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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 그리고 여대 취업에 관한 루머들을 보며일반 정보 2024. 1. 23. 01:21
# 여대?
입시 시기가 되면 특정 게시물에 여대에 관한 질문이 올라온다.
2014년에 페북에서 유행했던 대기업 인사팀 18년 차 양반이 여대에 대해서 쓴 글을 인용한 것 때문이다.
시간이 좀 지난지라 여전히 100% 유효한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유효한 이야기들이 꽤나 있다.
여하튼,
이 글에는 여대에 관한 내용이 있어서 인용했었다.
5. 여자라면 이대나 숙대 적극 추천합니다.
- 이대 숙대 예전같지 않다고 입학점수 떨어졌다고 해도 문제는 사회에서는 여전히 이대,숙대 여대출신을 선호합니다. 저도 왜 그런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인사담당자들이 이대 숙대라면 일단은 점수를 후하게 주는 경우가 너무나 비일비재합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여자들을 뽑을때 이상할정도로 이대나 숙대출신을 선호하는 경향이 암묵적으로 강합니다. 원서를 접수하고 교수추천을 하더라도 여대는 공정하게 여자들끼리 경쟁이라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남녀공학 명문대가 아닌 일반수준의 대학을 나오면 같은 점수라면 무조건 남자만 뽑습니다. 하지만 여대는 남자라는 변수가 없어서 오히려 더 취업이 수월한 경우가 많습니다. 사회에서 가진 고정관념이 여전히 지배하고 같은 대학이면 남자를 뽑는 풍토도 강한 현실에서 여대는 차라리 대안이 됩니다. 졸업해보면 사실 차이가 확연히 벌어집니다
이 인용 부분 때문인지 여대 진학을 고려하는 학생들이 검색하다가 들어오는 것 같다.
대부분 여학생들의 기업에서의 여대 이미지에 대한 불안한 질문들이다.
몇몇 댓글 문의를 보면,
'정말 여대 이미지가 안 좋나요?'
'페미 때문에 기업에서 선호하지 않나요?'
'인사팀에서 여대는 필터링한다는 얘기가 있던데요'
여튼 이런 류의 질문들이다.
우선,
사실 나는 인사부나 인사팀 출신이 아니라 당연히 채용 담당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최소한 채용에 큰 영향을 끼치는 면접관으로 많이 들어가는 입장에서 두 가지 의문이 든다.
첫째, 도대체 이런 여대 관련 루머는 언제 어디서 나오는 거지?
둘째, 출처가 인사팀이라는 인사부 채용 담당자가 이런 얘기를 지인들에게 한다고?
자 왜 이런 의문이 드는지 좀 풀어볼게.
# 첫째
첫째, 도대체 이런 여대 관련 루머는 언제 어디서 나오는 거지?
페미니즘 때문에 여대 졸업생은 채용에 불리하다?
일단 보통 채용 과정은,
입사지원 & 필기(인사팀 채용담당자) -> 실무 면접(현업 실무자) -> 임원 면접(임원)
정도로 요약이 된다.
기본적으로 나는 실무 면접부터 임원 면접에 의견을 넣는 정도 위치에 있다.
실무 면접 후에는 면접관들과 이런저런 의견을 당연히 주고받는다.
학벌은 당연히 플러스 요소다.
하지만 반대로 마이너스 요소로 되는 케이스는 그렇게 많지는 않다.
예를 들어,
'오 이 친구 학교도 이렇고 학과 도 이렇고 굿이에요.' 의견을 나눠도,
'흐음 이 친구는 학교가 이래서 마이너스를 줍시다' 의견을 나눈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학벌을 전혀 안 본다 개념과 다른 것이다.
유리한 포인트를 가져가는 거지,
학교 자체로 0포인트를 줄지언정 마이너스 포인트까지 애써서 주진 않는다는 것이다.
그 말인즉슨,
딱히 여대라고 '우와! 여대다! 여대! 면접관 여러분 여대+페미 마이너스 줍시다 마이너스!' 이러진 않는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차별이 전혀 없냐?
그건 또 아닐 것 같다.
여대라서 차별이라기보다 남자 직원을 더 선호하는 경향성은 여전히 있다.
과거에 비해 정말 많이 없어진 것 같다.
