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대, 그리고 취업에 관한 루머들을 보며 2번째일반 정보 2024. 1. 22. 11:32
# 엇? 내말은 무시?
지난번에 이어 여대 그리고 취업 관한 루머를 한 편 더 쓰게 되었네.
내가 여대 입학처장도 아니요 여대 홍보대사는 아니지만,
몇 번 진학 관련 문의하는 여학생들도 있었고,
또 내 친지 중에 여대 관련 고민했던 게 있던 터라 내가 알고 있는 것을 그냥 공유하고자 썼었다.
가볍게 썼었는데 반응이 여러 방향으로 격렬해서 좀 놀라긴 했다.
정말 젊은 세대에서 남녀 갈등이 꽤나 심각하긴 하구나 싶었지.
가까운 친척 집만 봐도 그렇더라고.
그 집도 여대 입학을 넣고 여러 이야기들이 오고 가고 있었다.
어차피 입결이라는 게 있고 뭐 본인들 성적에 맞춰서 갈 것이다.
대학에 화끈한 연애를 위해 남녀공학을 가고 여대는 싫어라고 한다면야,
‘뭐 너 마음이니 그렇게 하면 되지 파이팅’하고 말았을 텐데.
‘여대는 취업에 불리하다고 하던데요’하면서 자기가 갈 ‘과’에 대한 고려 없이,
너무 당연히 빼야 한다는 분위기를 보고 좀 아니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그런 정보는 어디서 얻는 거야?라고 물으니,
각종 입시 관련 커뮤니티에서 대부분 통용되는 얘기들이란다.
긴가민가 하지만 물어볼 곳도 없으니 그냥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친척 분께서도 정말 여대가 그렇게 불리 하나면서,
나보고 얘기 좀 해보라고도 한다.
내 얘기는 좀 들을 것 같다며.
나도 이런저런 직장 경력이 있는 편이다.
국내 대기업 공채로 들어가 봤고,
공기업에서 일하다가,
외국계 은행에 파견으로 한 1년 좀 넘게 있었고,
글로벌 컨설팅 회사에서 아시아에서 한국 내 중요 채용에 관여하고 있다.
# 떨어지는 위상
확실히 요새는 여대를 목표로 하는 여학생들은 드문 것 같다.
과거에는 아예 처음부터 여대를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 많았었다.
물론 성적이 비슷했을 때,
남녀공학을 가야 하나 여대를 가야 하나 고민은 꾸준히 있었다.
대학 생활의 재미를 위해 남녀공학을 가야 하나라는 고민 외에도,
졸업 후 진로에 대한 고민들도 많았다.
대표적으로,
남녀공학 네트워크가 사회에서 더 유용하지 않을까 같은 것 말이다.
지금은 위상이 좀 떨어진 것도 떨어진 것인데,
극렬한 페미니즘부터 해서 남녀 갈등이 커지면서,
여대에 대한 편향된 시각이 강하다.
특히,
입시 커뮤니티가 워낙 잘 되어있다 보니,
이런 편향이 커뮤니티 안에서 돌고 도는 얘기가 되먹임 하면서 더 크게 부풀리는 면도 없지 않다.
그러니 정보를 찾는 여학생들은 상당히 혼란스럽겠구나 생각이 든다.
어차피 여대 관련 부정적인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그 학생의 미래를 위해 진심으로 걱정해서 하는 말일까나?
위상이 떨어지든,
입결이 떨어지든,
어차피 학생 입장에서는 적정한 대학 선택지들을 가지고 고민할 것이다.
단지,
수험생 사이에서 여대에 대해 좀 과도할 정도로 실재 사회적인 인식과 차이가 나며 평가절하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 유불리
여대 가도 전혀 불리한 것은 없느냐?
꼭 그렇진 않다.
하지만 여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기업들이 암묵적으로 남성을 더 선호하는 경향은 여전히 있다.
과거에 비해서 놀랄 만큼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훨씬 공정해졌지만 경향성이라는 것은 여전하다.
