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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권, 흥국생명도 한 번 해볼까? #1
    일반 정보 2024. 1. 18. 02:32
     
     

    # 채권 별거 없다

    채권 금융 초보를 위한 글이니 시작부터 다시 반복한다.

    채권 발행은 뭐다?

    발행하는 사람이 돈을 빌리는 것이다.

    한전채 또 5.99%로 발행…"회사채 시장에 부담"

    그러면 30년짜리 채권 발행은?

    돈을 빌려서 30년 동안 쓰다가 30년 후 갚겠다는 것이다.

    그럼 30년 국채 발행은 무슨 뜻이냐고?

    '국'가가 30년 동안 돈 빌리는 것이다.

    지방채 발행은 '지방'정부가.

    회사채 발행은 '회사'가 돈을 빌리는 것이다.

    그럼 외화채는 뭘까?

    원화를 빌리는 게 아니고 외화를 빌릴 때 외화채를 발행한다.

    “외화채 조달 물꼬 텄다”..신한은행, 캥거루 채권 4억달러 발행 성공

    신한은행이 호주달러 4억불(미화 2억6000만불 상당) 규모의 캥거루 채권 공모를 발했다. 최근 국내외 자본시장 경색에 따른 조달여건 악화에도 불구하고 한국계 금융사의 조달 재개의 물꼬를 텄다.

    신한은행이 호주달러 4억 달러를 빌리는데 성공!

    했다는 것이다.

    호주! 발행! 성공적!

    로맨틱하게 발행 성공적!

    발행 성공 = 아싸! 돈 빌렸다.

    캥거루 채권은 또 뭐냐고?

    채권 발행 국가 통화(어떤 통화를 빌리는 냐)에 따라붙는 별명인데.

    인터넷 밈으로 특정 나라들을 깔 때나 극찬할 때 국가 별칭을 쓰잖아.

    그거랑 별 차이 없음.

    역시 천조국 형님들! (미국)

    뻐킹 김치맨! (한국)

    불곰국 성님들 역시! (러시아)

    금융 채권 동네도 비슷한 이름 짓기해.

     

    금융 이렇게 보면 별거 없다.

    금융이라는 시스템 자체가 결국 사람이 만든 거라 꽤나 복잡해 보여도 결국 서로 욕망과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뭐 사람이 만들었다고 사람이 제대로 이해할 순 없긴 하지만.

    근본으로 들어가면 일반 사람들도 필요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분야다.

    물리학 세계는 당최 조물주나 신이 도대체 왜 이렇게 설계했는지 이해가 안 가잖아?

    아니 도대체 중력은 왜 이런 시스템으로 설계했고,

    양자는 왜 이따위로 움직이지 이해 안 가는 게 당연한데.

    채권 시장?

    솔직히 그냥 돈을 극한으로 잘 빌릴 수 있게 만든 시스템이다.

    돈 빌리고 싶다, 절실히 빌리고 싶다.

    이거 금융의 금자 몰라도 이해할 수 있잖아?

    금융 초보 분들은 금융에 뭐 담대하고 심오한 의도가 있는 분야가 아니니 요상한 용어로 현혹해도 현혹되지 마시길.

    # 신종자본?

    흥국생명 사태를 좀 볼까나,

    신종자본채권 얘기가 나온다.

    전문적인 지식을 알려주려는 게 아니고 이게 도대체 금융권에 어떤 느낌의 사건인지 에세이를 써볼게.

    국내 금융회사들이 잇달아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서고 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高)’ 여파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선제적으로 자본을 확충해 예상치 못한 위기에 대비한다는 취지다.

    일단 신종자본? 이라는 기괴한 것을 이해해야 한다.

    금융의 본질은 그냥 돈 어떻게 땡겨오냐다.

    주식, 채권 결국 다 돈 땡겨오는 도구들이다.

    주식은 회사의 소유권 팔아서 돈 땡겨오는거고.

    어떻게 돈을 땡겨왔냐에 따라 자본, 부채 어쩌고 하는 것이다.

    네가 누구한테 돈을 빌려줄 때,

    그 녀석이 알고 보니 여기저기 돈을 빚지고 있으면 빌려주기 싫잖아 그치?

    왜냐하면 부채가 많거든.

    근데,

    얘가 갑자기 그러는 거야?

    그놈 : '아 이거? 나 빌린 거 아냐? 안 갚아도 되는 돈이야?'

    나 : '뭐야 그런 게 어딨어?'

    그놈 : '이거 내 후원자들이 그냥 준거야, 잘되면 배로 갚으라며'

    나 : '...'

    갑자기 돈 빌려줘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친구들한테 갚아야 할 돈을 빌려 사업하는 애보다는,

    친구들이 '이야 너 잘 될 것 같아, 나중에 갚아' 하는 돈 받아서 사업하는 애한테 돈 빌려주기 마음 편하지.

    아직도 이해 안 가면,

    로또 사서 친구한테 주는 걸로 비유해도 되겠네.

    친구가 로또 하나사달라고 해,

    너는 두 가지를 할 수 있지.

    (A) 로또 10장 주면서 로또 이거 10,000원인데 내일 10,000원 갚아

    (B) 로또 10장 주면서 '아아, 그냥 이거 줄게 대신 1등 하면 1억은 줘라' 하는 것이다.

    그런 차이다.

    당신이 느끼기에도 갚아야 하는 부채보다는 잘되면 쏘는 자본이 좋잖아.

