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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딸천재의 바쁨 - 하나씩, 하나씩, 사는 대로
    일반 정보 2024. 1. 21. 05:11
     
     

    # 바쁨에 대한 이해

    달랑 한 개,

    지난주에 올린 블로그 글은 달랑 한 개였다.

    블로그를 처음 시작할 때,

    자료 수집용으로 일주일에 7개의 글을 올렸지.

    단순 자료 모으기에서 글로 정제하기 시작하면서,

    주말에 글감 정리하고 주중에는 5개의 글을 올렸다.

    바쁘든 회식이 있든 출장을 가든 최대한 이를 지키려 했다.

    블로그 글쓰기는,

    영화 속 잘나가는 CEO가 매일 조깅하는 루틴 마냥,

    내 하루의 리듬을 유지하는 루틴이었다.

    매일 글 쓴다는 생각을 하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사바나 초원에서 톰슨 가젤을 찾는 사자 마냥,

    일상에 스쳐가는 하나하나를 관찰하고 생각하고 정리하게 된다.

    세상이 좀 재미있어진다.

    머리에 이끼 안 끼게 데굴데굴 굴리는 데에는 이만한 게 없더랬지.

    하지만 요새는 좀 아쉽다.

    내 삶의 리듬을 유지해 주는 블로그 글쓰기를 점점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바쁘다.

    이전에도 바쁜 적은 많았다.

    '아, 바쁘네'라고 읊조리며 회사 다닐 때도 있었다.

    하지만 관념적인 바쁨이었다.

    귀찮은 요소와 미루는 요소와 썩 내키지 않아서 우선순위를 뒤죽박죽 섞다 보니 생기는 바쁨 들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함을 느낀다.

    블로그 글을 올리는 주기 변화는 내 일상 리듬이 흐트러지는 것을 알려주는 카나리아다.

    탄광 속에 유독 가스가 있는지 없는지 알기 위해 데리고 가는 카나리아 말이다.

    # 달의 궁전

     

    폴 오스터의 그 유명한 소설 달의 궁전.

    유명한 소설답게,

    들어본 사람은 많지만 직접 본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은 유니콘 같은 소설이다.

    유니콘 좀 본 사람이고 싶어서 옛날에 읽긴 했는데,

    내용도 기억에서 희미하지만,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포그라는 애의 초반 얘기는 기억이 난다.

    포그,

    사생아로 태어나 어머니가 사망하고 유일한 혈육인 빅터 삼촌마저 죽게 되자,

    삼촌이 물려준 책을 읽으며 정말 아무것도 안 한다.

    삶에서 가지고 있다는 것을 하나씩 하나씩 놓는다.

    일상이 다 사라질 때까지 계속 삶을 소진하다가 노숙자까지 가는 장면 기억이 난다.

    그냥 결론만 보면 뭐야 방구석 폐인 되는 과정인데?

    이걸 이렇게 그럴싸하게 의미를 부여한다고?

    극단으로 삶을 밀어붙이는 장면으로 발단에서 전개로 이어진다.

    뭔가 삶에서 지속적으로 소비되어 극단으로 가는 거 하면 딱 달의 궁전이 떠오른다.

    내가 요새 바빠서 일상의 루틴을 하나하나 포기하면서,

    이제는 마지막 여유라고 할 수 있는 블로그 글쓰기까지 소진해야 하나?

    생각이 들면서 달의 궁전이 떠오르네.

    워워...

    아 내가 뭐 사실 그 정도로 심각하게 뭔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달의 궁전을 심각하게 읽은 사람이면,

    내가 달의 궁전을 떠오르네요 하면 '와씨 노모벳 심각한가?'라는 얼굴로 볼 것 같은데,

    그 정도는 아니고 아 그냥 일상 소진되는 느낌이다 정도다.

    카톡으로 안부나 물어야지 생각하고,

    카톡에 들어가 놓고 회의와 갑자기 여기저기 터지는 일 팔로우 업 하다보면,

    띠용 어느새 5월 중순.

    무슨 타임머신이다.

    # 대로 ~대로

     

    어쨌든,

    현재 내 마지노선은 한 주에 그래도 글 한 개는 올리자는 것이다.

    한 주에 글 한 토막도 못 올리면,

    글을 구성할 여유가 없으면 발전이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밥도 먹는데 글 한 토막 쓸 시간 없다는 건 말이 안 되긴 한다.

    못 쓰는 것은 그만큼 마음의 여유라는 게 없는 것인데,

    마음의 여유라는 것은 물리적인 시간 영역 얘기는 아니지 않나.

    이 시점에 시인 폴 발레리가 한 번 등판해야지.

    용기 내어 그대가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머지않아 그대는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폴 발레리

    그래 용기 내어,

    내가 생각하는 대로 살아야하는게 맞다.

    자,

    생각하는 대로,

    로또, 코인 몰빵 팔자 한 번 고쳐봐?

    아, 폴 발레리의 해변의 묘지라는 시에 마지막에 이런 구절이 나오지.

    인터넷에서 자주 인용되는거.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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