여성만 봤을 때,
여대라서 크게 불리하거나 남녀공학이라서 크게 유리하냐보다는,
기본적으로 일단 남성에 비해 불리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대놓고 여성을 거르는 조직이나 팀은 분명 남자가 가도 아주 엿 같은 조직문화일 확률이 높다.
그런 조직은 조직 스스로 전근대적인 곳인지 인지하고 있거나,
그동안 여직원을 뽑았는데 계속 퇴사하거나 이직한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그런 부서는 뭐랄까.
물론 일 자체도 매우 힘들 수도 있지만,
직장 생활은 보통 일보다는 사람이 힘들다.
우리가 나미가! 하면서 1주에 2~3일씩 계획 없는 회식,
상사가 형이라 불러 이러면서 동시 쌍욕 하면 애들 갈구는 분위기거나,
으쌰으쌰 일하는 분위기가 좋지 않냐 하면서 야근 빡시기 시키는 그런 경향이 있다.
조직의 장이 군대식 문화 좋아하면 기본적으로 여직원을 안 뽑으려 한다.
게다가 미투 운동 이후에는,
본인이 술버릇 좀 고약하거나 입이 좀 걸걸하다 하면 사고 터질까 봐 여직원은 안 받으려는 곳도 있다.
혹은,
이왕 여직원을 뽑게 되면 남녀공학을 선호한다는 아재도 있다.
그 아재는 페미 이런 걱정 때문이 아니라,
남녀공학 여성들이 우리네 군대 문화에 잘 적응할 것 같아서다.
근데 이 아재 크게 착각하는 게 있으시다.
예전에 그런 쌍팔년도 군대 문화 같은 회사는 젊은 남자애들도 극험한다.
주말에 산 타고,
주 중에 급번개성으로 술 먹고,
까라면 까는 군대 문화를 요새 애들은 ‘이건 못 참지!’다.
# 페미니즘이 문제가 아니오
MZ 세대 남녀 갈등에 대해서 기업들이 모르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극단적 페미니즘 문제도 모르지 않고 말이다.
기업들도 사람에 따른 리스크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
어떤 면접위원 교육에서,
‘면접의 목표는 ‘D’등급 직원을 걸러내는 것입니다’
‘여기서 D는 무능력해서 D가 아니라, Devil입니다’
여하튼,
조직에 맞지 않은 사람을 판별하는 게 또 채용팀의 일일 것이다.
그러나,
10대 20대 남성들이 생각하는 만큼 페미니즘이 기업 입장에서 최대 문제는 아니다.
MZ 세대 전체를 어떻게 조직 내에 안고 가냐 하는 게 현안이다.
그리고 그중에 작게 페미니즘 문제도 있을 것이다.
정확히는 기업에서 페미니즘 그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페미니즘을 둘러 썬 남녀 갈등을 문제로 보고 있을 것이다.
지금 기업들은 MZ 세대에 아직 적응 못하고 있다.
최근 성과급을 둘러싼 MZ 세대 기사만 봐도 얼마나 당황할지 상상이 된다.
"성과급 근거 뭐냐" 대표에 돌직구···MZ세대에 당황한 기업
최근 대기업 성과급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확산하면서 사회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간 경영진이 주는 대로 받았던 직원들은 이젠, 회사에 직접 "금액 산정 근거가 뭐냐"는 돌직구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공정성과 실리를 중시하는 MZ세대(1980년대 후반~2000년대에 태어난 세대)의 목소리가 커진 것이 성과급 논란이 커진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
업계에서는 올해 유독 성과급 논란이 커진 배경 중 하나로 공정성과 실리를 중시하는 MZ세대의 특성을 꼽는다. 회사를 ’평생 직장‘으로 여기지 않기 때문에 원칙·실리에 어긋난다고 생각하면 참지 않고 명확하게 불만을 표시한다. 이들은 불투명한 기준의 성과급 책정은 납득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형평성과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아 일한 만큼 보상받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은 사기저하로 이어진다.
성과급은 주면 고마운 그런 일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나도 좀 생각의 틀이 깨지긴 하더라.
