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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스톱에서 나오는 마진콜 얘기들일반 정보 2024. 1. 23. 01:11
# 게임스톱
주식 조금 관심 있으면,
게임스톱 주식을 둘러싼 헤지펀드 vs 로빈 후드 개인투자자 대격전에 대해서 들어봤을 것이다.
게임스톱 사태란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이용자들을 필두로 월가의 투기세력에 전쟁을 선포한 것이 발단이다. 이들은 공매도 비중이 높은 종목을 집중 사들여 주가 하락에 배팅한 헤지펀드 등 기관에 막대한 손실을 입히려고 한다. 태풍의 중심에 있는 미국 비디오게임업체 게임스톱의 주가는 1월 26일 92.71%, 27일 134.84% 폭등했다가 28일에는 44.29% 감소한 뒤 다음날 다시 67.87% 급등하는 전례 없는 '널뛰기 가격'을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게임스톱 헤지펀드들의 손실 규모는 지난 기준 29일 기준 197억5000만달러(약 23조원)에 이른다고 CNBC는 보도했다.
요약하자면,
헤지펀드는 게임스톱을 공매도했다.
공매도 포지션은 가격이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이익을 보는 구조이다.
왜냐하면,
공매도라는 것은 내 손에 없는 것을 파는 것이다.
주가하락을 노리며 가상의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넣는 파생투자기법인 공매도는 주로 주가가 단기급등한 종목을 대상으로 삼는다.
내 손에 없는 100짜리 주식을 일단 팔았다.
없는 주식을 줘야 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주식을 사면 된다.
그런데,
내 손에 없는 100원짜리 주식을 팔았는데,
시장에서 그 주식이 50원에 살 수 있게 됐어.
아싸!
100원에 팔아서 수익 100원이 생겼고,
주식 50원짜리를 사서 주니,
남는 것은 50원이다.
그런데,
반대로.
100원에 팔아서 수익 100원이 생겼는데,
주식을 사서 주려고 하니,
1,000원인 거야.
이미 100원에 팔았는데, 구해줘야 할 주식은 1,000원.
지금 게임스톱 상황이다.
공매도 한 헤지펀드는,
주식이 오르면 오를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이다.
그리고 지금 월스트리트 상황이다.
미국 헤지펀드들이 개인투자자와의 공매도 전쟁에서 패해 올해만 100조원이 넘는 손실을 봤다. 게임스톱 등 헤지펀드가 공매도한 주식을 개인들이 집중 매수해 주가가 폭등했기 때문이다. 상당수 금융회사가 마진콜(손실이 커져 추가 증거금을 내야 하는 것)에 내몰려 뉴욕 금융시장 전체가 요동치고 있다. 금융지식과 소셜미디어로 무장한 개미들이 월스트리트 권력 구도를 바꾸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 마진콜이라
자 여기서도 마진콜이란 게 등장한다.
오케이,
마진콜은 뭐냐면 흐음.
먼저 손익에 대한 개념이 있어야 한다.
손익이야 누구나 뭔지 알겠지만,
한 겹 벗겨보면 조금 다르다.
손익은 평가값과 현금으로 나눌 수 있다.
(손익 = 평가값 + 현금)
무슨 뜻이냐면.
당신이 현금 1,000만원이 있었어.
1,000만원(손익) = 0(평가값) + 1,000만원(현금)
삼성전자를 1,000만원어치 샀어.
1,000만원(손익) = 1,000만원(평가값) + 0(현금)
삼성전자가 가격이 두개 되었어.
2,000만원(손익) = 2,000만원(평가값) + 0(현금)
이런 식이야.
그런데,
삼성전자 대신 마이너스 가격이 되었다고 하자.
주식은 마이너스 될 일은 없는데 그냥 삼성전자 2,000만 원어치 갚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상상하자.
-2,000만원 = -2000만원(평가값) + 0(현금)
삼성전자 평가값이 다시 3,000만원이 될 수 있다.
내가 팔지만 않으면 현금으로 확정이 안 되잖아.
그런데,
세상이 그렇게 녹록지 않다.
손익이 마이너스 면 거래 상대방은 불안불안하다.
마치,
'야! 이 형 못 믿어, 지금 평가값이 마이너스지만 내가 플러스되면 다시 준다니까'
'오 형! 믿습니다'
금융 세계가 그렇지 않다.
'형, 못 믿는 것은 아닌데, 혹시 모르니 평가값이 -2000만원 정도니까 돈 될만한거 한 1000만원 정도 미리 좀 담보로 맡겨요'
'내가 형이 야반도주할까 봐 의심하는 건 아니고...'
'와! 너 나 못 믿냐?'
'야 이 시계 가지고 줄게, 이거 가지고 있어 어! 나중에 다시 돌려줘야 해!'
여튼 그런 게 담보야.
아까 헤지펀드가 손실이 나고 있다는 것은,
현금으로 쫙쫙 터지는 게 아니고 평가값으로 손실을 보는 것이다.
