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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천재의 부캐 - 노모벳 블로그가 부캐였던 거구나일반 정보 2024. 1. 27. 01:53
# 유산슬보다는 마미손이 먼저지
부캐 전성시대 타이틀 기사가 많이 보인다.
부캐란 뜻은 게임 용어 중 하나인데,
나 외에 또 다른 나이다.
예를 들면,
유재석의 유산슬.
보통 땐 유재석 트로트 부를 때는 유산슬.
유산슬이 대중적으로 부캐 개념을 뿌렸지만,
역시 래퍼 매드 크라운의 마미손이 그 시작점이 아니었을까.
소년 점프!
소년 점프!
어쨌든,
트렌드 2020년에 하나의 트렌드로 소개된다.
부캐는 뭔가 쌈마이 같은 용어라서 그런가,
멀티 페르소나라는 개념으로 소개하네.
왜 이렇게 사람들은 부캐에 열광하는 것일까? 그것은 부캐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이미지가 아닌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신선한 재미를 느끼게 해줬고 시청자로 하여금 일종의 대리만족을 시켜주기 때문이다. 2020년 올해 트렌드 중 하나가 ‘멀티 페르소나’다. 이것은 부캐와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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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 페르소나는 개인이 상황에 맞게 다른 사람으로 변신해 다양한 정체성을 표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원래 페르소나는 고대 그리스에서 배우들이 쓰던 가면을 말하던 것이었는데 현대 심리학에서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 타인에게 비치는 모습을 지칭하는 용어로도 사용한다. 그런데 그 페르소나가 하나도 아닌 여러 개가 나타나는 것이 바로 멀티 페르소나다..
출처 : 금강일보(http://www.ggilbo.com)
새삼 멀티 페르소나라는 그럴싸한 용어를 안 써도 우린 안다.
친척 어른들과 거실에 양반다리 앉아있는 나와,
회사에서 도개자하고 있는 나와,
또 쌈마이 친구들 사이에 다리 꼬고 있는 내가 다르듯 말이다.
우리는 서로 다른 역할이 동시에 한 무대에 올라올 때 상당히 난감해 하잖아.
엄마가 학교에 갑자기 찾아오거나,
"아들, 도시락 놓고 갔네", "웜마 어...어어 빨리 가"
회식 자리 옆 테이블에 큰 삼촌이 앉아있는 걸 발견하거나.
"하이코 부자앙님임 존경합니다아아. 아아악 큰 삼촌 아니 여기 왜 있으세요. 헌팅 포차에서 이렇게 보니 어색하네요, 아이쿠 숙모 안녕어엉? 엉? 숙모 아닌데 뉘시죠"
뜨아!
생각해보니,
노모벳으로 블로그질 하는 것도 결국에는 부캐 놀이였네.
나는 블로그를 왜 하게 되었지.
처음엔 자료 정리용,
그러다 본캐를 커버하기 위한 부캐용으로 발전했다.
직장 생활 본캐가 나도 모르게 억눌렸던 것이 부캐 노모벳 블로그질로 밸런싱 했나 보다.
그래서 오히려 회사에 큰 불만 없이 다녔네.
# 내향적이고 보수적인 회사
전 직장을 떠올려보자.
워라밸 관점에서 불만은 딱히 없네.
라이프의 '라'뿐만 아니라 워크의 '워'도 상당히 괜찮았다.
이직할 때 즈음,
나름 그럴싸한 이직 명분을 만들긴 했지만,
이직 후 뒤돌아서 찬찬히 보면 그 이유가 맞나 싶기도 하다.
조직 자체가 내향적이면서 보수적이라는 점.
내향적이라는 의미는 소심하다는 뜻은 아니다.
조직이 발전 동력을 외부에서 얻기 보다 내부에서 축적하는 형태라고 해야 하나.
굴러가는 조직의 문화와 관행 -부정적으로 보진 않는다-으로 관성력과 추진력을 얻어 일을 진행하고,
위에서 아래로 축적되며 내려오는 시행착오 최소화 노하우로 리스크를 관리한다.
모든 조직과 기관이 혁신적이고 창의적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 따리 지금은 맞고 또 그때는 틀릴 수 있고 말이다.
글만 있으면 심심하니, 한 번씩 그림을 넣어야지! 요즘 젊은이들은 긴 글을 싫어해! 엣헴.
여하튼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너무 내가 바라보는 조직 모습에 과접합을 했었던 경향도 있었나 보다.
나도 모르게 정말 말없이 우직하게 일만 한다거나,
회식도 귀찮아하고 1차 끝나면 조용히 나왔던 거 같다.
-원래 거의 끝까지 달리는 스타일-
사람이 불편하다기 보다,
술자리를 달리는 뭔가 텐션 연료 부족?
그래서인가,
퇴직 후 전 직장 사람 만나면 원래 이런 스타일이셨어요 소리도 들었던 거 같네.
업무 쪽은 뭐랄까.
한없이 일 편하게 하려면 할 수 있고,
한없이 일 만들려면 만들 수 있긴 한데,
일 만드는 것,
즉,
리스크와 불확실성을 조직 내에 끌고 오는 것을 회사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지라.
업무의 상평형 유지만 했었다.
사실 내가 예측 가능한 단순하고 반복적인 느낌의 일에 굉장히 취약하고,
실수하지 않고 동일하게 만드는 것에 에너지를 매우 많이 소모된다.
이런 상평형을 유지하는 일에 몰두하다 보면,
좀 현타가 오면서,
아 이 일의 의미는 뭘까 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입사 후 2년 차 종특" 고민 말이다.
게다가 진심 의미 없는 잡다구리한 업무들까지 오다 보면 현타가 좀 오거든.
