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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천재의 잡상 - 지킬 박사와 하이드에서 시작하는 어느 날의 잡상일반 정보 2024. 1. 21. 05:13
# 빌드업 1
고전이란 타이틀을 얻은 소설은 다 이유가 있다.
물론,
고전이라는 게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정작 아무도 읽지 않은 책으로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고전의 조건은 생존인 듯하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라는 말을 가져오면,
고전이 시대를 견디며 살아남는 게 아니라,
시대의 선별에도 끝까지 살아남는 게 고전이 되는 것 같다.
당시에 흔들리고 휘둘리고 상처투성이 세대의 문제 많고 흥분되고 황홀경에 사로잡혀 가벼운 작품이라고 여겨지던 것이,
10, 20년, 50년 후에도 선별되어 살아남으면 그게 고전이다.
근데 어떻게, 왜 살아날까.
누구나 아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도 대표적인 고전이다.
이 내용 모르는 사람 있을까나?
초등학생도 알 것이다.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
동화, 만화, 영화 소재로 활용되다 보니 무척 익숙하다.
중고등학교 때,
어떤 사람은 억지로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읽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의문이 들기도 했을지도 모른다.
도대체 이게 왜 이게 고전이지?
뭔 헐크 같은 변신 이야기 아니야?
하이드로 변할 때 헐크 같은 만화나 영화 때문에 생긴 이미지들 때문에,
단순한 판타지 소설 같은 걸로 평가절하 된 부분도 있을 것이다.
# 빌드업 2
지킬 박사와 하이드는 나이 먹음에 따라 다르게 다가온다.
나도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이게 왜 고전 반열에 올랐는지 알게 되었다.
만화와 영화로 먼저 접하다 보니 오해하게 된 부분들이 있다.
일단 하이드는 헐크같이 그런 존재가 아니고 왜소하고 음침한 모습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지킬 박사는 무슨 정의감에 선과 악을 분리하는 약을 만든 것이 아니다.
실상은 자신의 욕망 때문에 생긴 죄책감을 없애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선과 악 문제가 아니다.
지킬 박사는 겉에서 보기에 사회적으로 굉장히 명망 있는 사람이다.
그 안에 욕망이 있다.
그리고 그런 욕망이 있는 것에 대해 스스로 괴로워한다.
나의 결점 중에서도 가장 나쁜 점은 쾌락을 추구하고 싶은 욕구를 참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세상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나로서는 내 정신을 고결하게 유지하고 사람들 앞에서 위엄 있는 냉정함을 유지하고 싶은 오만한 성격과 그런 욕구를 조화시키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들 몰래 쾌락에 빠져들게 되었다.
지킬박사와 하이드 중
하지만 스스로 높은 기준으로 늘 괴로워한다.
내가 저지른 난잡한 생활 같은 죄악을 자랑스럽게 떠벌리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설정한 높은 이상 때문에 지독한 수치심에 사로잡힌 나는 그런 비밀들을 숨기고 있었다. 현재의 나를 만든 것은 내 결점으로 인한 퇴보가 아니라, 오히려 가차없이 엄격한 나의 향상심이었다. 나에게는 인간의 이중적인 성격을 나누고 화해시키는 선과 악의 영역 사이에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훨씬 깊은 골이 파여 있었고 그 구별이 엄격했다.
지킬박사와 하이드 중
선과 악을 분리하려고 약을 만들었냐고?
아니다.
단순 선이니 악이니 문제는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내가 새로이 얻게 된 이 변신의 힘은 견딜 수 없는 유혹이었다. 약 한 컵만 마시면 저명한 교수의 육체를 한순간에 벗어던지고 에드워드 하이드로 가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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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람들의 눈에는 온화하고 고결한 인격으로 근면하게 연구에 정진하는 학자였다가 빌려 입은 겉치레를 벗어던지고 나면 한순간에 자유의 바다로 뛰어들 수 있었던 사람은 내가 처음일 것이다. 아무도 알아차릴 수 없는 불가해한 장막이 씌워져 있는 나의 자유는 완벽한 것이었다.
지킬박사와 하이드 중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때 읽었을 때는 그다지 흥미를 끌지 못했던 것은,
내가 딱히 사회적인 눈을 신경 쓸 필요가 없기에,
아무 때나 자유의 바다에 뛰어들었기에 공감 못했을 것이다.
마치 어렸을 때 건강 보조식품이니 이런 것들을 왜 찾아먹나 이해 못 했던 것처럼 말이다.
어쨌든,
사람이 늙어가는 것에서 가장 불행한 것은 신체가 늙는 게 아닌 듯하다.
오히려 마음이 늙지 않는다는 것 같다.
나부터 기억의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보면,
그때 욕망이라든지 생각이라든지 등이 지금과 딱히 변화가 없다.
그렇다면 오늘부터 그 시간만큼 흐른다고 뭐 대단하게 성숙될까?
그럴 리 없잖아.
이에 야기되는 문제의 한 면을 보여주는 게 '지킬 박사와 하이드'다.
나름 소설적 해결 방법을 찾아가는 것을 그린 작품이기에 시간이 지나도 고전으로 살아남는 거겠지.
