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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딸천재의 티비 - 나의 아저씨, 이런 드라마였구나.
    일반 정보 2024. 1. 23. 01:30
     
     

    #이것을 보아라

    인공지능 추천이 단체로 짜고 치나?

    유튜브부터 해서 여기저기 나의 아저씨에 뒤늦은 인공지능 추천이 튀어나왔다.

    왜 그럴까?

    넷플릭스에 올해 6월에 공개되어서?

    나의 아저씨를 강추하는 글은 예전에도 보았다.

    그런데 보진 않았어서.

    아니 제목부터 '나의 아저씨'가 뭐야.

    워워 아저씨라니 아재도 안도 아니고.

    그리고,

    그냥 이선균과 아이유의 조용한 식당 맥주잔 놓여있는 투 샷 하나 보고,

    뭐 또 결국 이렇게 저렇게 되는 뻔한 드라마인가? 싶었다.

    뭐 그런 클리셰 장면 같은 거 있잖아.

    예를 들어,

    '선수 입장' 뭐 이런 대사 듣는 순간 에휴 이거 또 갑자기 뭔가 상투적인 장면으로 이어질 것 같은 분위기 있잖아.

    이런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까 스토리 흐름에 집중하는데,

    '선수 입장'이라며 뜬금포 인물 등장해서,

    별 개연성 없이 한 방에 파파팍 해결하는 장면 있잖아.

    여하튼,

    그냥 이선균 아이유 투 샷만 보고,

    사람들이 강추하니 리스트는 올리지만,

    뒤로 쭉 미루어 나중에 봐야지 하고 있었다.

    그러고 있는데,

    뜬금 파울루 코엘류,

    연금술사 쓴 양반이 극찬했다는 기사가 나오더라고.

    호옹?

    “와! 16화까지 보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나의 아저씨는) 인간의 심리를 완벽히 묘사한 작품이네요. 엄청난 각본, 환상적인 연출, 최고의 출연진에게 찬사를 보냅니다.”

    뭐지 이거 진짜 걸작인가.

    이거 또 안 볼 수 없다.

    지적 허영을 부리며 '크아 파울루 코엘류 추천했다니!'

    정작 연금술사 정도 밖에 안 읽었지만 마치 저자의 작품 세계에 대해 조예가 깊은 양,

    마치 코엘류와 수준이 동급이라도 되는 양,

    '내가 또 나의 아저씨'를 봐야겠구먼!

    하면서 시작했다.

    # 시작부터 그냥...

    내가 암울한 것을 잘 보긴 하는데,

    현실 세계에 어느 정도 가까이 묶여있으면 오히려 잘못 본다.

    뭐랄까.

    영화에서 유혈 낭자하고 전기톱 휘두르는 고어 영화는 볼 수 있는데,

    뉴스에서 지방흡입술 모자이크로 나와도 쭈빗쭈빗한 느낌이 든다.

    현실에서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지면 완전히 분리해서 선택적 공감을 할 수 있는데,

    현실에 가까이 붙어있으면 아우 핸들링하기 어렵다.

    특히,

    딸 천재가 된 후에는 내 딸 나이 또래 불행한 얘기를 정말 잘 못 본다.

    예를 들어,

    현장 르포 동행 이런 거에 10살도 안 된 여자아이가 나오는 거 보면 끝까지 못 보겠다.

    그냥 후원 전화하고 채널을 돌린다.

    특히,

    가장 슬플 때가 아이가 너무너무 의젓한 모습이다.

    딸 천재가 되기 전에는 힘들 때 의젓하고 어른스러운 아이가 대견했었는데,

    딸 천 개가 된 후에는 그 나이에 맞지 않은 어른스러움은 너무나도 가슴 아픈 일인 걸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여하튼,

    아우 스토리가 너무 흥미진진해서 이것 참.

    이지안(아이유) 어린 시절 얘기가 나올수록 참 계속 드는 생각은,

    정말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자꾸 쓸데없이 이지안 어린 시절을 내 딸아이로 과하게 감정이입하다 보니,

    빨리 16회까지 가서 해피 엔딩 좀 보고 싶어 마음이 급해진다.

    사전 정보도 없어서 설마 해피 엔딩이 아니고 우울하게 끝나는 거 아니겠지 하며 걱정스럽기도 했다.

