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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흑역사를 읽으며, 과학을 불신하는 사람도 한편으로는 이해일반 정보 2024. 1. 24. 02:47
# 엔지니어 감성
내가 이과에 엔지니어 출신이라 그런지,
뭔가 과학을 믿지 않고 이상한 소리를 하는 것을 보면,
왜 저런 생각에 이르르게 되었을까 의문이 든다.
특히,
요새처럼 마스크 무용론이라든지 백신 무용론 같은 것 말이다.
너무 뜬금없잖아.
저 사람들은 어쩌다가 저런 의심을 하게 된 거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그 와중에 인간의 흑역사라는 책을 접했다.
한마디로 인류가 자다가 이불킥 할 소위 쪽팔린 일들에 대한 역사이다.
이걸 보다 보니,
흐음.
그래 과학자들도 헛짓거리 할 때가 많고,
뭐든 의심하는 사람들의 심정도 이해하게 되는 부분들이 있다.
# 새로운 형태의 물 발견
여기 새로운 형태의 물인 중합수(Polywater) 발견한 얘기도 흥미롭다.
1961년 소련의 과학자인 니콜라이 페댜킨은 새로운 형태의 물을 발견한다.
페댜킨과 데랴긴이 발견한 현상은 보통의 물을 극히 가느다란 초고순도의 석영 모세관에 통과시키면 원리는 알수 없지만 구조 변화가 일어나면서 그 화학적 특성이 크게 바뀐다는 것이었다.
이 '이상수'의 어는점은 0도가 아니라 -40도였다.
끓는점은 더 엄청나서 최소 150도, 어쩌면 650도까지도 될 것으로 보였다.
물보다 점성이 높아 거의 액체라고 보기도 오려울 정도로 걸죽하고 끈끈했다. 바셀린과 비슷하다고 묘사하는 이도 있었다. 칼로 베면 벤 자국이 남는다고 했다.
당시 난리였다고 한다.
영국, 미국 과학자들이 재연하고 나섰다.
1969년 6월에는 사이언스에도 거제되었다고 한다.
파퓰러 사이언스는 대서특필했다.
"화학 분야의 대변혁 예고하고 있다"
워낙 전략적인 활용 가능성에 CIA 요원들까지 나섰다.
CIA 요원들이 중합수 연구자들의 연구 경과를 조사하고,
모든 중대 발견은 미국 밖으로 누출되어선 안된다고 못을 박았다.
.
중합수 연구가 최우선 과제가 되어 연구 지원금이 책정되었다.
1970년 한 해에만 중합수 관련 논문 수백건이 발표되었다. 1969년 연구 지원이 처음 결정되었을 때 월스트리트 저널은 '좋은 소식'이라며 안도의 기사를 실었다.
"미국은 중합수 분야의 격차를 좁힌 것으로 보이며, 미국이 소련보다 중합수 기술에서 앞서 나갈 수 있도록 현재 국방부에서 자금 지원에 나선 상태다."
그러며,
세계 각지 최고의 연구팀에서 최고의 과학자들이 수년간 연구에 매달렸다고 하는데.
두둥.
결론을 말하자면 '중합수' 같은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럼 뭐였냐고?
페댜킨과 데랴긴이 발견했던 것은, 그리고 전 세계 과학자들이 수년간 매달려 재연하고 연구하고 법석을 떨었던 그 물질은 보다 정확히 말하면 '더러운 물'이었다. 중합수의 그 신비롭다는 특성들은 모두 청결해야 할 실험 장비에 유입된 불순물 때문이었던 것으로 들어났다
엥?
어떻게 이런 일이?
냉전 시대의 과열된 연구 분위기가 겹쳐, 여러 나라의 똑똑한 과학자들이 남들이 떠벌리는 현상을 자기도 관찰했다고 착각하고 애매한 결과나 실패한 결과를 부풀려 해석하는 함정에 빠진것이다. 그 모든 과정은 과학이라기보다 '소망적 사고였다'
황당하지만 책에서 보면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X선 발견 이후 N 선이라는 것을 발견한 르네 블롱들로 이야기도 비슷한 맥락이다.
