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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천재의 러닝 - 러닝을 시작하는 그다지 근성없는 자세일반 정보 2024. 1. 16. 01:44
#하루키의 책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하루키 신간이 나왔었네.
한참 하루키 책을 좋아할 때가 있었지만,
요새는 통 책을 안 읽다 보니 하루키가 책을 냈는지 뭘 했는지 관심이 없네.
옛날에는 하루키 스타일로 글을 써보고 싶기도 했었다.
소설보다는 하루키 스타일 수필 말이다.
하루 수필은 여러 주제가 있지만 당시 가장 덜 공감되었던 것은 달리기 얘기였다.
달리기라.
나는 운동은 좋아했지만, 당최 달리는 목적성 없는 지루한 ING 같은 느낌에,
달리고 나면 땀까지 축축.
으아 싫어! 야다!
그런 내가 지난번 글에서처럼
일단 살을 빼기 위해 살만 빼봐야 소용없어서 체력까지 늘리기 위해 달리기를 결심했다.
이 시점에 하루키의 <달리기를 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인용 안 할 수 없구나.
오래 살고 싶어서 달리고 있는 사람은 실제로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설령 오래 살지 않아도 좋으니 적어도 살아 있는 동안에 온전한 인생을 보내고 싶다'라는 생각을 달리고 있는 사람이 수적으로 훨씬 더 많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든다. 같은 10년이라고 해도, 멍하게 사는 10년보다는 확실한 목적을 지니고 생동감 있게 사는 10년 쪽이, 당연한 일이지만 훨씬 바람직하고, 달리는 것은 확실히 그러한 목적을 도와줄 것이라고 난 생각하고 있다.
주어진 개개인의 한계 속에서 조금이라도 효과적으로 자기를 연소시켜 가는 일, 그것이 달리기의 본질이며, 그것은 또 사는 것의(그리고 나에게 있어서는 글 쓰는 것의) 메타포이기도 한 것이다.
맞다.
오래 살고 싶어서 달린다기보다는,
나는 설령 오래 살지 않아도 좋으니 적어도 살아 있는 동안 '가오'를 지키고 싶다는 생각뿐.
지난번 만난 대학 동창의 드라마틱한 다이어트 비결이 달리기라는 얘기를 들은 후,
그깟 땀범벅!
살범벅보단 낫겠지 싶어서 노구를 이끌고 장비 챙기기 시작했다.
하루키처럼 스포츠 전문점에 가서 목적에 맞는 제대로 된 신발.
스피드나 거리는 개의치 않고 되도록 쉬지 않고 매일 달리는 일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그렇게 달린다는 행위가 하루 세끼 식사나 수면이나 집안일이나 쓰는 일과 같이 생활 사이클 속에 흡수되어 갔다.
달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습관이 되고, 쑥스러움 같은 것도 엷어져 갔다.
스포츠 전문점에 가서 목적에 맞는 제대로 된 신발과 달리기 편한 옷도 사왔다.
스톱워치도 구입하고, 달리기 초보자를 위한 책도 사서 읽었다. 이렇게 해서 사람은 러너가 되어간다.
나에게 제대로 된 신발은 내 황금이었지만 지금은 도금이 된 무릎을 지킬 수 있는 신발!
유튜브를 헤매면서 찾은 그 신발,
인빈서블3를 샀다.
목적이 명확하다!
#다 늙은 원숭이의 무릎을 위한 신발
다이나믹 듀오의 노래 고백 중에,
oh 나의 늦은 20대 고백
변해버린 모습 그대로 ok
고백
다 커버린 원숭이들의 고백
먼먼 과거에 이 노래 부를 때 아씨 인제 나도 다 커버린 원숭이구먼 했었는데,
최근에 노래방에서 한 번 부르며,
와 씨 정말 인제 진짜 늙었구나.
씁쓸해졌다.
다이나믹 듀오의 고백을 불렀을 때만 해도 체력적으로 어마어마할 때라,
노래방에서 내내 쾅쾅 뛰어다니며 랩을 해도 멀쩡했는데,
이제는 시린 무릎은 후들후들해서 늘 구석 자리에 앉아,
폐활량 딸려서 음료수나 마시는 꼴이다.
인제 노래방 가는 것도 고려장 느낌일세.
어쨌든 결국 고민 고민 끝에 인빈시블3을 샀다.
모양도 엄청 투박해 보이지만 전혀 신경 안 썼다,
가격? 끄응 애써 신경 안썼지 뭐,
오직 다 늙은 원숭이는 달리기 위한 무릎만 생각하고 샀다.