사기업에서 성과급이라는 것은 경영진에서 알아서 산정하는 것이라 생각했지,
공정한 산정 근거가 있어야 하는 대상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거든.
기업들이 극단적 페미니즘 이런 걸 신경 안 쓴다는 게 아니라,
MZ세대를 어떻게 포용하는지 자체를 걱정하고,
극단적 페미니즘도 여러 고민 중 하나일 뿐이다.
다른 재계 관계자도 "한국 기업의 문화가 과거 '위에서 찍어누르던' 체계에서 이젠 수평적 관계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다"라며 "그만큼 소통이 기업 경영에서 중요해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채용팀이 앉아서 여대 이력서 거르는 걸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
# 여대, 남녀공학
앞서 말했듯,
많이 완화되었지만 기업에서 남성을 더 선호하는 경향은 여전하고,
여직원을 뽑을 때 남녀공학 출신을 선호하는 사람이 왕왕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내가 여대가 반드시 불리하다고만 생각되지 않은 이유가 있다.
먼저,
같은 여성이라도 남녀공학 출신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여대가 불리한 거 아닌가요?
일단 엄청나게 큰 선호도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회사 생활이라는 게 길다.
길게 보면 여대가 결코 불리하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우선 남녀공학 출신을 선호하는 팀의 경우,
굉장히 남성 중심적인 조직에서 선호가 나타난다.
군대 같은 문화를 잘 적응할 여성을 뽑고 싶어 하는 것이다.
남성 조직에 적응하지 못할까 우려해서이다.
다른 말로 본인 부서가 전근대적인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승진 등 위로 올릴 사람은 거친 야생마 같은 조직을 휘어잡을 남자를 선호하게 된다.
둘째, 인적 네트워크.
나도 대학생 때는 여대보다는 남녀공학이 인적 네트워크가 좋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다.
남녀공학이 아무래도 네트워크가 강하긴 강하다.
하지만 여성 입장에서는 좀 다르다.
남녀공학 동문회의 중심은 확실히 남자다.
친목 관점에서는 굉장히 활발하고 좋은데 비즈니스 관점으로 가서 자원 제한적일 때,
예를 들어 좋은 포지션이 나왔는데 많은 사람이 추천받길 원할 때,
굉장히 남성 중심적으로 돌아가는 경향이 있다.
반면 여대 동문회는 여성이 중심이다 보니,
동문회 보면 말단 사원부터 임원까지 주르륵 다 모이고,
친목뿐 아니라 비즈니스적인 것도 모두 아우르는 것 같다.
특이하게 외국계 쪽은 다른 학교보다 여대 네트워크가 굉장히 파워풀하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본 적이 있었는데.
나의 추측은 과거 한국 기업에서 야망을 가지고 위로 올라가 유리천장에 막힌 여성분들이,
상대적으로 남녀평등한 외국계로 많이들 넘어가서 능력을 발휘하다 보니,
축조되어 우먼 파워가 집약된 게 아닐까 추측도 해본다.
여하튼,
난 그냥 내가 개인적으로 느낀 여대 관련 이슈에 대해서 썼는데,
신기하게 자꾸 페미니스트랑 엮어서 피드백을 받곤 한다.
사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건데 말이다.
딱히 여대와 페미니스트를 연결해서 뭘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개인적으로,
애매한 남성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사람은 또 다른 버전의 가부장제이자 공짜 도덕적 우월감을 가지는 사람이라고도 생각하기도 한다.
난 그냥 순수 경력 관점에서 관찰한 것을 공유해본다
'일반 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게임스톱에서 나오는 마진콜 얘기들 (0) 2024.01.23 ‘정해진 미래, 대세상승장이 온다’를 보면서 떠오른 생각들 (1) 2024.01.22 유동성 그리고 자산 인플레이션 시대를 몸으로 느끼며 (0) 2024.01.22 비트코인, 일론형 감사하고요 요사이 변화들 (0) 2024.01.22 1720년 공매도, 1845년 금리인상 (0) 2024.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