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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천재의 성격 - ENTP, 바운더리 그리고 고슴도치 딜레마 9편일반 정보 2024. 1. 23. 01:26
8편에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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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립 그리고 드립
변론가형 사람은 타인이 믿는 이념이나 논쟁에 반향을 일으킴으로써 군중을 선동하는 일명 선의의 비판자입니다. 결단력 있는 성격 유형이 논쟁 안에 깊이 내재한 숨은 의미나 상대의 전략적 목표를 꼬집기 위해 논쟁을 벌인다고 한다면, 변론가형 사람은 단순히 재미를 이유로 비판을 일삼습니다. 아마도 이들보다 논쟁이나 정신적 고문을 즐기는 성격 유형은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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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진리와 지식을 좇는 변론가형 사람들에게 있어 공격과 방어를 통해 타인의 생각이나 이념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며 해답을 찾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 것입니다.
논리적으로 따지는 거 무지 좋아하는 ENTP는,
또 희한하게 이상한 개그 드립 욕심들이 있다.
사람들 만나자마자 개그 쳐서 웃겨야지 이런 생각은 없는데,
별생각 없는 드립에 사람들이 반응하면, 어랏? 이것 봐라 반응이 좋아?
하면서 점점 드립 강도가 세진다.
그리고 반응이 또 좋으면,
'이 반응이 날 되살아나게 한다'
그리고 슬슬 무리수 영역으로 진입한다.
포기를 모르지!
집에 돌아와서는.
'크으... 오늘 무리를 좀 했나' 그러고 있는다.
상당히 조심스러워야 할 부분은,
개그 욕심이 몸 개그 이런 것보다는,
시니컬, 블랙 유머에 기반한 게 많다 보니,
조절 못하면 그냥 선 쭈욱 넘어버린다.
정확히 따지면,
그 그룹 안에서 가장 바운더리가 타이트한 사람을 건드리게 되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내 스스로 소재한 자학 개그 드립을 쳐도,
그게 본인 기준에서는 반인륜적인 드립급으로 받아들여서 당황하거나 그런다.
20대 때 이런 선 넘는 빈도가 엄청나다가 점점 사람들의 배타적 경제수역들을 파악하게 되면 빈도는 많이 줄어든다.
뭐 물론 나이에 따른 개그 소재에 대한 제한도 있으니 자연히 폭격 범위가 줄어들기도 한다.
예를 들어,
돌직구 스타일 19금 드립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도,
신동엽 스타일 19금 커브볼, 낙차 큰 포크볼을 던지다 데드볼 되어도,
20대 때는 서로 '케케케' 거리면서 넘어가도,
지금 하면,
철컹철컹, 죄송합니다.
ENTP은 자기도 모르게 쭈욱 사람들의 소위 '선'까지 쭉 가보는 것 같다.
일부러 넘어서 신경을 긁을 의도는 없겠지만,
개그 코드 자체가 블랙 유머와 시니컬한 유머가 베이스다 보니 기본 성향이 쭉쭉 바운더리까지 가며 그 '선'에 대해서 파악하게 된다.
좋게 말해 파악하는 거지.
상대방의 '정색'까지 가게 되는 일도 있고,
이런저런 시행착오와 후회가 동반되는 건 어쩔 수 없다.
ENTP 관련 영상의 댓글들만 봐도 그렇다.
"사람들 앞에서 넘 쓸데없는 얘기 많이 한 것 같아서 집와서 맨날 후회 ㄱㅆㅇㅈㅋㅋㅋㅋㅋ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툭 던진 드립이 통했다? 존나 뿌듯해서 실실 쳐웃음ㅋㅋㅋ 거기서 멈추면 딱 좋은데 무조건 더하게 되어있다ㅋㅋ"
"평소에 개소리를 잘하는데 집에오면 좀 그게 민망해져서 주기적으로 entp->intp 무한반복임ㅋㅋㅋㅋㅋㅋㅋㅋ"
"무조건 남 웃겨야함 내 드립이 상대방 웃음 포인트에 퍼즐처럼 들어맞고 상대가 웃을때 인생이 유-쾌해짐 흡족스러움 아주"
"평소같으면 입담 완전 잘 터지고 '아 저 드립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하고 성공하면 실실실 거리는데 꼭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만 그런 드립도 안 터지고 막상 하면 쪽팔리더라"
"내가 한말로 상처주는 거 제일 싫어함;;; 언어표현 수도꼭지 조절이 잘안돼서;; 기분 안좋을땐 특히 조심함 -집안에파탄나기쉽상이기 때문"
"장난치면 왜 그런말 하냐고 친구가 속상해함 ㅠㅠㅠㅠ 돌아버리겠음 언제는 ㅁ똑같은말을해도 웃었으면서 왜 갑자기...?"
