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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타이제이션, 통화정책의 마지막 금기 그리고 디플레 전쟁일반 정보 2024. 1. 31. 03:24
# 마지막 금기
머니타이제이션 혹은 화폐화라고 불리는 통화정책이 있다.
이게 뭐냐면,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중앙은행이 직접 사는 것이다.
금융시장을 거치지 않고 중고나라 개별 매매 마냥 1:1로 사는 것 말이다.
자 이게 무슨 의미냐고?
채권 발행이라는 것은 돈을 빌리는 것이다.
채권을 사는 행위는 채권 발행한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정부가 채권을 발행한다는 뜻은 돈을 빌리겠다는 뜻이고,
누군가 채권을 사면 돈을 빌려줬다는 뜻이다.
우리가 채권을 사면 이자를 받는데 돈을 빌린 사람이 주는 것이다.
발행하는 사람에 따라 이자는 당연히 천차만별이다.
이재용이 채권을 발행했다고 하자.
당신이 이재용 채권을 사면 재용이 형한테 돈을 빌리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당연히 재용이 형이 돈을 띵겨먹지 않을 거라고 알잖아.
재용이 형이 1% 이자를 준다고 해도 그냥 알겠다고 하고 빌려줄 것이다.
그런데,
뭔 딱 봐도 사기 전과 있는 쌩양아치가 자기는 마음잡고 열심히 살 거라며 채권을 발행한데,
채권 발행은 곧 돈을 빌려다라는 건데,
빌려준 대가로 1%를 준대.
당신이라면 빌려주겠어?
옆에 재용이 형이 1% 준다는데.
그러면 쌩양아치는 이러는 거야.
'나 진짜 마음잡았고 이번엔 다르다.'
당신은 불안불안하겠지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쌩양아치는 이렇게 말해.
빌려주면 이자 20% 준다고.
이러면 인제 고민이 되지,
사람이 진실되게 변한 것 같긴 한데 애매한 와중에 이자를 많이 준다면,
모험적인 투자자는 빌려줄 만하겠지.
이런 게 채권 돌아가는 세상이다.
# 양적완화
그런데,
양적완화 같은 게 뭐였더라?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채권시장에서 국채를 싸그리 사는 것이다.
정부가 국채 발행 = 정부가 돈을 빌리는 것,
국채를 산 금융기관 및 투자자들 = 정부에게 돈을 빌려준 것,
그런데 금융기관들이 돈이 없어,
'아씨, 나 정부한테 돈 빌려줘서 지금 현금이 없는데 어쩌지'
가장 좋은 것은 야 네가 이 채권 가져가 = 정부가 나중에 갚을 거 네가 받아라,
대신 나 지금 현금 필요해.
그걸 중앙은행이 시장의 채권을 사면서 급전을 푸는 거라고 보면 된다.
아,
물론 경제, 금융적으로 완벽한 설명은 아닌데,
뭐 어차피 이 블로그에 학술적인 기대는 하지 말고 대충 감을 잡는 에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어쨌든,
양적완화도 뭐 이런 느낌이야.
# 머니타이제이션은?
그럼 머니타이제이션은 뭐냐고?
중앙은행은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사주고 있다.
시장에서 사는 게 아니고 그냥 다이렉트로 말이다.
채권 발행은 돈을 빌리는 것이라는 개념으로 보면,
정부가 중앙은행에 다이렉트로 돈을 빌려 쓰는 거지.
그런데 중앙은행은 돈을 마구 찍을 수 있잖아.
중앙은행이 금융시장을 걸쳐서 국채를 사는 것과,
중앙은행이 정부 발행 국채를 다이렉트로 똔똔치며 사는 것과 다른 느낌이야.
생각해봐,
정부가 돈 풀고 돈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세금 아니면 국채 발행인데.
국채를 발행하자마자 중앙은행에서 사버리면,
결국 돈을 빌린 사람과 빌려준 사람이 한 몸인 거잖아.
중앙은행이 정부한테 돈 갚으라고 난리 치겠어?
정부가 중앙은행에 돈 안 갚으면 파산하겠어?
정부가 중앙은행한테 빚지고 계속 안고 가니까 그냥 서로 퉁치자 할 수도 있잖아.
이렇게 퉁치는 것이 머니타이제이션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내가 한 헛소리는 아니고,
2014년 정도 아데어 터너 영국 금융감독청장이 한 얘기야.
대충 정부나 중앙은행이나 한 몸인데 둘 간의 채권 채무 없던 것으로 처리하면 되는 거 아님?
뭐 이런 느낌이다.
Lord Adair Turner, former head of the Financial Services Authority, recommends a debt monetisation to Japan and the Eurozone. Central banks would wipe out part of the government debt.
2014년에 워낙 통화정책 쓸만한 카드가 없다 보니 나온 얘기였다.
2015년에 프로젝트 신디케이트라고 진짜 네임드들만 쓰는 칼럼에도 언급한다.
Seven years after the global financial crisis, leverage worldwide is higher than ever, and aggregate demand is still insufficient to drive robust growth. More radical policies – such as major debt write-downs or increased fiscal deficits financed by permanent monetization – will be required to increase global demand.
# 바이마르 공화국과 머니타이제이션
머니터네이션은 한 마디로,
정부나 중앙은행이나 한 사람인데 그냥 서로 또이또이 처버리라는 얘기다.
그냥 들으면 그런가 보다 하는 이야기지만,
경제학을 아는 사람들은 펄쩍 뛸 노릇이다.
역사적으로 이 짓거리를 하면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오기 때문이다.
학술적인 관점에서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금융 관련 사람들은 대부분 이렇게 생각한다.
화폐 발행을 통해 정부 지출에 직접적인 자금을 대면 불가피하게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 대표적 사례로 바이마르 공화국의 하이퍼 인플레이션 사태이다.
중앙은행이 직접 정부 국채를 매입하는 것은,
정부에 돈을 직접 빌려주는 것과 같다.
중앙은행은 돈을 찍어낼 수 있으니 정부는 이론적으로 계속 정부 지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근데,
갑자기 왜 쌩뚱맞게 머니타이제이션 얘기를 하냐고?
최근 블룸버그에 기사 하나가 떠서 그렇다.
몇 년에 한 번씩 머니타이제이션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
통화정책 금기 하나가 깨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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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화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순식간에 높아질 수 있어 1970년대 이후 주요 나라에서는 금기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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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블룸버그 통신은 “아시아 지역에서 먼저 화폐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27일(현지시간) 전했다. 실제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지난주 정부가 발행한 이슬람 채권을 직접 사들였다. 이슬람 채권은 일반적인 국채와 다른 종류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본격적인 화폐화가 아니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문제는 인도네시아 금융시장 상황이 악화할 때이다. 일단 시작된 화폐화가 일반 국채 매입으로 확대될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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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도 화폐화가 가능한 나라로 꼽힌다.
[출처: 중앙일보] 통화정책 마지막 금기 '화폐화'···블룸버그 "亞 먼저 깨질 듯"
2015년 경에 나왔을 때는 그냥 그러려니 했었는데,
코로나 사태로 경제가 곤두박질치니까 정말 머니타이제이션이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워낙 저물가 상태가 지속되며 오히려 디플레이션 문제가 대두되다 보니,
머니타이제이션의 부작용인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적어지는 게 아닐까 싶다.
참고로,
마침 홍춘욱 박사님이 최근 화두가 되는 디플레이션 문제에 대해서 쉽게 써진 대중서 하나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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