최소한 속으로 남자 직원 뽑아야지!라고 생각할지언정,
예전처럼 당당하게 입 밖으로 '남자 직원을 뽑으시다' 이런 사람도 보기 힘들다.
이런 현상은 아이러니하게도,
밀레니얼세대 등장과 꼰대 문화가 점점 없어지지 것과도 연관이 있는 것 같다.
과거에 남자 직원을 선호했던 이유는 한 마디로 군대 이등병 뽑듯 굴리기 좋다는 점이었다.
막 야근 시키고,
허드렛일 시키고,
밤에 데려가서 진창 새벽까지 술 마시고,
쌍팔년도 군대 선임과 후임 관계 마냥 말이다.
하지만,
점점 밀레니얼세대가 들어오면서,
남자라고 그런 식으로 부려먹을 수 없는 시대 아닌가.
그래서인지,
딱히 남자 직원을 꼭 선호하는 경향성이 확실히 줄어든 느낌이다.
예전에 부장들이 면접 갔다 오면,
'크아, 해병대 출신이더라고, 이런 애들은 까라면 까고, 마! 정신력이 어! 우리 때는 말이야 3일 철야했는데!'
'아, 인상이 뚝배기 같은 친구 같더라고. 묵묵하고 우직하게 일할 친구야. 진국! 진국!'
이런 기준으로 뽑는 사람도 있었던 것 같다.
기억을 떠올리면,
남자 직원 선호는 결국 그냥 야근비도 제대로 안 주고 막 굴리고 싶은 회사들의 니즈였던 게지.
여튼,
내 경험이 다가 아니겠지만,
내 지인이나 내 또래 정도는 대부분 사람 뽑는 문제로 상당히 고민이 많다.
술자리에서도 이런저런 얘기를 하곤 하는데,
사실상 딱히 여대가 이슈로 올라온 적은 없었다.
그냥 남녀 떠나 밀레니얼 세대는 좀 다르다 정도가 고민인 듯싶더라.
물론 나도 한정된 사람들로부터 한정된 경험을 공유한지라,
일반화 하긴 힘들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나부터 내가 아는 지인들은 딱히 여대인지 아닌지 찾으면서 열심히 마이너스를 주진 않는 듯하다.
좀 더 솔직하게 얘기하면,
면접위원끼리 후보자들 관련 얘기하는 자리에서,
'OO씨는 여대 출신인데, 요새 여대는 페미니즘이 심하잖아요. 여대 나왔으니 극렬페미니스트가 아닐까요? 일단 혹시 모르니 제쳐두죠. 여기 면접관님들 동의하시죠?'라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저 자리에 있는 사람이 저런 생각을 하면서 팀을 이끈다고?' 생각만 들 것 같다.
# 둘째
둘째, 출처가 인사팀이라는 인사부 채용 담당자가 이런 얘기를 지인들에게 한다고?
그래서 저런 여대에 대한 루머를 어디서 들었냐고 하면,
이런저런 커뮤니티에서 많이 접했다고 하고,
커뮤니티 글을 보면 '내가 아는', '친한' 인사팀 지인에게 들었다고 한다.
그럼 나는 인사부 채용 담당자가 정말 저런 얘기를 지인들에게 했다고? 놀라게 된다.
왜냐고?
음 일단 회사 인사부, 비서실 소속 친구들은 좀 달라.
워낙 회사 내 중요한 사항들을 다루다 보니,
입이 아주 묵직하고 믿을만한 친구들을 고르고 골라서 데려간다.
누가 봐도 '이야, 이 녀석은 정말 뼛속까지 회사 DNA에 맞는 친구구먼!'
그런 친구들이 지인에게 '우리 회사는 페미니즘 때문에 여대는 걸러!'라고 얘기한다는 게 상상이 잘 안 간다.
뭐 물론 예외는 있겠지만,
대기업일수록, 회사 조직이 잘 되어있는 조직 채용 담당자가 비공식적인 논란이 있을만한 사안에 대해서 얘기한다는 것은 보기 힘들다.
심지어 같은 회사 사람들에게도 미묘한 채용기준이나 승진 기준 등에 대해서 절대 얘기 안 하는 판에 말이다.