    예전에,

    영화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인생이 생각나서.

    영화는 사랑하나 갈구하는 여성의 인생을 발랄하고 경쾌하게 끝까지 끄응.

    # 화차의 김민희?

    그런데 아이유가 이 드라마에 이렇게 잘 맞았구나.

    그러고 보니 이선균.

    영화 화차를 봤을 때,

    주연이 김민희라길래 영화 보기 전에 아니 왜?라고 했었지.

    검증이 안된 김민희를 배우로 쓰다니 하며,

    아이고 이선균 좀 고생하려나 하며 봤다가.

    김민희한테 '죄송합니다' 열 번 말하게 되었다.

    사실 그전까지 배우 하겠다고 했었는데 굉장히 어색한 모습들이었거든.

    근데 갑자기 화차에서 사연 있는 여성 연기 포텐 터지면서 그 이후 아가씨.

    그리고 영화계에 그냥 여러 의미로 큰 임팩트를 홍상수와 줬었지.

     

    이선균이 배우 포텐을 끌어주는 능력이 있는 건가?

    아이유 와우 무채색 삶에 찌든 연기가 상당하던데.

    뭐랄까 캐릭터에 그런 분위기를 속성으로 만들었다고 하기에는 뭐랄까.

    비유하면,

    연기라는 것을 감각 비유하면,

    어떤 사람은 연기가 현란한 색감으로 눈으로 확확 들어오는 느낌이라면,

    나의 아저씨의 아이유는 그런 연기가 향기 나 냄새 같은 후각으로 다가왔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별생각 없이 아이유에 대해 검색했지.

    나름 힘들었던 가정사가 있긴 했구나

    초등학교 후 부터 아이유는 매우 어려운 가정사를 겪었다고 한다. 빚 보증을 잘못 서서 한순간에 집안 사정이 나빠졌다.

    .

    부모님과 연락도 닿지 않는 상호아에서 동생, 할머니와 함께 어렵사리 구한 단칸방에는 바퀴벌레가 많아 생활하기 힘들었다.

    .

    없는 살림에 마련한 목돈을 전부 날려 허탈해 할 때 할머니께서 손에 쥐어 준 용돈을 보며 많이 울었다고 한다.

    또한 번 결심하게 되네.

    딸 내미 생각하면 위해 빚보증 같은 거 하지 말고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겠다고.

    # 젠장 술

    그래 건강하게!라고 외치자마자 갑자기 쌍욕이 터져 나온다.

    그놈의 코로나 때문에 좀 만나고 싶은 사람들도 못 만나고,

    술!

    술자리!

    코로나 때문에 애써 참고 있었는데,

    나의 아저씨에서 왜 이리 감칠맛 나는 술자리 장면들이 많냐.

    내가 술자리가 많은 사람이 아닌데도,

    못 먹게 하니 막 환장하겠던데.

    알코올 중독자들이 왜 서로 둥그렇게 앉아서 술 끊으려고,

    '안녕하세요 밥입니다. 17일 째입니다'

    '오, 밥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이 짓거리하는 줄 알겠네.

    술 진탕 좋아하는 사람은 저런 술 장면만 봐도 뇌에 도파민 팡팡 터트려주며,

    목구멍부터 갈증의 대향연.

    내가 좀 반성하게 된 게 있다.

    20대 때 술집에서,

    옆에 있는 머리 허연 엄근진 하게 생긴 아저씨들이 진짜 세상에서 가장 시답지 않은 얘기들을 하는 거 보면 좀 놀랐다.

    와, 저 나이에 저런 개쌈마이 시답지 않은 얘기를 아무렇지도 하고 있네.

    그런데 아재가 되나 또 한 번 놀랐다.

    와씨, 그 아저씨들은 클래시컬한 사람들이었구나.

    내가 카톡 단체방 보면 와 이런 개시덥지 않은 얘기를 이렇게 진지하게 하게 되다니.

    그래 소중해해야지.

    유희열이 얼마 전에 한 얘기도 있고.

     

    이미 겁나 소득 없이 헤어지는 사이들이 있어서 아직은 소중한 걸 몰랐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 못 만나니 시답지 않은 얘기만 있을지라도 술자리가 그냥 아쉽구먼.

    여튼 또 코로나 때문에 이런 수작 드라마도 접한거 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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