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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의 근무 연장 × 화상회의로 스피치 피드백일반 정보 2024. 1. 27. 01:51
# 바쁨, 매우 바쁨에 관하여
내가 바쁘면 정말 바쁜 것이다.
나는 '완벽주의 태양계'에서 거리가 매우 먼 명왕성에 있는 사람 중 하나이다.
업무가 몰려서 바빠지면,
초기 초안과 기안 쪽에 에너지를 쏟고 뒤에 디테일에는 에너지를 최소화한다.
성격이 다른 여러 가지 프로젝트가 한 번에 진행되면,
제한된 시간에 압박받으면서 얕고 넓게 일해야 하는 80% 정도 수준으로 완성하는 것에는 강하다.
내가 올린 보고서와 상사의 빨간펜으로 비유하면,
나는 상사가 빨간펜을 최대한 적게 쓰게 하는 데 특화되었다기 보다,
상사가 누구보다 빨리 초안을 받아서 빨리 빨간펜을 쓰게 만드는 데 특화되어있다.
일단 빨간펜 지적받는 것에 그다지 데미지가 없고,
차라리 빨리 피드백 받아서 반영하는 스타일로 일한다.
완벽주의 상사한테는 엄청 깨지고,
초기 아이디어와 속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상사와는 궁합이 맞는 편이다.
여하튼 그래서 여러 가지 업무가 동시에 와도 상대적으로 스트레서 없이 잘 버티는 편이다.
완벽주의가 아니니까,
그래 80/20법칙 마냥 80점 정도 수준으로 지체 없이 처리하고,
지적이나 비판을 받아도 맷집이 있는 편이라 빨리 피드백 받아서 일을 처리해 나간다.
그런데,
요새 업무 임계치를 넘고 있나 보다.
내가 재택근무 중인데,
일하는 서재 방에 이불을 깔아놓았다.
밤낮 대중없이 일하다가 그냥 방바닥에 누워 자고 있다.
일단 한글로 업무 보는 것도 양이 상당한데,
이걸 모두 영어로 또 전환해서 싱가포르와 런던에 보고 해야 하니 어랏?하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회의가 빨리 시작해야 오후 5시 경이다.
재택근무 세상 전에는 서로 출퇴근을 고려하여 좀 제약 조건이 있었다면,
지금은 서로 재택근무니 그냥 대중없이 일이 진행되는 느낌이다.
재택근무는 글로벌과 일할 일이 많은 외국계한테는 와우 좀 치명적이다.
출퇴근 시간을 아끼는 만큼 그게 몽땅 추가 업무를 하게 된다.
재택근무하면 업무 생산성이 문제일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회사 시스템이 다 열린 상황에서는 재택근무는 뭐 생산성 문제는커녕,
절대적인 양도 늘어난 느낌이다.
# 화상회의
그 와중에 중간중간 화상회의 치고 들어오는 내 딸내미,
화상회의 빌런까지.
그 유명한 BBC 장면을 찍을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초반에 방문을 잠그면,
딸내미가 창문으로 아빠 뭐 해하면서 들어오질 않나.
밖에서 쾅쾅 치고 노래 부르고 난리도 아니었다.
재택 이후 화상회의를 수십 번 하면서 몇 가지를 알게 되었다.
일단 방송인들이 말하는 카메라 마사지라는 게 어떤 메커니즘인지 알겠더라.
물론 화상회의는 카메라 마사지가 되지 않은데,
계속 말하는 내 모습을 보게 되니,
점점 조명, 옷 색깔, 머리 스타일을 신경 쓰게 되고,
말할 때 내 손동작, 표정, 말투에 대해 스스로 굉장히 많이 피드백을 받게 된다.
이건 좀 도움이 된다.
내가 이슈가 첨예해지면 말이 빨라지고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상황이면 나도 모르게 화면을 안 보고 눈동자를 위쪽으로 굴리더라고.
FBI가 사람의 심리를 눈동자로 읽는다는 게 좀 말이 되나 싶었는데,
화상회의를 거듭할수록,
100% 모든 상황에 적용되진 않지만 확실히 경향성이 크다.
매 말 한마디 한 마디에 적용되는 건 아니고,
전체 대화 중에 경향성이 생기긴 하는 것 같다.
좀 흥미롭다.
글로벌 회의에서 헤드가 좀 뭔가 마음에 안 들면 확실히 팔짱 끼고 왼쪽 아래를 보며 한숨을 쉬는 경향이 있다.
이걸 알게 된 후,
의식적으로 눈동자를 그냥 놔두려고 하고 있다.
또한,
사람이 자기 왼쪽 얼굴, 오른쪽 얼굴이 참 다르구나 생각이 들며,
왜 SNS 스타들이 특정 방향으로 셀카를 찍는지 알겠더라.
# 딸내미 사교육?
여하튼 이런 화상회의를 많이 하게 되면서 문득 들었던 생각은,
아 딸내미를 아나운서나 성우를 시켜야지 생각은 없지만,
이런 학원에 기초반이라도 보내고 싶더라.
본인 말하는 모습과 목소리를 영상을 통해 피드백을 받다 보면,
분명 여러 가지 도움이 될 것 같다.
화상회의만 봐도 확실히 많이 해본 사람과 안 해본 사람 간의 차이가 크다.
처음으로 화상으로 회의 들어오신 분들은,
굉장히 시선 처리부터 손동작이고 뭐고 굉장히 부산하다.
반면,
매번 회의 참석하시는 분은 평온 그 자체.
심지어 상대의 스피커 상태까지 고려하여 적당한 톤으로 굉장히 또박또박 말씀하신다.
특히 말끝 같은 것을 흐리지 않고 어미까지 또렷하게 발음하신다.
왜냐하면,
초반에 목소리나 발음이 부정확하면 사람들이 잘 안 들립니다라는 피드백이 쏟아지거든.
코로나가 완화되어도 아마 회상회의가 이제는 대중적으로 자리 잡을 것 같다.
생각보다 굉장히 편리하고,
회의 집중도도 좋다.
한 화면에 모든 사람의 얼굴이 다 나오다 보니,
딴짓을 할 엄두가 안 난다.
누구나 날 볼 수 있다는 생각에 회의가 지루하다고 노트에 낙서하거나 핸드폰 딴짓을 거의 못한다.
더불어,
사람들 자체도 이런 상황에서 계속 주저리 떠들기가 부담스러운지,
다들 깔끔하게 할 말하고 정리하는 경향이 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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