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딸천재의 악몽 - 브레이브 걸스의 역주행으로 인해 꾼 그 악몽
    일반 정보 2024. 1. 22. 11:28
     
     

    # 악몽을 꾸다

    근 몇 년간 안 꾸던 악몽을 꿨다.

    이건 역주행 신화를 쓰고 있는 브레이브 걸스의 Rollin’ 때문이다.

     
     

    군대에서 대청소하는 꿈을...

    와씨 내가 이등병 바닥이라니!

    군대 안 다녀온 사람은 모를 것이다.

    계급마다 잡을 수 있는 청소도구와 청소 대상이 있다는 것을.

    여하튼,

    바닥에 치약 뿌리고 물을 뿌려 광을 내는 미싱하우스 -군대 청소 용어-를 하다가 깬 것 같다.

    여하튼 청소라는 게 꽤나 지루한 작업이다 보니,

    부대마다 틀리겠지만,

    아마 대부분 청소시간에 ‘노동요’를 관장하는 DJ가 있다.

    물론 고참이다.

    ‘뚜두두두두 뚜두두두 에브리바디 풋유어 빗자루 업!’ 하면서 노동요를 튼다.

    보통 고참별로 레퍼토리가 있고,

    능력 좋은 사람은 청소 시간 전체 텐션을 보고 선곡을 한다.

    당연히 걸그룹 노래가 라인업에 올라온다.

    또 군대에서 -물론 라떼- 음악이 매일 쓰이는 곳은 기상곡.

    군대에서 -지금도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아침에 기상나팔소리가 울린다.

    아우 듣다 보면 그냥 짜증이 밀려오는 그런 나팔소리인데,

    걸그룹 음악으로 중화시킨다.

    스피커 터지도록 틀어놓으면 기상나팔 소리가 묻히며 좀 개운하게 일어난다.

    이번에 역주행하고 있는 브레이브 걸스의 Rollin이 그런 곡이었나 보다.

    # 그 존재의 위대함

    군대 가기 전에 이런저런 음악을 많이 듣는 편이었다.

    용돈의 많은 부분 예전부터 이어폰, 지금은 핸드폰이지만 과거 CD, MD, MP3을 샀던 거 같다.

    주의가 워낙 산만해서,

    집중을 하려면 MC 스퀘어 같은 몰입에 필요한 노동요가 절실했다.

    어차피 주의가 산만하면 차라리 아는 노래라도 틀면 사만한 주의가 특정 목표로 몰리기 때문이다.

    나 같은 애들 특징이 또 가요를 잘 안 듣는다.

    가사가 들리면 집중력이 망가지기 때문이랄까?

    그러다 보니 자연 취향이 영어 듣기 양키 쪽으로 간다.

    너바나 등 같은 얼터 락도 좋아했고,

    투팍, 노토리어스 BIG의 총알 난무하는 랩 배틀 비하인드 스토리를 진지하게 보면서 심취했더랬지.

    그러다 군대에서 와서 걸그룹 뚜악.

    걸그룹을 본격 접하며 ‘내가 헛살았구나’ 반성을 많이 했다.

    내가 뭐 하러 말년에 약물로 죽거나 -락 스타-,

    총 맞아 죽는 -힙합 스타- 애들 노래 듣고 앉았었지?

    군대에서라도 마음의 평화를 주는 것은 모두가 행복한 걸그룹이 아닌가.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이런 깨달음을 얻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걸그룹의 위대함을 알지만,

    소수의 이상한 반항아들이 있긴 하다.

    그리고 그런 반항아 한두 명은 사람을 아주 피곤하게 한다.

    예전에 핸드폰이 안되었던지라 CD로 음악을 보관했다.

    이등병 때 CD를 정리하는데,

    어랏,

    신성한 걸그룹 사이에 Nervana - At home 앨범이 있는 거야,

    어랏 그 옆에 Arab starp, Cypresshill, Limp bizkit 까지 이 정도면 좀 마니악 한 사람이 있는 건데.

    그리고 Nervana 명반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어떤 고참이 스윽 다가오더니 '너바나 아냐?',

    '네, 압니다. 나머지들도 다 압니다'라고 하니 눈이 좀 반짝거리더라고.

    아 진짜 그 후에 틈나면 나한테 음악 얘기를 심도 있게 하려 하더라.

    난 속으로 진짜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

    난 이제 속세를 떠나 걸그룹 열반에 있는 노래만 듣고 싶은데,

    자꾸 음악 소개를 하려고 해!

    '아놔, 이 양반아 음악성이고 나발이고 우리 함께 인류 평화를 위해 인기 가요에 걸그룹 노래 들으며 소리 질러! 합시다'

    군대에 대한 기억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고 생각했건만,

    오랜만에 등장한 군통령 걸그룹 역주행 소식 덕인지,

    유튜브에 과거 그 유명한 군대 시트콤 푸른거탑 부터 추천에 올라오고,

    나는 오래간만에 군대 악몽으로 잠을 설쳐 보았다.

    그나저나,

    브레이브 걸스 멤버와 노래를 가만히 보다 보니,

    이제야 뜬 것도 참 신기하다.

    멤버도 들도 나름 구별할 정도로 특색 있고 캐릭터 있는 데다가 무엇보다도 노래가 이렇게 좋은데 왜 못 뜬 거지?

    꼭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잠재력 있는 가치주라고 했지만,

    10년째 주가는 바닥을 기다가 새롭게 재평가된 주식을 보는 것 같다.

    그나저나 언제까지 군대 다시 가는 꿈을 꿔야 하는 건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