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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딸천재의 운동 - 나이에 따른 근육 손실의 중심에서 ‘젠장’을 외치다
    일반 정보 2024. 1. 26. 06:48

     

     

     

    # 열등생

    오늘 하루도 처절하게 벽에 붙어 바들바들 거리다 떨어진다.

    unsplash.com

    ‘와 이제 좀 운동 좀 해야겠다’ 결심 후 시작한 게 실내 클라이밍이다.

    호기롭게 시작하자마자 코로나 재확산 2.5단계 거리 두기로 2주간 신발에 먼지만 쌓이다가,

    지난주부터 다시 수업을 시작했다.

    7명이 같이 듣고 있는데,

    모두가 남자라 분위기가 부드러운 군대스럽다.

    다들 과묵하고 비장한 얼굴로 강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젊은 남자 강사는 얼마나 재미없을까 싶다.

    뒤쪽에 남녀 적당한 비율로 섞여있는 반과는 분위기부터 다르다.

    보통 헬스장에 가면 살 빼거나 체력 만들려고 오는 초보자들이 섞여있기 마련인데,

    어째서인지 초보 클라이밍 반인데 몸들이 탄탄해 보이는 비장한 남자들이 열심히다.

    열심히 그리고 잘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진도가 쭉쭉 나가는 것은 좋다 이거야,

    문제는 진도를 지배하는 게 나라는 거지.

     

    그래 나야.

    제일 뒤처지는 사람에 맞춰서 진도를 조절하는 게 그게 하필 나야.

    특히 지난주에,

    조금 난이도를 높인 코스를 쭉쭉 올라갔는데,

    5 코스 중 정말 나만 3개를 완수 못했다.

    막판에 팔에 힘조차 안 들어가더라고.

    수업 중에 강사님에게 하실 수 있습니다, 파이팅에 노력하는 모습에 박수까지 받는 상황이다.

    두둥.

    나에게는 매우 매우 충격적인 경험들이다.

    어떤 몸을 쓰는 운동 분야에서 열등생으로 응원을 받는 상황 말이다.

    끝나오고 나오는데 현타가 심하게 왔었다.

    편의점에서 포카리스웨트 캔을 따는데 검지로도 못 여는 거야.

    대만이 형!

    나이에 따른 체력과 근육의 손실이 가속화된다고 하더니,

    몸을 직접 체감하니 맥이 빠지더라.

    골프나 탁구처럼 섬세한 테크닉이 요구되는 운동은 그러려니 하는데,

    달리고 뛰고 들고 던지고 같은 분야는 선수 출신 제외하고 일반인 중에서는 상위권이었던지라 충격이 더했다.

    아 물론 클라이밍도 기술이 중요한 분야이긴 한데,

    나처럼 초심자 코스에서는 그런 기술 문제보다는 기초 체력이 문제였다.

    # 천식이면 수영이지

    나는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수영을 아주 심각하게 했었다.

    무슨 수영선수 준비하듯 운동 전후 사전 스트레칭도 FM대로 하고,

    나름 체계적으로 연습 시간도 일반 취미 수영 수준을 훨씬 넘어서 했다.

    수영을 언제 처음 시작했는지 기억을 못 할 정도로 일찍 시작했다.

    왜냐고?

    거의 생존 수영이었거든.

    보통 어릴 때 수영을 시키지만 나처럼 아주 어린 시절부터 이렇게 진지하게 수영을 하는 친구들 중에는 두 가지 분류로 나눈다.

    -초등 들어가기 전이나 저학년 때 접영부터 출발 다이빙, 턴까지 다 배우는 경우-

    나는 농담으로 펠프스 형과 박태환 형이라 하는데,

    펠프스처럼 ADHD가 있어 치료 목적,

    ADHD를 치료할 것이 아니라 ADHD로 진단을 받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바꿔야 한다고도 한다. 실제로 미국의 수영 황제라 불리는 마이클 펠프스의 경우 7세 때부터 ADHD 치료 목적으로 수영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수영을 할 때에는 고도의 집중력을 나타냈고 탁월한 재능도 발견해 수영 황제라 불릴 수 있게 됐다.

    혹은 박태환처럼 천식을 앓아서 치료 목적으로.

    어릴 때부터 천식을 앓고 있던 박태환은 7세때 천식 치료에 좋다는 의사의 권유로 수영을 시작했다. 치료를 목적으로 시작했던 수영에서 박태환이 재능을 보이자 박씨 부부는 노민상 현 대표팀 총감독이 운영하던 ‘윈윈클럽’에 박태환을 보냈다.

    나는 후자였다.

    아주 어린 시절 기억에는,

    어렴풋이 기계로 둘러싸인 곳에서 급하게 산소 호흡기를 꼈고 의사들이 분주했던 기억까지 있는 걸 보면,

    매우 심한 천식을 앓았던 적이 있었던 것 같다.

    여하튼 좀 호전되고 의사가 수영을 권했거나,

    아니면 부모님이 천식에 수영이 좋다는 것을 들으셨겠지.