무릎!
마이 니이(knees!!!!!)
결과는?
일단 만족스럽다.
단지 모양은 으... 뭐랄까 투박하다.
출처:run4it.com
발렌시아가 트리플S를 시작으로 한 동안 어글리 슈즈가 유행했었을 때,
패션의 세계는 난해하군 여전히 저 투박한 모양새를 이 가격에?
라고 생각이 들었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운동화라면 좀 얄팍한 맛이 있어야지 생각이 들었거든.
인빈시블을 사기 직전 마지막까지 약간의 망설임은 저 둔탁한 미드솔과 아웃이었으리.
하지만 저리도 맥시멀리스트한 중창과 아웃솔이 나의 무릎을 보호해 주리.
그리고,
신고 묶고 달려고 보았지.
어랏,
발을 디딛는 순간 눈 앞에 키즈 카페가 펼쳐진다.
이 느낌은 키즈카페에서 쭉 깔린 폭신한 매트 위에서 딸내미와 술레잡기 했을 때 폭신함!
몸무게도 나가거니와 다리도 무거운 지라 착지할 때 발뒷굼치로 모든 충격을 맞이하는데,
이 맥시멀리스트한 아웃솔이 열심히 일한다.
와 간만에 무릎 통증이 이렇게나 완화한 상태로 달려보았다.
느릿느릿하지만 꾸준히 달릴 수 있었다.
이런 제품이 나온 이유가 다 있구나!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며 집에 있는 운동화 신고 했으면 큰일 날 뻔했네.
걍 나이 먹으면 입은 닫고 지갑을 열라는 말이 운동 세계에도 적용 된다.
요새 금융 상황도 안 좋아서 재테크도 영 엉망인데,
이 기회에 몸에 투자하는 몸테크나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늘어난 몸무게가 무릎에 직격으로 때리지 않게 발에서 충분히 분산해 주는 느낌이다.
좀 투박해 보이는 모양새와 함께 단점이라면 조금 무거운 느낌이다.
그런데 내 몸무게에 비해 신발이 무거워 봤자지.
아무리 경량화 된 운동화를 신어봐야,
내가 밥 한 끼 뚝딱하면 바로 도돌이표라.
이 정도 무게는 뭐 버틸만해!
내가 밥 한 끼 먹으면 그냥 훌쩍 넘어서는 무게들인데,
뭐 그 몇 그램 가지고 아웅다웅 해봐야 소용없도다.
#또 하나의 보조장비
인빈시블3 덕에 무릎이 크나큰 은덕을 얻었지만,
여전히 잔여 통증은 유발한다.
이럴 때 꽤나 쓸만한 아이템이 있는데,
바로 잠스트의 JK-Band이다.
모양은 너무 단순하며 애걔 그냥 띠인데 이 가격? 소리가 나오긴 한다.
하지만,
내가 예전에 농구를 1시간, 2시간씩 하기 위해 오만 가지 무릎 보호대를 써봤는데,
신기하게 이 별거 아닌 '-' 모양 구조가 가장 효과적이었다.
무릎 통증 잡아주는 것은 엄청나게 크게 차이 나진 않지만,
활동성 관점에서는 너무나 편했기 때문이다.
젠장 내돈내산 한 잠스트 JK-Band 양 무릎에 딱 끼고,
또 젠장 내 돈 내고 내가 산다 한 인빈 시를 장착하고 달리니!
드디어 해방이다.
저 지평선 끝까지 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라고 생각했지만...
뭐 하나 해결하면 또 다른 골칫거리가 생긴다고.
좀 뛰어보니 바로 깨달았다.
마이! 렁! 마이 퍼킹 렁!!!
물속도 아닌데 왜라 숨쉬기 힘드냐.
지상에 익사할 지경이다.
하...
죽겠네! 진짜.
몸은 이미 묫자리 알아보러 다니는 사람과 같도다.
묘비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하루키 에세이에 묘비명에 대한 구절이 나온다.
인터넷에 많이 퍼져있어서 유명한 그의 미래 묘비명.
만약 내 묘비명 같은 것이 있다고 하면, 그리고 그 문구를 내가 선택하는 게 가능하다면, 이렇게 써놓고 싶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그리고 러너)
1949~20**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이것이 지금 내가 바라고 있다.
이 구절을 볼 때 여전히 '뭐야 왜 이렇게 심각해, 난 그냥 표준 몸무게만 돌아가고 싶어'
나는 그냥 '적어도 끝내 표준 몸무게로 돌아왔다.' 정도만 쓸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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