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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천재의 나이 - 나이 잘 먹었수다일반 정보 2024. 1. 20. 02:46
# 58년 개띠
영화 '아저씨' 덕에 58년생이 개띠인 것을 알았다.
'오사장님. 58년 개띠 오명규 사장님 이 CVal Roma...살고 싶으면 Jola리 달리기나해 58년 개띠.'
영화 '시실리2Km'의 명 장면 중 하나.
임창정이 몇 살이야.
물었을 때,
김우현은 '개띠인데요'라고 한다.
그 이후에 환상의 애드리브이긴 한데.
'82년 생이네?'
'아니에요'
'그렇지...7...0년 생이야?'
여하튼,
예전에 사원, 대리일 때 윗사람들이 나이 얘기하면,
자꾸 몇 년생, 무슨 띠 타령들을 그렇게 하더라고.
난 당시에는,
속으로 아 그냥 38살, 42살, 53살 얘기하면 되지 뭔 돼지띠입니다 이러고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매우 슬프게도 이제 슬슬 이해가 간다.
난 개인주의 성향이 심해서 정말 친한 사람 아니면 타인의 시시콜콜한 얘기를 먼저 묻거나 하진 않는다.
나도 나의 사적인 부분에 관심이 덜하고 내 일도 별로 기억을 잘 못하다 보니,
타인에게도 그런듯하다.
딱히 나이가 궁금하지 않고, 결혼했는지 안 했는지 등등 사적인 것을 당사자에게 물어본 적이 없는 듯하다.
내가 면접 본 사람들이나 같이 뽑은 직원들 나이도 사실 잘 모른다.
그렇다고 동방예의지국 유교 마스터 마냥 존대에 신경 쓰는 것도 아니다.
상대가 나이 물어보면 얘기하고 그냥 말 놓으면 그때부터 말 놓아버린다.
단지,
말 놓으면 나도 모르게 드립 억제기 꺼지면서 너무 편하게 드립 날리게 돼서 좀 조심스럽긴 하다.
여하튼,
오랜만에 '실례지만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취미로 클라이밍을 배우고 있는데,
같이 수업받는 사람과 간단히 맥주 한잔할 일이 있었다.
보통 자리 앉으면 호구 조사하잖아.
서로 나이 묻더라고.
'강사님은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그런데 뭐 대부분 20대더라고.
그리고 나한테도 묻더라고.
순간적으로 나이가 안 떠오르는 거야.
정확한 나이 말이야.
'어 제가 어...어...잠까만요...어...OO년 OOOO띠 입니다.' 나도 모르게 말했다.
순간,
'아... 그때 그 시절 아재들이 이래서 몇 년생 뭔 띠 타령했구나.'
그러면서,
이 자리는 필연적으로 내가 쏴야 하는구나 느꼈다.
너희와 나 사이에 있는 이 시간의 갭 그리고 세대 차이는,
내 지갑만이 해결해 주겠더라고.
'노모벳님, OO년 OOO띠 노모벳님, jola리 지갑을 여세요, 쏘셔야 한다고요 OO년생 OOO띠 노모벳!'
# 뭐? OO년 생이라고?
군대에서는 시간에 관련 충격적인 순간들이 많다.
진자 한 1시간 일한 것 같은데 15분 지나있거나,
30초 눈을 감았는데 갑자기 아침 기상시간이거나,
백일 휴가는 진짜 잃어버린 시간이고 등등.
그중 하나는 군대 하사관들의 액면 나이와 실나이 간의 어마어마한 갭이다.
이거 농담이 아니다.
전역 후,
부대 원사 나이 듣고 받았던 충격이 아직도 안 가신다.
뭔 환갑잔치에서 손자들 재롱 볼 사람들일 줄 알았는데,
우리 아버지보다 훨씬 어리다고???
근데 웃을 일이 아니다.
여러 부서 사람들 모여서 하는 회의에 가서 앉아있다.
몇몇 발언권이 강한 사람이 나온다.
연륜이 묻어나는 발언이라든지,
풍겨오는 전문가 관록을 보면 업력이 상당하겠군 싶을 때가 있다.
그래 장유유서 이런 양반들 의견을 존중해야지 하는데,
나중에 나이를 우연히 알게 될 때의 충격.
'뭐여 동생...'
그렇지만 나보다 잘나가면 다 형이고 누나지 뭐.
이경규는 "하온이는 아는데 이 친구(마크)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하온은 "마크 형이 속한 NCT가 최근 빌보드 200 차트에서 11위를 했다"고 설명했다.
.
이경규는 마크의 손을 꽉 잡으며 "나보다 잘나가면 다 형이다. 빌보드 형"이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그래도 충격이다.
내가 그만큼 나이가 하...어쩌다가.
두 번째 실감은 중요 회의에 참석할 때였다.
내 눈에는 아래 같은 분위기의 회의였고.
저기에 몇몇 원로들이 중요한 결정을 하는 분위기였거든.
그런데 저 원로들이 그냥 나와 나이 별 차이 안 나는 그냥 형, 누나더라고.
물론 이성적으로 하나하나 따지면 나이 차가 별로 안 나는 거 아는데,
체감 상이 왜 이리 차이 나지?
그러면서 화장실 갔다가 거울을 보니 고개 끄덕이게 된다.
'내가 형이어도 위화감이 없구나'
군대 주임원사 기분 한 번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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