왜 다들 이런 시행착오를 겪을까 생각해 보면,
일단 기본 속성 자체가 남에 말을 더럽게 안 듣는다.
남의 말을 안 듣는 게 사람을 무시하는 개념보다는,
누가 얘기하면 '아 이게 현재의 한계구나' 정도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특유의 도전 정신으로 그 한계를 좀 극복해볼까? 하면서 이런저런 시도를 하게 된다.
남에 눈에는 말 더럽게 안 듣는 거겠지만 말이다.
결국 이런 유머와 드립의 경계선 또한 상처 주고받으며 찾아 나서야 한다.
# 경계선
요약하자면,
(A) ENTP는 사람마다 경계선이 다른 건 알 테지만 생각보다 굉장히 폭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해야 하고,
(B) ENTP는 경계선에 계속 도전하는 성향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사람마다 경계선을 찾으며 데이터를 쌓아야 한다
다른 성격 유형 사람들이 보면 저런 말들이 상당히 어이없을 것 같다.
'아니 도대체 왜 경계선에 그렇게 자꾸 다가가? 사람 엿 먹이려고? 미친놈들이야?'
글쎄 모르겠다.
자연스러운 에너지 흐름인가.
어떤 사람은 깔끔하게 되어있는 고속도로를 정속으로 달리는 가장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는 거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잘 깔린 고속도로를 흔들림 없이 정속으로 유지하는 게 힘들다 보니 오프로드로 가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여튼 ENTP이라는 성격 유형으로 있으면,
권위주의에 대한 무한정 개기다가 두들겨 맞는 것과 더불어,
개그에 대한 욕심과 선 넘는 드립들은 쇼펜하우어 고슴도치 딜레마의 상황에 빠지게 한다.
추운 겨울 어느 날, 서로의 온기를 위해 몇 마리의 고슴도치가 모여있었다. 하지만 고슴도치들이 모일수록 그들의 바늘이 서로를 찌르기 시작하였고, 그들은 떨어질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추위는 고슴도치들을 다시 모이게끔 하였고, 다시 같은 일이 반복되기 시작하였다. 많은 수의 모임과 헤어짐을 반복한 고슴도치들은 다른 고슴도치와 최소한의 간격을 두는 것이 최고의 수단이라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와 같이 인간 사회의 필요로 인하여 인간이라는 고슴도치들이 모이게 되었지만, 그들은 인간의 가시투성이의 본성으로 서로를 상처 입힐 뿐이었다. 그리하여 인간들은 서로의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예의를 발견하였으며, 이를 지키지 않으면 서로의 거리를 지키기 위해 거칠게 말해지곤 하였다.
이 방법을 통해 서로의 온기는 적당히 만족되었으며, 또한 인간들은 서로의 가시에 찔릴 일도 없게 되었다. 하지만 남을 찌를 수도, 자신을 찌를 수도 없었던 사람은 자신만의 온기로 추운 겨울을 보내게 되었다.
—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 中
ENTP 이런 관계에서 가시가 훨씬 길면서도,
본인이 찔리는 것에는 면역이 되어있다 보니 선을 넘는다고 해야 하나.
문제는 이런 선은 본인이 관심 있고 친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발동된다는 것이다.
그냥 관심 없고 그런 사람에게는 오히려 정석적인 방식으로 예의 제대로 차리고 드립 싹 빼고 얘기하는데,
남녀노소 불구하고 흥미가 생기거나 그러면 드립을 슬슬 섞기 시작하는 것 같다.
뭔가 상대방의 웃음 포인트를 탐색하는 기분이랄까.
내가 공략 포인트를 찾아보겠어라는 생각을 하는 건가 싶기도 하다.
물론 20대 때 얘기이지만,
ENTP 공감 댓글들에 비슷한 얘기가 너무 많아서 '아니, 나만 그런 거 아니었음?'이라고 생각하다가,
ENTP라는 성격 유형에 깔린 특징인가 싶다.
여튼 20대 때,
섬세한 조절 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이런 과정에서 상대방에 본의 아니게 상처를 준 적도 많았던 거 같고,
'아차, 싶으면' 바로 뒤로 쭉 빠지면서 굉장히 예의 바른 -내 관점에서는- 비즈니스 모드로 빠르게 태세 전환.
그래서 특성들을 많이 공감한다.
ENTP는 상대방에 대한 호감을 표시 또는 친해지고 싶은 이유로 놀리거나 짓궂은 장난, 농담을 특히 좋아한다
유머를 정말 잘한다. 특히 상대방의 유명한 흑역사 등을 인터넷 드립과 연결시키는데 능하다. 그러나 이 때문에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ENTP는 성별 가릴 것 없이 아무에게나 멘트를 잘 치지만, 정말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말이 과하게 많아지거나 아예 없어지거나 둘 중 하나이다.