나름 나의 해소 방법으로,
무의미한 일에 나름의 내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쓸데없는 고퀄의 업무 관련 매뉴얼을 만든다던가,
업무 매뉴얼을 만들면서 워드의 고급 기능을 하나하나 연구하여 개요, 목차, 주석부터 해서 온갖 테스트를 하다가,
결국 외부로까지 뻗어나간 게 노모벳 블로그의 시작이다.
업무에서 창의적인 영감을 주는 일이 좀처럼 없다 보니,
블로그 글쓰기로 발산시켜 버렸던 거 같다.
꾸준히 뭘 못하는 나에게 뭐하나 꾸준히 하는 거 만들어보자는 생각도 있었고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가장 잘한 일인 것 같다.
난 다른 사람들에게도 강추한다.
블로그를 하면서 정말 여러 가지 -좋은 의미의- 변수가 생기며 인생의 다양성을 풍부하게 해준다.
지루할 만한 때 즈음 블로그를 통해 외부 자극들이 들어온다.
다양한 역할 놀이 변주도 즐길 수 있고 말이다.
금융인, 에세이 지망생, 딸 천재 등등.
◆ 강유정> 1920년대 소설이라든가 김승옥의 환상수첩 같은 소설을 보면 기차를 타고 내려가는데 내 얼굴을 보고 내가 낯설면 되게 괴로워하거든요. 그게 근대인의 초상입니다. 거울에 비춰서 내가 나답지 않다가 괴로운데 요즘에는 거울을 비춰서 내가 나 답지 않기를 연구하는 게 사실 부캐릭터고 많으면 많을수록 더 좋아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세상의 흐름이 꼭 나와의 동질감이라는 걸 비췄을 때의 나의 어떤 균일함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되게 다양한 내가 있으면 내가 더 자신감 있다고 느껴지는. 그러니까 60년대 근대인이 봤다면 쟤들은 왜 저래? 굉장히 자아가 없는 거 아니야라고 거꾸로 말할 수준이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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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관용> 그런 거는 어찌 보면 평생직장 개념이 없어지고 인생 3모작, 4모작 얘기가 나오고 이러한 이런 시대적 변화랑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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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만권> 사실 이제는 인생 설계를 매 5년마다 해야된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인데요.
.
◇ 정관용> 무슨 5개년 계획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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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만권> 그러니까요. 이제는 인생 설계를 5년마다 해야 된다는 말은 5년마다 내가 변신을 해야 된다는 거니까 사실은 그런 캐릭터의 변화 자체가 어떻게 보면 삶의 방향과 삶을 살아가는 방식과도 연관이 돼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노모벳 그게 누구?
대단한 이유가 있진 않았다.
회사에 블로그 한다는 것을 숨긴 것에 대해.
당신이랑 안 친해서가 이유는 아니다.
회사에서 당연히 티어 1급으로 친한 사람들이 있지.
티어 1급이면,
내 개인 시간이라고 생각하는 시간 영역도 할애하거나,
뭐 주말에도 잼나게 약속 잡을 수 있거나 회식 아니어도 저녁에 번개 고고.
게다가 티어 1급 정도 친하면 내가 혹시라도 국가 전복 음모를 계획해도 얘기할 정도 일 것이다.
혹은 고해성사 마냥 '신부님, 제가 죄를 지었습니다' 같은 얘기할 수 있는 사이인데도 말이다.
블로그 한다 정도는 정말 얘기할 법한데 어쩌다 안 했구나.
티어 1급 회사 지인에게 '블로그 하는 거 비밀로 해줘'라고 말하기에는 딱히 명분도 없다.
마! 블로그 하나? 그건 니가...
누가 물어봤을 때,
머리글적 거리며 '데헷, 회사가 보수적이라 말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라고 했다.
또 그냥 티어 1급 외에 사람들이 안다는 게,
흐음 뭔가 좀 사생활 까발려지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아무래도,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의 도플 갱어 마냥 회사와 방구석 여포의 삶을 들키기 싫었나 보다.
그러다 보니 회사 내 탑 티어 지인도 몇 년 후에나 알았다.
심지어 어떤 분은 나한테 이거 좀 참고하라면서 내 블로그를 보내준 사람도 있었다.
띠용.
# 고맙다 회사 오래 다니게 해줘서
본캐와 부캐로 분절되어 욕구를 해소하고 발산하는 삶은 회사 생활에 큰 도움이 된다.
아래 부캐를 가진 분의 경험 첫머리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나는 40대 남자이며, 회사로 출근하는 직장인이고, 퇴근하면 아들 셋 아빠, 여가 시간에는 작가, 음악 프로듀서가 된다. 후배한테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
"지인 중에 직장과 일을 좋게 이야기하는 사람은 형밖에 없어요."
.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했다. 원래 현실을 긍정하는 편인 데다가, 지나고 나서는 싫었다고 할지언정, 어차피 하는 일 즐겁게 하자는 마음이 있다.
나도 예능적인 관점으로 직장 생활 디스를 안 하는 건 아니겠지만,
기본 마인드는 저랬네.
내가 목마른 부분은 블로그에서 해소했던 거겠지.
때문에 직장이 나에게 못 채워준다고 원망할 일이 없었던 거 같다.
그냥 월급 따박따박 줘서 고마워,
외적 보상을 해줘서 고마워 더 이상 안 바랄게.
자아실현이라든지 보람이라든지 뭐 그런 건 대충 줘도 돼.
내적 보상은 내가 알아서 챙기고 있어.
어떨 때는 글감 모으러 회사 업무에 불탈 때도 있었지 뭐.
여튼 고마워 덕분에 내 시기에 매너리즘에 생각이 많다는 데 나름 즐겁게 보냈네.
이 짤 좋은 데, 꼰대 모습 버전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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