그래서 차라리,
실무 면접관들 입에서 '나는 페미니즘 때문에 여대 안 뽑아'라면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은 든다.
실무 면접관들은 뭐 본인들 각자 기준들이 있을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회사 전체 인재상을 그리는 인사부 채용 담당자가 '나는 페미니즘 때문에 여대 안 뽑아'라는 건 쉽게 믿기지 않는다.
내부적으로 비공식적으로야 그런 생각을 하는 회사가 있을 수 있겠지만,
약간 꺼려 한다 정도?
그것도 페미니즘 때문이라기보다 남성을 선호하는 경향성 때문에 나온 케이스일 경우가 대부분일 거고.
'공공연하게 우리는 여대를 차별한다'가 외부에서 알 정도인 회사라면 안 가는 게 낫다.
일단 공표되지 않은 비공식적인 채용 기준을 외부에 떠벌릴 정도면 인사팀 조직이 개판인 거고,
단지 페미니즘 하나 때문에 여대 안 뽑는다라는 정책이 있는 회사라면,
남녀 떠나서 밀레니얼 세대 눈에 딱 봐도 시대에 뒤떨어지는 꼰대 문화가 정착되어 있을 걸.
# 세대별 이미지?
여러 인터넷에 떠도는 루머 중에 '모 대기업 임원들이 여대는 서류 광탈시키라고 했다'라는 얘기도 떠도는데.
흐음 사실인지 아닌지 난 모르겠으나.
오히려 여대는 지금 임원 꼰대 나이급들에게는 고평가되어 있지.
그 시대 양반들에겐 여대에 대한 좀 로망이라고 해야 할지, 그런 환상이 있던 터라.
가끔 고3 자녀 껴 있는 부서장들과 얘기하다 보면,
'딸아이한테 비슷한 성적이면 여대 가라고 했더니 질색팔색하더라' 그러면서,
'요새 친구들은 여대를 상당히 기피하더라고'.
이런 얘기 자체가 소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얘기하는 임원들이 여대를 거른다는 것과 동떨어져있다.
그냥 이 양반들은 여전히 옛날 여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거지 뭐.
나 정도 직급 되는 사람은 좀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경험 차이가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학창 시절에도 이상하게 '여대'의 이미지에 대해 건방지다 공주병이다 이런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여성뿐인 시험 기간이나 과제하는 것을 옆에서 보면 많이 치열하구나 생각이 들기도 했고.
남녀 공학, 특히 남초가 심한 공대에서는 좀 인기 있는 여학생들 과제하기 참 편할 때도 많았던 듯하다.
복학생 선배의 아주 지나친 과제 헌신?
요즘 세대는 완전히 다른듯하고 말이다.
고3 있는 친척들과 얘기해보면,
어른들은 성적이 아주 차이 나지 않으면 여대를 추천하고,
정작 수험생은 최대한 여대는 안 가려 하고.
세대 간 온도차가 큰 것 같긴 한데,
일단 수험생이나 20대들 사이에 퍼진 여대에 대한 루머는 굉장히 과장이 많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10, 20대 사이에서는 남녀 갈등 때문에 페미니즘에 관한 것이 부각될 수 있겠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남녀 문제보다는,
그냥 기성세대와 밀레니얼 세대 간 차이에 대한 고민이 훨씬 크고,
페미니즘이라는 것도 그냥 밀레니얼 세대에 있는 여러 특징들 중 하나 정도로 인식한다.
그러니까,
래디컬 페미니즘은 밀레니얼 세대라는 카테고리에 있는 여러 서브 카테고리 중 하나일 뿐이다.
때문에 페미니즘이라는 주제 하나만 가지고 인사 정책에 크게 크게 반영하진 않을 거고,
그냥 '90년 대생이 온다'라는 포괄적 관점으로 고민을 할 것이다.
맨 처음 주제로 돌아가면,
결론적으로,
수험생들이 우려할 정도로 여대가 사회적 인식이 안 좋다는 것은 과장된 면이 많다.
아니면 내가 아싸 면접관이라 나만 모르는 건가?
팀장들, 임원 양반들은 '오! 여대! 페미니즘! 컷! 컷! 컷!' 이러고 있는데,
나만 최신 트렌드에 맞추지 못하고 눈치 없이 신경 안 쓰는 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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