#빌드업 3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검색하면,
뮤지컬 지킬 박사와 하이드가 많이 나온다.
와,
지킬 박사와 하이드가 뉴욕 브로드웨이나 런던 웨스트엔드에 이 정도 인기는 아닌 것 같은데,
우리나라에 이렇게까지 인기가 있는 것은 역시 조지킬, 조승우 때문일 터.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공연 장르는 뮤지컬이다.
딱 돈을 써야 할 때 가장 망설임이 없는 장르 같다.
콘서트는 좋아하는 가수면 가는데 그래도 반드시 가지 않고,
클래식은 누가 유명하다고 하면 갈 마음이 있지만 개인 시간까지 빼면서 가고 싶은 생각은 딱히 없고,
오페라 음악은 듣기는 좋지만 딱히 현장까지 봐야지 하는 생각까지는 없겠고,
연극, 발레, 무용은 뭐 그냥저냥 표 주면 가볼까 하는 정도?
그 와중에 현대무용은 대략 정신이 혼미하다.
뮤지컬은 실질적으로 내가 돈을 가장 많이 쓰는 장르다.
나는 런던 출장 일이 많았었다.
런던에 있었던 적도 있기에 관광에 그가지 관심없았다.
그래서 1주 출장 가면 저녁에 술자리 안 가지고 최소 3개에서 4개 뮤지컬 공연을 보는 편이다.
봤던 거 또 보고 또 보고.
그러다 보니 한국 뮤지컬 공연은 거의 보질 않았었다.
그러다 얼마 전,
딸내미 데리고 한국 위키드를 봤는데,
정말 여성 관객이 압도적이다.
한국에서 뮤지컬은 여성 관람객이 압도적인 장르 중 하나다.
대략 남녀 25:75 수준까지라고 들었던 거 같다.
남자 25면 거의 커플이라고 해야 하나.
그러니 내 나이대 남자로만 보면 난 아마 이 구간 VIP 고객일 것 같다.
뮤지컬을 좋아하는 이유는,
노래하면서 연기를 하는 장르가 아니라,
연기를 하면서 노래하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내 삶의 부분부분을 특정 뮤지컬 장면에 노래와 함께 투영하게 하게 되다 보니 자주 보게 되는 것 같다.
#빌드업 4
뭐랄까.
헤어진 후에 슬픈 노래를 들으면 내 얘기 같고,
그 노래를 들으면 당시 감정이 떠오르잖아.
감정에 대한 기억을 떠오르게 해준다.
주식으로 수익 내서 차를 바꿨을 때,
처음 차 안에서 들었던 정인, 개리의 '사람 냄새'는 당시 그 고양감을 잘 담아냈고,
지금도 그 노래를 들으면 그 고양감을 재구성할 수 있다.
임신한 와이프와 산부인과 갈 때 늘 들었던 유희열의 '공원에서'로 당시 그 첫 만남의 설렘을 담았고,
지금도 그때 설렘을 불러올 때 틀어본다.
내가 감정에 대한 기억력이 상당히 떨어진다.
장점이라면 빨리 잊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덜 받지만,
어떤 일이나 생각 때문에 정교하게 구성된 감정 복합체를 저장하고플 때 아쉽다.
'어떤 노래'에 증착할 수도 있지만 여러 감정을 한 번에 담을 때는 뭔가 좀 부족하다.
그리고 찾아낸 저장 수단이 뮤지컬의 장면들인 것 같다.
연기와 노래라는 2개 차원이 종합돼서 입체감 있게 저장된다.
킹키부츠의 Raise you up에 여러 가지 독립적인 일들에서 오는 감정을 스토리와 음악에 한 번에 담을 수 있지.
뮤지컬 지킬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은 뭐 너무나도 유명하잖아.
자신의 경험과 감정이 얽히면서 가슴이 그냥 웅장해진다.
# 빌드업 5
뮤지컬의 장면과 음악들은,
내 강렬한 경험은 다시 덮어씌워 버린다.
'지금 이 순간'을 듣고 싶을 때면 늘 조승우가 연기한 '지금 이 순간'이었다.
하지만,
최근 내가 겪은 절박한 상황 때문인지 내 마음 원픽 조승우는 그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일론 머스크한테 말이다.
하루에 20번은 듣는 것 같다.
코린이들이 도지 코인을 투자하는 것을 보며,
'복어가 독이 있을지라도 전문 지식이 있으면 맛있게 요리해 먹을 수 있지',
'짜식들 코인에 가치를 찾으면 안 되지, 형이 제도권 출신으로서 순수 변동성 트레이딩으로 너네 코 묻은 돈 좀 가져갈게' 깝죽거렸다가...
내 마음속의 뮤지컬 넘버 조승우의 '지금 이 순간'은,
머스크 형의 '도지 산 순간'으로 바뀌었다.
조승우가 아무리 최상의 컨디션일 때 공연을 맨 앞자리에서 볼 지라도 지금 내 영혼을 이렇게까지 흔들 수 없을 것이다.
머스크 형(나몰라패밀리)...
맨 오브 라만차의 '이룰 수 없는 꿈'도 불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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