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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유튜브 알고리즘 신이 나 잘릴까 봐,
회사 쫓겨나면 치킨집을 차리라고 그러는지 홍석천의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 이런 게 추천으로 뜬다.
뭐 내용이야 그렇구나 고개 끄덕끄덕했는데,
좀 재미있게 다가온 부분이,
'제가 이런 얘기 하면 꼰대라고 얘기할 건지... 모르겠지만' 부분이었음.
프랜차이즈 박람회에 초청되어 와서 강연을 하는 입장인데도,
'꼰대'라고 불리는 것에 신경을 써야 하니 말이다.
근데 프랜차이즈 박람회에서 홍석천이 저런 얘기 한다고 누가 꼰대라고 하겠어?
홍석천 얘기 들으려고 온 사람들인데 말이야.
꼰대라는 것은 굉장히 상대적인 개념이 섞여있다.
내용보다는 발화자가 누구냐에 따라 꼰대냐 아니냐가 결정된다.
'성공의 필수 조건, 제 생각엔 가장 기본은 하루에 최소 한 번 이빨 닫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여러분 너무 하찮죠. 하지만 이 작은 행동으로 그 사람의 변화는 시작합니다'
따위 얘기라도 이재용이 미소 없는 진지한 얼굴로 해봐라,
그게 꼰대의 상이겠는가?
# 부동산 재테크 꼰대 차장
그런 측면에서 보면,
사람마다 개개인이 느끼는 주변 꼰대 비율은 차이 날 수밖에 없다.
내가 느끼기에 꼰대가 많다면,
(A) 내가 보기에 별거 아닌 양반이,
(B) 내 인생에 가타부타 왈가불가
하는 두 가지 충족되는 상황이 많다는 것일 것이다.
(A)는 아마 직장 상사에게서 많이 볼 것이다.
요새는 대부분 MZ 관점에서는 직장 상사는 별거 아닌 양반 카테고리에 빠질 확률이 높다.
시대마다 리스펙트 하는 사람의 유형들이 달라지고 뭐 그러니까.
'라떼는 말이야' 에피소드가 하나 떠오른다.
신입사원 시절,
회사에서 아싸 취급당하는 차장 한 명이 있었다.
어느 정도 심했냐면,
과거에 서열대로 자리에 앉았는데 신입사원 보다 더 문쪽에 앉히거나,
부장들이 너는 그냥 다른 거 하지 말고 그냥 놀아 취급이었다.
근데 이 양반이 뭔 재주가 있었는지,
부동산 재테크를 잘해서 4~5채가 있고 주식도 꽤 짭짤하게 잘했던 거 같아.
지금으로 보면,
'와! 차장님 리스펙트! 저에게 재테크 비공을 알려주세요' 하면서 밑에 애들이 따를 것 같았는데,
안 그랬거든.
신입들이 리스펙트 하는 것은 그냥 회사에서 굉장히 잘나가는 ACE 차장이었음.
소위 말하는 일 기깔나게 잘하고 윗사람들 눈에 하트 뿅뿅.
지금 기준으로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될 거 아냐?
멘토로 삼으려면 부동산 재테크의 화신 차장을 삼아야지,
뭔 회사에서 꼰대 ACE 차장이여.
근데 그 당시에는 그럴 수 있을 것 같긴 함.
물론 집이 여전히 비싸긴 했는데 월급 대비로 하면 지금처럼 미쳐돌아가는 수준은 아니었다.
2001년 기사를 하나 가져오면.
지난해 서울의 근로자 소득 평균치를 2400만원으로 잡고 주택가격 평균치를 1억 9000만원으로 볼 때 서울에서 집 한 채를 사려면 근로자가 평균 7년 11개월치의 월급을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합니다.
딱 20년 후인 2021년 기사를 보면,
서울 중산층, 월급 17.6년 모아야 내 집 마련
즉,
예전에도 집은 비쌌지만,
대기업에 잘나가서 임원 달고 그러면 충분히 다 따라잡을 수준이었다.
난이도로 따지면,
대기업에 별 달기 > 대출로 다주택자.
대기업에 임원 되긴 당연히 힘들지만,
지금은 임원 달아도 다주택자 승리 아니겠는가.
그러하다 보니,
옛날 옛적에는,
대기업에 별 달만 한 사람이 대출 다주택자보다 리스펙트를 받았어.
그럼 인제,
둘이 후배들한테 충고랍시고 얘기했다고 보자.
대기업 ACE 차장은 그냥 멘토고,
아싸 부동산의 신 차장은 꼰대가 되는 거야.
애들이 부동산에 관심 없을 때니까,
백 날 부동산 관련 좋은 얘기해 봐라,
'아놔 이 꼰대 그냥 얌전히 술 마시지, 뭔 부동산 얘기여 관심도 없는데' 이렇게 되는 거지 뭐.
# ACE 차장
반면 당시 ACE 차장은 무슨 얘기를 했을까.
지금 기준으로 보면,
'와 이거 상꼰대 중에 극상이구만' 소리 들을 만한 얘기나 하고 앉아있었다.
'출근은 누구보다 일찍 나오고, 퇴근은 다 나간 다음에 불 끄고 나가야 하고'
'윗사람 눈치를 잘 보다가 윗사람이 막타 먹으려 할 때 양보해 줘야 하고 블라블라'
이런 얘기를 경청들 하시더이다.
그때 나는?
흐음.
내가 MBTI가 ENTP인데,
모범적인 ENTP답게 초반에 사회화 안되고 개기다 찍혀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중이었다.
생각하니 억울하다,
지금은 MZ 세대는 원래 그래하면서 이해하려고 하잖아?
난 지금 기준 그냥 딱 선량한 MZ 세대처럼 행동했을 뿐인데,
거의 회사에서 적출되기 직전이었다.