    기관지천식 환자에서의 운동은 일반적으로 수영을 권하는데 그 이유는 수영이 다른 운동에 비해 기관지 수축 작용을 훨씬 덜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아직까지 이에 대한 정확한 이유는 밝혀져 있지 않으나 아마도 수면에서 흡입하는 공기의 습도가 훨씬 높기 때문에 기관지에서 열이 소실되는 것과 기관지 점막이 건조해 지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천식과 수영 (세브란스병원 건강칼럼)

     

    수영을 언제 어떻게 시작했는지 기억에도 없으니 말이다.

    당연히 치료 목적 생존 수영이니까 공부하는 학원은 안 다녀도 수영은 쭉 했었다.

    어디 이사를 하면 주변 수영장부터 보내진 게 기억이 난다.

    여하튼,

    박태환도 천식 극복하고 금메달 땄듯,

    뭐 나도 당연히 천식 완전 극복을 넘어서 체력왕이 되었지 뭐.

    그래서 좀 그만두려 했는데,

    -당시에는 최상급반 강사는 선수 키우듯 굉장히 엄격하게 갈궈서 너무 하기 싫었다-

    내가 다니는 중학교가 하필 갑자기 수영 시범 중학교 같은 걸로 지정이 되었다.

    담당했던 체육 선생은 머리 좋게 몇 없는 동네 수영장 다니면서 명단을 추렸는데,

    그렇게 나도 타의적으로 차출이 되어버렸다.

    아우 진짜 이 생활이 진짜 최악이다.

    뭔 학교 대표 수영 대회 준비한다고 애들을 새벽 5~6시에 모여서 매일 훈련하는 생활을 했다.

    수영하기 전에 오리걸음으로 몇 바퀴 워밍업하고,

    한계 돌파 지구력 키운다고 몇 바퀴를 쉬지 않고 수영하며 체력의 극한까지 끌어내는 훈련을 했다.

    새벽에 이 난리를 치니 중딩이 호기롭게 수업 시간에 졸았더라 했지.

    이런 생활을 했으니 체력장은 온통 특급이고,

    체육대회 선발, 계주 선발, 지역구 대회 등등 몽땅 차출되지.

    워낙 어렸을 때 반쯤은 선수 마냥 빡세게 해서,

    특별히 운동을 규칙적으로 안 해도 군대에서도 행군이라든지 각종 유격 훈련도 수월하게 받았고 그것도 최상위로 통과를 했었다.

    특히 오래달리기 같은 것은 폐활량이 압도적인 1등 하다가,

    뭔 프로 축구단 1군도 아닌 2군인지 완전 후보 출신이라는 녀석에게 압도적으로 발렸지.

    와 아무리 프로 세계에서 하위권이라도 일반인이랑은 진짜 넘사벽이긴 하더라.

    여하튼,

    그렇게 방심을 하며 인생 막 살면서,

    연령에 따른 근육량 감소 이런 거 보면 에휴 뭐 얼마나 빠진다고 헤헤 걸렸더랬지.

    뭐랄까,

    이건 뭐 그냥 일반 사람들 이야기고 나처럼 어릴 때 빡세게 했던 사람은 상관없어하며 살았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 꼰대 꿈나무 나이 되어 클라이밍 하면서 딱 현실을 직시한 거지.

    ‘엇, 이게 뭐지, 왜 내 몸이 내 원하는 대로 안되지?’라는 상황을 맞이한 거다.

    어, 이거 인제 장난이 아닌데.

    좀만 운동하면 근육 다시 키울 수 있어라는 건 인제 말이 안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와 한창때 진심 좀 근육 운동을 조금씩이라도 했어야 했나.

    미리 근육이 있을 때 근태크를 했어야 했나?

    이런 후회가 되더라고.

    클라이밍 수업에서 대 굴욕을 와이프한테 얘기하니,

    안 그래도 몇 년 전부터 몸이 맛탱이가 간 것 같아 보이더라라고 확인 사살 한 번 해주더니,

    자기와 팔씨름 한 번 하자고 했다.

    내가 와이프를 준비 시작 땅! 하자마자 휘파람 불면서 한 손가락으로 1~2초 만에 넘겼거든.

    이번에 해보니,

    두 손가락으로 ‘끄으으으응’ 하며 단전에 힘을 주면서 5초 정도 걸린다.

    와,

    확실히 나이에 따라 운동을 안 하면 근육 손실하는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다.

    문제는 앞으로 근손실에 가속이 붙는 생각을 하니 아찔하다.

    나는 농담으로 자주 ‘끄응, 늙으니 무릎에 물이 차고 힘이 없어, 힘쓰는 일 시키지 마’했었는데,

    이제는 이런 농담도 안 나오네.

    농담이 아니고 리얼이 되어가잖아.

    몇 년 전에는 대충 운동을 하면 근육을 티끌처럼 만들 수 있었는데,

    이제는 대충 운동을 하면 유지하는 수준이라는 거다.

    여하튼,

    다시 클라이밍으로 가면,

    지금은 뭐 잘하고 싶은 마음보다는 나 때문에 전체 진도가 발목 잡히지 않게 하는 게 목표가 되었다.

    수업 중에 ‘할 수 있습니다. 노모벳님’ 이런 응원 들으니 비참.

    크으으...

    난 글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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