    회사들도 마찬가지다.

    채권을 발행한다는 돈을 빌린다.

    돈을 빌리는 것은 부채다.

    채권을 발행할 때마다 부채 스탯이 쌓이는 거야.

    삐삐빅 '노모벳 부채 +7 증가, 현재 부채 98, 부채가 100이 넘어가면 Jot됩니다'

     

    그러니,

    돈은 필요하고 부채 포인트 안 오르는 게 필요한데,

    그게 신종채권이다.

    채권인데 자본으로 인정됨.

    뭐랄까.

    신종자본은 '돈을 꼭 안 갚아도 되는데, 돈을 갚을 수밖에 없는 거'라고 해야 하나.

    부채와 자본 사이의 애매한 무엇이다.

    그래서 이름도 신종채권이고 아래와 같은 이유로 발행하는 거야.

    금융회사들이 앞다퉈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서는 이유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다. 주요 금융사의 BIS 비율은 지난해 말부터 하락세다. 회사채 시장이 경색되자 은행들이 기업 대출을 늘린 영향이다. 우리금융의 BIS 비율은 작년 말 15.05%에서 올해 6월 말 14.23%로 낮아졌다. 국민은행(17.47%→17.43%), 신한은행(18.18%→17.94%)의 BIS 비율도 일제히 떨어졌다.

    저런 비율은 머리 아프면 그냥 부채 관련 스탯이라고 생각하면 됨.

    당신 비만도 마냥, 기업의 부채 관련 지표들이라고.

    신종자본증권 발행하면, 당신의 비만도가 떨어지듯 이런 비율들이 좋아져서 발행하는 거야.

    # 흥국생명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이번에 문제 된 것은 신종채권이다.

    채권이 문제가 되었다 하면,

    채권 발행 = 돈을 빌리는 것이기 때문에,

    빌린 이자를 못 주든지,

    빌린 원금을 못 갚든지로 생각될 것이다.

    강원랜드는 빌린 원금을 못 갚냐라는 문제와 관련된 사태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좀 다른 문제다.

    채권 발행은 돈을 빌리는 것이지만,

    신종채권은 여기에 또 다른 조항이 있어.

    콜옵션.

    콜옵션 행사 시기 어쩌고저쩌고 있지?

    그거야.

    자세히 읽을 필요 없다.

    콜옵션은 그냥 돈을 5년 경과한 날부터 갚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즉,

    흥국생명은 30년 동안 너한테 돈을 빌릴 건데,

    돈 빌린 지 5년 지난 후에 흥국생명은 너한테 돈을 갚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거지.

    먼저 두 가지 의문이 들 수 있다.

    첫째, 아니 이게 콜옵션이 왜 있는데?

    두 번째, 아니 이게 왜 문제인데?

    첫째,

    30년 동안 돈 빌렸는데 5년 지난 후 갚을 수 있다고 했고,

    5년 되면 늘 상 갚아왔어.

    그러니 사람들은 그냥 30년이라고 봐도,

    '아 저거 5년 정도 빌려주면 되겠네'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럼 차라리 5년 빌리는 채권을 발행하면 되지 뭐 하러 이렇게 귀찮게 해?

    5년 만기 채권 발행하는 거랑,

    30년 만기 채권인데 5년 콜옵션(5년에 갚을 수도 있고 안 갚을 수도 있고) 거랑 무슨 차이지?

    5년 만기 채권은 그냥 부채지만,

    30년 만기 채권인데 5년부터 먼저 갚아도 되고 안 갚아도 되면,

    부채도 아니고 자본도 아닌 애매작약한 상태가 된다.

    2012년 사례가 있다.

    원금을 갚지 않아도 되는 빚인데, 원금을 갚지 않을 수는 없는 빚이 있다면, 이것은 빚인가, 아닌가? 참으로 알쏭달쏭한 질문이다. 이상한 빚에 대한 이야기를 지금부터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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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에어가 발행한 채권은 만기 30년짜리다. 흔히들 ‘영구채’라 부르는데 ‘신종자본증권’의 한 종류다. 그렇다면 만기가 길어서 자본으로 분류할 수 있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영구채는 만기 때마다 회사의 뜻에 따라 상환하지 않고 30년씩 연장해나갈 수 있다. 원금을 갚지 않고 이자만 계속 물어도 되기 때문에 자본으로 인정해준다는 이야기다.

    .

    10년 전 영구채를 둘러싼 논란이 크게 일었던 적이 있었다. 2012년 당시 두산인프라코어가 기업으로서는 최초로 영구채 발행 계획을 밝혔다. 이때 몇가지 발행 조건 때문에 자본 인정 여부가 꽤 큰 화제가 되었다. 회계기준원과 금융당국은 오랜 시간 논의에도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결국 이 사안을 국제회계기준위원회에까지 가지고 가서 얻어낸 결론은 ‘자본 인정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이후 많은 기업이 사실상 만기 있는 채권을 발행하면서 신종자본증권이라는 이름을 붙여 자본 확충 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오케이 여기까지 뭐 그렇다 치는데,

    도대체 흥국생명이 뭔 짓을 했길래 이 난리인가?

    신종채권 발행 세계에서 불문율을 어긴 것이다.

    불문율.

    롤로 따지면,

    라인과 포지션에 대한 불문율을 흥국생명이 제멋대로 파괴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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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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