 서로 살면서 부족했던 스킬 셋을 중심으로 잔소리하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가령,
와이프는 창의력과 영어 쪽 과제나 숙제를 할 때 잔소리 지수가 급격하게 올라간다.
본인은 늘 '난 창의력이 1도 없는 사람이야'라고 말하고,
'외국인들과 영어 솰라솰라 하는 사람이 멋있다'라고 말할 때가 많다.
아무래도 본인이 어렸을 때 더 투자하지 못한 것에 대해 더 강조하게 된다.
나의 경우는,
음.
먼저,
꾸준히 자리에 앉아있는 것을 자꾸 강요하는 편이다.
40분만 꾸준히 앉아봐라.
한 가지를 20분만 꾸준히 해봐라 같은 것이다.
내가 되게 못하는 편이다.
두 번째도,
꾸준한 것을 칭찬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 어린 시절 듣는 말 있잖아.
'아...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 하네요' 같은 말 말이다.
나 같은 경우도 뭐 벗어나진 않는데,
사람마다 고유의 학습곡선이 있을 것이다.
어떤 친구는 초기에 굉장히 더디고 느린 것 같은데 조금 시간이 지나면 급속도로 시간 투자 효과가 나타난다.
나의 경우,
초기에 정말 짧은 시간 안에 빠르게 습득을 했었던 거 같다.
# 역-우회축적
뭐 하기만 하면 소질 있다 재능 있다 소리 들었고,
내가 봐도 같이 한 애들 보다 엄청 빠르게 치고 올라가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다.
그냥 딱 영원히 소질 있다 끝났던 거 같다.
내 학습곡선은 딱 아래와 같았다.
치타 마냥 초반에는 먹이를 쫓는 속도는 빠른데 지구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스타일이었다.
그리고 꾸준히 차분히 하는 것이 재능이라는 것을 몰랐었다.
엇,
조금만 하면 이렇게 성과가 나오는데 뭐 하러 저렇게 우직하게 하지?
그러다가 내가 뒤처지기 시작하면,
'이야, 내가 마음먹고 하면 그냥 확 쫓아갈 수 있어'라고 생각했지만,
웬만한 노력으로는 못 쫓아가는 거야.
나중에 깨닫게 되었지.
마지막 학습곡선 끝까지 힘을 유지하는 게 진정한 재능이라는 것을.
애매한 학습 곡선 때문에 어린 시절 재능충인 줄 착각하고,
시간과 노력이라는 자원을 제대로 할당을 못 했던 거야.
그러다 보니 자꾸 도망가게 된다.
좀 몰입하다가 성과가 안 나오기 시작하니 질려서 다른 곳으로,
다시 초기 꿀만 좀 빨다가 또 질려서 다른 곳으로,
또 초기 반짝 도망.
결국 어설프게 이것저것 건드렸지만,
막상 하나하나 깊게 들어가면 '어랏 벌써 바닥?' 이렇게 금방 지식의 바닥이 드러난다.
그래서,
최대한 기존에 있던 것들을 연결 연결하여 깊이를 보완하려고 한다.
좋은 점은 블로그 할 때?
깊이 없이 계속 이 주제 저 주제 건딜면서 쓱쓱 쓸 수 있다는 점은 좋은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유일하게 꾸준히 하는 게 블로그다.
이건 뭐 중독성 높은 특정 온라인 게임보다도 오래 했다.
# 잔소리의 유형
아무튼,
그래서 뭐든 꾸준히 우직하게 하는 사람들이 무척 부럽다.
아무래도 내 딸내미한테 그런 걸 자꾸 바라게 되나 보다.
숙제나 문제집을 풀어도 사실 점수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고,
40분 동안 그냥 꾸준히 앉아서 무엇인가를 집중하는 것에 신경을 쓴다.
사실 나도 잘 안된다.
회사에서 이게 좀 피곤한데,
나는 무엇인가 글을 쓰거나 생각을 깊게 하려면 걸어야 한다.
그래서 기획안을 써야 할 때면 계속 복도를 배회한다.
지금은 외국계 회사라 뭐 누가 신경 쓰지 않지만,
이전에는 유교향이 물씬 풍기는 좀 진지한 노잼스러운 회사라 복도에 배회하고 있으면 눈치가 살짝 보였다.
여하튼 딸내미가 20분이라도 좀 우직하게 앉아있어주렴.
그리고,
재능에 대한 칭찬에 대해 굉장히 경계하게 된다.
학원이라든가 선생님이 마케팅 차원에서 아이가 재능이 있고 그런 얘기를 하게 되면,
늘 상 딸아이한테 -나도 모르게-,
'진짜 재능은 꾸준히 하는 거란다. 꾸준한 재능은 신이 준 재능이고 이걸 가지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아'
물론 뭐 말도 안 되는 소리이긴 한데,
나도 모르게 자꾸 튀어나온다.
그리고,
또 느긋한 성격도 좀 걱정스럽다.
내가 좀 그런 성향이 크다.
뭔 그런 거 있잖아.
'분하지도 않냐!'
'네! 분합니다'
그리고 그 힘으로 더욱 노력을 했다.
뭐 이런 스토리가 잘 안된다.
'분하지도 않냐'
'글쎄요, 그렇게 분하진 않네요'
딸내미도 와이프한테 진탕 혼나고 울면 한 10분 만에 헤헤거리면서 극복해 버린다.
예민한 사람에게는 이런 멘탈이 장점일 수 있으나,
또 이런 성격이 꼼꼼하지 못해서 잔 실수가 많다.
불안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으니 뭔가를 준비할 때 자기도 모르게 대충대충 한다.
나는 살면서 늘 시험 볼 때 다 맞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
솔직히 언제나 너무 잘 본 것 같아.
그런데 결과는 흐음...
내 흑역사가 대학생들도 그냥 붙는다는 금융 자격증 시험도 과락으로 떨어진 적이 있다.
당시 금융공학 석사에 현업이었는데도 말이다.
뭐 법률 쪽 과락이긴 한데.
그냥 하루 이틀 문제집 쓰윽 보고,
어, 나 만점 받을 것 같다는 이상한 고양감이 올라와서 그 뒤에 바로 깨끗한 문제집을 중고로 팔아버리고,
시원하게 떨어지고.
놀림감 됨.
'석사에 현업이신데 어떻게 떨어질 수 있죠?'
'아 몰라. 나 진짜 공부 다 한 것 같았는데'
나는 '공부 다 한 것 같아'라고 말하고 다니다 떨어지고,
옆 팀 여성 대리는 '아 어떻게 어떻게 공부가 끝나지 않았는데'라고 하더니 거의 최고득점.
근데 그 사람은 엄살 부린 게 아니고 진짜로 불안해했거든.
나는 그냥 성격상 좀만 하면 어 공부 다한 것 같은 데라고 성급하게 생각하고 느긋하게 시험장 들어간거지.
에휴.
내 딸내미는 좀 우직하고 꼼꼼히 하길 바라.
아주 예민한 것도 문제지만 천하태평도 상당히 힘들다.
내가 일할 때도 이런 디테일 놓치고 다 될 것 같다고 생각하고 뛰어들었다가 죽도록 개고생한 경우가 많아서.
내 나름 대로는 진짜 문제 없다고 판단한건데,
약장수 이미지로 찍히기도...
우리 딸내미는 좀 적절하게 균형점을 찾길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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