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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잉글리시' '갑 잉글리시' 잘 가 × '을 잉글리시' 유튜브 추천일반 정보 2024. 1. 24. 02:48
# 파워 잉글리시
이전 직장 업무상 외국 애들과 긴밀하게 일할 일이 많았다.
부서 전체가 외국 쪽과 콘택트가 빈번한 건 아니고,
몇몇 사람만 슬프게도 저주를 받았는지 외국 애들과 빈번하게 입씨름해야 하는 일을 해야 했다.
그중 한 명이 나였다.
그래서 이전 이전 팀장님은 단지 나의 팀장이라는 이유만으로 영어 회의에 끌려갔다.
'나 덕분에?', '나 때문에?' 혹은 '씨댕 아우 노모벳 이 쉐끼 덕에 고맙수다' 했을 것이다.
한국 금융기관은 아직은 삼성처럼 글로벌 플레이어가 아니기 때문에,
다들 토익과 토플 점수는 천장을 찍어도,
대화는 또 다른 일이다.
사실 영어로 대화할 일이 거의 없다.
과거에는 금발 파란 눈의 세일즈나 브로커가 왔다 갔다 하더니,
어느 순간 검은 머리 외국인들이 왔다 갔다 하고,
이제는 웬만하면 토착화가 제대로 되어서 걸쭉한 뚝배기 같은 세일즈 아재들이 왔다 갔다 하니 영어를 볼 일이었다.
뭐 사실 금발 파란 눈 양키들이 오면,
대부분 윗분들이 척화비를 세우고 안 만나줬다.
어찌 나에게 감히 양이(攘夷)의 말을 쓰게 만드느냐!
그런 시대였다.
어느 날,
술자리에서 노모벳은 어떻게 인도 영어, 중국 영어, 싱가포르 영어, 유러피언 영어를 알아듣냐 얘기가 나오다가 영어 얘기가 나왔다.
워낙 다양한 인종의 카운터 파티가 많아서 그렇다.
나도 처음에 '뭔 소리야' 했는데 이게 나라별로 또 신기하게 익숙해진다.
그 얘기를 하다가,
'어이쿠, 팀장님 이거 억지로 회의에 끌려오시고 힘드시죠' 했더니,
팀장님 가라사대,
'아니야 아니야, 나는 괜찮아 나는 파워 잉글리시는 유창하거든?'
네?
'Power English'
말씀하시길 '갑영어'라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문법이 개판이든 말이 이상하든 어색하든 상대가 알아서 다 알아먹고 다 잘 대응한다는 것이다.
그때는 그냥 웃고 말았지 뭐.
생각해보니 나도 뭐 '파워 잉글리시'하고 있었던 거니까.
나는 이메일을 쓸 때 나 필요한 거 다이렉트하게 말하는데,
분명 서구권 문화상으로는 예의가 좀 없는 표현들도 있을 텐데 다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던 거지.
'요우, 노모벳 김치 잉글리시 매콤해~요 핫핫'하고 받아들인다.
그런데,
내가 이직하고 입장이 바뀌어버렸네.
# 을 잉글리시
생각해보니 내가 한국에서 영어로 보고 할 일이 없었던 거야.
상사한테 보고하거나 요청하거나 제안하거나 등등.
물론 양키들이 쿨하다 쿨하다 하지만,
그건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다.
외국계 오니까 나도 그냥 외국계 바운더리에 확 들어가 버린 거지.
이제는 언어데 대한 자비가 없다.
과거에 좀 표현이 이상하면 '김치 영어라 이해해 주자'였는데,
지금은 '이 새끼 좀 말을 이상하게 하는 데, 이거 회사일 제대로 하겠어'가 되어버린다.
게다가,
빈번하게 글로벌 헤드, APAC 헤드에게 보고하고 요청해야 하는 일들이 많아지면서,
을 잉글리시 혹은 정중한 영어를 쓸 일이 많은데,
내가 굉장히 약하더라고.
그러다 보니 보고 할 때 스트레스가 스멀스멀.
심지어 '너 내 이메일 읽었어' 하나에도 좀 어떻게 하면 좀 정중하고 조심스럽게 표현할지 고민을 하게 되더라고.
참 애매하더라고.
내 영어가 참 애매한 수준인데,
딱히 토익 점수를 더 크게 올릴 여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회화가 초중급 수준은 아니라서 회화 책을 사서 보기도 참 애매하고,
딱 필요한 게 '을 잉글리시'인데 이런 교재도 생각보다 없더라고.
교보 문고를 그렇게 뒤졌는데 딱 이거 다 하는 게 없어서,
갓튜브를 뒤지기 시작했지.
그러다가,
뒤에 빛이 나는 유튜버를 한 명 만났는데.
두둥.
구슬샘 채널.
영상 중에 #정중한영어표현 씨리즈는 간단하지만 알아도 버릇이 안돼서 안 쓰고 있었거나,
잘 몰랐던 표현들이 많다.
다들 갑 잉글리시만 하는 회사에 다녀라,
을 잉글리시 하는 곳은 피곤하다.
젠장 오늘도 아침에 거울보며 '나는 행복해...' 외치고 나와야한다.
에휴... 됐다.
여하튼 나처럼 을 잉글리시 필요하면 강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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