자신이 필터링을 거치지 않고 내뱉은 말에 상대방이 당황했거나 상처를 받았다는 생각이 들면 빠르게 인정하고 사과하기도 한다.
여하튼,
이런 드립 조절 능력도 스스로 인식하면서 피드백 받으면서 갈고닦아야 하는 부분인 것 같다.
별생각 없는 그냥 엄청 비호감이고 불편한 사람 되는 거지 뭐.
사회생활하다 보면 당연히 ENTP도 만나보는데,
20대, 30대 초반에 이런 부분을 정제 못하면 나이 먹고 직급 먹고 밑에 사람들 영혼 갈게 하거나,
무리한 19금 드립 선 넘다가 성희롱으로 끌려가는 거지 뭐.
# 유머의 역할
나도 그렇지만 살면서 ENTP를 관찰하면,
공통적으로 언어유희 '유머'에 좀 생각 이상으로 집착한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 봤다.
한두 명만 그렇다면 뭐 개인 특성이지만,
전반적으로 나타나면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내 스스로 내린 판단은,
부족하고 미숙한 감정 교류 때 유머라는 도구로 공격과 수비에 사용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내가 오글거리는 거를 못 참는다.
못 참기보다 그 오글거리는 멘트가 훅 들어오거나 마주하면 리액션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사고가 정지된다고 해야 하나.
말이 오글거리는 거지,
상대의 굉장히 진지한 감정을 전달받았을 때다.
누가 너무 슬퍼서 울거나,
누가 화가 나있거나,
그럴 때,
이걸 유머로 전환하여 처리했던 거 같다.
와이프랑 투탁 투탁하면,
결국 내가 찾는 사과나 화해 방법은 생뚱맞고 어이없는 드립으로 기가 막힌 웃음을 끌어내서 화해를 하거나,
딸 내미가 울고 있을 때도 위로보다는 드립으로 웃게 만들어 정신없게 만들거나 등.
진지한 상황을 정면으로 대하며 처리할 캐퍼가 안되고고,
누군가에게 진지한 사과나 위로를 잘 못하는 거지 뭐.
멘트도 적절하게 나오지 않으니 개그 드립으로 희석하고,
진지하면서 오글거리는 상황에 내성이 없으니 화제 전환을 위해 유머 치고.
어벤저스에서 아이언 맨 이나 스타로드 같은 애들은,
굉장히 진지하고 그런 상황에서 실 없는 농담치고 분위기 엄한데 갑자기 뜬금 유머하고 그러잖어?
어떤 사람은 되게 얄밉고 좀 가볍고 그래서 캡틴 아메리카나 닥터 스트레인지를 더 좋아하기도 한다.
사실 나는 그 진중한 상황에 계속 헛소리하는 아이언맨과 스타로드의 상황에 공감도 많이 갔다.
유머를 그냥 희희낙락한 상황에서 더 희희낙락하게 하는 공격 포지션에도 사용하지만,
진중하고 진지한 상황에서,
상대가 내면의 감정을 실어 팡팡 밀고 들어올 때,
ENTP는 내면의 감정을 효율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서툴기 때문에,
방어 용도로 유머를 사용한다.
안타깝게도 나이 먹는다고 이 부분이 쉽게 해소되는 것 같지 않다.
나 역시도 지금도 진지하고 심각한 상황에 들어가면 유머 없이 심각하게만 얘기하는 게 참 어렵다.
그냥 그 심각한 와중에 계속 드립이 떠오른다.
아마 이런 방식의 방어기제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인가,
가끔 생전에 유언장 만들기 이런 거 떠올리면,
어떻게 내 장례식장 위트 있게 할까 생각한 적도 많았다.
아래와 같이 말이다.
아 이거 나도 생각했던 건데!
무덤을 만드는 사토장이들이 작업을 끝낸 뒤 브래들리의 시신을 담은 관이 서서히 땅속으로 들어갈 무렵, 조문객들은 익숙한 목소리를 들었다. 바로 사망한 브래들리의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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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목소리’는 관을 두드리는 듯한 '똑똑' 소리를 내며 “도대체 여기가 어디지? 날 좀 꺼내줘. 여긴 너무 어둡단 말이야. 난 지금 관 속에 있는 샤이야. 물론 당신 앞엔 없겠지. 난 죽었으니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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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안녕, 그리고 안녕. 안녕히 계세요”라는 가사의 노랫소리를 끝으로 목소리는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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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객들은 갑작스러운 브래들리의 목소리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웃음을 터뜨렸다. 목소리의 출처는 그의 딸이 생전 아버지의 목소리를 직접 녹음한 음성 파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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