헤지펀드 입장에서 존버를 해서 나중에 게임스탑 주식이 떨어져서 평가값이 플러스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마이너스에 대해 누군가는 담보를 요구한다.
그게 마진콜이다.
그리고 그 담보는 '현금'이나 '현금성'으로 박아둬야 한다.
근데 헤지펀드가 현금이 있겠어.
얘들이 현금 있으면 다 투자하고 있겠지.
그래서 단지 마진콜 때문에,
현금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인 거야.
기관들은 최근 주가 급등을 ‘거품’으로 보고 추가 공매도에 나섰다가 막대한 손실을 봤다. 헤지펀드 멜빈캐피털은 25일 유동성 위기에 몰려 27억5000만달러를 긴급 조달했다.
# 월가를 점령하라
2011년 9월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가 있었다.
2011년 9월, 미국 '자본주의의 심장'이라는 뉴욕 월가에서 'occupy wall street'(월가를 점령하라) 구호를 내걸고 반(反)월가 시위가 시작됐다. 시위대는 2008년 미국발 세계금융위기 이후 심화된 미국의 빈부 격차 문제를 성토하고, 미국 대형 금융사들의 탐욕과 부도덕성에 거세게 항의했다. 미국의 '1%'에 저항하는 '99%' 였다.
보면서도 '에휴 저런다고 뭐 달라지겠나' 싶었었다.
시위의 주축은 밀레니얼 세대였었는데,
월스트리트에 대한 분노가 대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일어선 침묵세대의 젋은이들”이라는 글을 쓴 츠야마 게이코 씨는 월스트리트 점거 광장을 찾아 “참가자의 대부분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청년들”이라고 밝혔다. 베이비 붐 세대와 1960~70년대 반전운동을 경험한 세대 등이 “전쟁 반대” “지자체 예산삭감 반대” “인종차별 반대”등의 시위에서 보던 친숙한 얼굴들은 없었다.
“금융가 등 인구의 단 1%의 사람들이 세계를 나누어 갖고 있고, 99%의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는 것은 말이 안된다.”(메릴랜드에 거주 남성, 24세)
“친구 15명과 함께 메인주에서 왔다. 가난한 사람도 살아 갈 수 있도록 자본주의를 바꾸어야 한다.”(벨기에 남성, 19 세)
“아버지가 집을 잃고 자살했다. 지금의 경제 구조를 바꾸고 싶다.”(샌프란시스코 거주 여성)
그 이후에 딱히 크게 변한 게 없었더랬지.
그런데 이번 게임스톱 공매도 역공은 정말 자본주의적으로 엿을 먹인 사건인 것 같다.
헤지펀드를 공격하는 로빈후드 이용자 절반이 20~30대라는 걸 보면,
2011년 월가를 점령하라를 전략적으로 업그레이드한 버전이려나.
로빈후드 이용자의 절반 이상은 20~30대다. 로빈후드는 현재 1,300만 개 계좌가 개설된 미국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주식거래 플랫폼이다.
# 엿 먹이는 건 재미있긴 한데
그 압도적인 힘을 가진 월스트리트 헤지펀드를 개미군단이 한 방 먹이는 게 통쾌하기도 하지만,
금융시장 관점으로 보면 좀 복잡한 심정이다.
우선,
공매도에 대항하는 개인투자자들의 무기는 단순히 게임스탑을 사는 것만이 아니었다.
옵션 거래를 통한 유동성을 올린 측면도 있었다.
개인투자자가 옵션도 하나의 무기로 사용한 것이다.
두 번째로,
지금도 유동성 부스터로 자산 시장들이 불꽃 튀기며 있는 상황이다.
시장 조정을 위해 적절한 명분이 필요한 상황이기도 했고,
기관 투자자들도 어느 정도 대비는 하면서 있었을 것이다.
단지,
공매도 헤지펀드를 공격하는 개인투자자 세력은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복잡한 시장에 새로운 팩터가 하나 나온 것이다.
알다시피 금융에서 제일 정신없게 하는 게 생각지도 않은 팩터 등장이다.
셋째,
애초에 헤지펀드가 게임스탑에 공매도 들어간 것은,
가치에 비해 가격이 높다는 나름 금융적인 논리를 바탕이긴 했을터.
반면,
아 헤지펀드 꼴 같지 않네 하고 너네 엿 먹일 거야 하고 사는 것은,
흐음 어떤 식으로든 주식 생리에 대한 왜곡이 아닌가 싶다.
게임스탑 수익률을 생각하면 제2의 게임스탑을 찾고 싶은데,
이건 테마주와는 또 다른 개념이다.
테마주야 꿈을 가지고 '드림 컴 트루!'를 생각하며 투자하는 것인데,
이건 헤지펀드 엿 먹일 수 있는 종목을 찾아야하니까 말이다.
이렇게 정보통신 발달, 쉬운 유동성 접근, 기존 앙시엠 레짐 체제에 대한 증오로 뭉친 세력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금융 시장에 영향을 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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