내가 지적받았던 것을 떠올리면,
'아니, 노모벳씨, 아침에 출근하고 퇴근할 때 팀 사람들에게 인사하는 게 예의야'
당시에는 그냥 마주치면 인사하고 안 보면 그냥 안 하는 거지 뭐 하러 하나하나 인사를 해?
'근데 진짜...노모벳씨, 신입사원이면 출근 최소한 30분 전에는 해야 합니다'
회사 근처에서 아침밥 먹고 출근 시간 안되면 커피 마시면서 버티다가 정각에 들어갔었지.
'ShiVhal 모벳이 종간나새끼야, 하라면 그냥 해, 뭐가 왜야 왜?'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야근 지시, 내가 잘못 안 한 거 같은데 반성문 쓰라는 지시, 타부서와 시비 붙어서 사과하라는 지시 등등에 대해.
당시 ENTP 특유의 개김,
특히 내 팀장이 거의 성격이 지랄 맞고 공포의 대상이라 더더욱 개겨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있었던 거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말도 안 되는 명분을 가지고 있었다.
'다 너 무서워할 것 같지? 나는 아니야, 나 승진도 관심 없고, 해외 주재원도 관심 없고, 보너스도 관심 없어, 나 어떻게 굴복시킬래' 같은 망상을 하고 있었다.
근데 내가 참 운이 좋았다.
팀장이 개꼰대였긴 했지만,
그 당시 꼰대 특유의 내가 내 사람 욕은 해도 남은 하면 용납 못함.
덕분에 사람 새끼 될 때까지 코리안 스타일 멘토링 받으며 적응했다.
아직도 가끔 보는데,
내가 허리 90도로 인사만 해도 '와, 이 새끼 사람 새끼 되었네'라고 하는 걸 볼 때마다,
내가 당시 그렇게 폐급이었나 싶더라.
사실 기억이 잘 안 나거든.
# 꼰대와 개인주의
요새 뭐만 하면 MZ 세대래라고 하고,
또 한 쪽은 뭐만 하면 꼰대래?라고 한다.
어차피 내 친구들이나 선후배는 딱 꼰대 소리 들을 세대이긴 한데,
이런 현상에 재미있는 부분들이 관찰된다.
뭐만 하면 꼰대래라고 걱정하는 친구들이 보인다.
내 기준에 꼰대의 반대편은 또 좋은 쪽보다는 무관심한 개인주의가 있는 것 같다.
꼰대라는 것은 결국 선후배, 직장 상하 관계에서 발생되는 개념이기에,
애초에 뭘 하든 신경 전혀 안 쓰면 사실 꼰대냐 아니냐에 대한 판단 대상도 아니게 된다.
그래서 그 반대쪽은 개인주의라고 생각된다.
원래 꼰대인 사람은 '뭐만 하면 꼰대래' 같은 거 신경도 안 쓸 거고,
개인주의자들도 꼰대라고 하든 말든 애초에 관심도 없을 것이다.
사실 나도 굉장히 개인주의인 사람이라,
남에 인생에 그다지 관심도 없고 왈가불가 가타부타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애초에 친구나 가족에게도 뭘 하든지 딱히 조언이나 참견에 관심 없고,
뭐 원하면 조언 정도는 해주겠지만,
뭘 선택하든 개인이 알아서 책임져야지라는 생각이 강한 것 같다.
문제는 저 중간에 있는 진짜 호인들이다.
즉,
일부 꼰대 같기도 한데 후배들, 직원들의 미래에 대해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고 잘 되길 바라는 사람들.
하지만,
조언이나 멘토링 등을 애매하게 하다 보면 간섭하는 꼰대가 되기 십상인 사람들.
단지 말로만 주절주절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여러 방면으로 도움을 주려는 사람들.
MZ세대라는 것을 분석하고 공부하고,
그에 맞는 조직을 바꾸려는데 열성적인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오히려 '뭐만 하면 꼰대래'라는 것을 걱정한다.
나 같은 사람은 워낙 마이웨이라서 조직이 꼰대든 말든 신경 안쓰고 적당히 개기다보니,
조직이 뭐 바뀔 일 있겠다.
어째든,
지금 이런 '뭐만 하면 꼰대래' 분위기를 오히려 가장 걱정하는 사람들이다보니 아예 개인주의 모드로 빠지는 것 같다.
꼰대와 개인주의 중간영역에 있는 참어른 호인들이다 보니,
'젊은 친구들이 싫어한다고? 흐음 그래 가만히 있어야겠어' 모드가 된다.
저 위에 홍석천 같은 걱정을 하면서 얘기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확실히 예전보다 '그래 각자도생이지 뭐' 하면서 본인을 과소평가하며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진 듯하다.
분명 이런 형태의 고전적인 조언이나 멘토링을 필요한 사람들도 있긴 할 텐데,
어쩌겠나 세상이 이렇게 된걸.
한편,
대부분 대기업에 있는 꼰대 레벨의 사원대리를 보는 눈높이는 상당히 낮아졌다는 것은,
과거 100에 대한 기대치가 지금은 한 30정도로 낮아졌다고 해야하나.
팀에 일이 있어서 야근만 해도 뒤에서 '와, 그 친구 팀 업무 있어서 알아서 야근하더라구' 칭찬을 하더라구.
그러니 야망 있는 어떤 MZ에게는 기회일 수도 있다.
과거에 아침에 한, 두 시간씩 일찍 나와야,
'호오 좀 싹수 있군 엣헴' 했던 것들이,
한 30분만 나와도,
'요새 젊은 같지 않구먼 엣헴' 할 정도로 소위 A급의 기준이 확 낮아지긴 한 것 같다.
뭐 여하튼 돌고도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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