새로운 광선이 발견되었다며,
과학계에서 논문이 300편씩이 나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냥 착각.
# 음모론에 빠질 수도 있겠네
터무니없는 음모론에 왜 빠질까 생각이 들었다.
아니 세상 사람들 전체를 다 속일 수가 있어?
그런 음모는 누군가가 다 알지 쯧쯧 이란 생각이 들거든.
근데 또 보면 신기한 일들이 많다.
토머스 미즐리라는 화학자는 초기 자동차 사업에 혁명적인 것을 발명한다.
과거 차들은 엔진의 노킹 문제가 많았었다.
꿀렁 꿀렁 거리는 현상 말이다.
그 원인은 엔진 설계상 결함보다는 연료가 불균일하게 연소하는 문제였다.
그리고 그 해결책은 무엇인가 첨가하여 균일하게 연소하게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발견한 물질이 있었으니.
그게 납이다.
납?
응 납!
그 납!
납납납!
띠용.
그게 유연 휘발유다.
우리가 주유소에서 보는 무연 휘발유의 상대적인 개념이랄까.
여튼 유연 휘발유는 초기에 대 히트를 쳤다.
그러니까 자동차들이 납을 뿜으면서 다니게 된 거지.
너무 없잖어?
물론 위험성을 경고한 사람들이 있었지
1924년 나온 예측은 더 소름끼치게 정확했다. 한 유수의 독물학자가 이렇게 내다본 것이다. "납중독은 워낙 은밀히 진행되기에 유연 휘발유는 거의 보편적으로 사용될 것이고 그렇게 된 후에야 대중과 정부는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에 상상하다시피,
납 중독으로 사람들 죽어나가고,
어린이들 체내 납이 쌓이고 금지될 때까지 그냥 악화된 거지.
그런데 워낙 노킹 방지하는 이 연료는 자동차 업계 일대의 혁신을 가져온 것이라 안타까운 사고냐고?
놉.
이 부분이 참 어이없다.
오직 납 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느냐?
아니다.
에탄올을 섞어도 되었다고 한다.
우리가 술로도 먹는 것이니 무척 안전한 물질이다.
게다가 엄청나게 만들기 쉽고 저렴하다.
왜 너무 좋잖아!
그런데 알고도 안 썼다.
왜냐고?
왜 에탄올을 버리고 엄청나게 유독하다는 걸 누구나 아는 물질을 택했느냐고? 너무 충격받지 말길 바란다. 돈 때문이다.
.
에탄올의 문제는 생산하기가 너무 쉽고 저렴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특허를 낼 수 없었다.
.
전매 상품화할 수 없는 에탄올은 그런 면에서 쓸모가 없었다. 연구팀은 납으로 가기로 했다.
.
납 연료는 갤런단 3센트를 더 붙여 팔 수 있었으리라는 계산 결과를 얻었고, 광고 캠페인을 공격적으로 벌이면 휘발유 시장의 20퍼센트를 점유할 수 있으리라고 내다봤다.
그렇게 하여,
1920년부터 1970년대까지,
7,000만 명의 아동이 중독 수준의 혈중 납 농도를 보유했을 것이라는 추정까지 나올 정도였다.
띠용.
책 전반에 이런 어처구니없는 역사들이 쭉 나열되어 있다.
읽다 보면,
와 진짜 과학 불신, 음모론에 빠지는 사람도 한편으로 이해도 간다.
전반적으로 재미있다.
가끔 인터넷에 나오는 이 세상의 삽질 관련 이야기들을 본 적 있었는데,
그런 내용들이 총망라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각 장마다 나오는 뻘짓 Top 5 이런 것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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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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