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라라와 태양, 소설 노벨문학상을 쓴 사람의일반 정보 2024. 1. 21. 05:14
# 사보고 싶다
행여 내가 벼락부자가 되면,
그리고 그럴싸해 보이기 위해 미술품을 하나 구입한다면,
난 주저 없이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살 것 같다.
멋있는 그림들도 많지만,
에드워드 호퍼 그림을 처음 봤을 때 여러모로 매료되었다.
‘고독과 외로움’과는 태양 거리만큼이나 상관없어 보이는 밝은 햇살로,
어떻게 일상적인 공간을 이렇게 고독하게 만들 수 있지?
마치 전기톱 대신 꽃다발로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 영화를 만든 느낌이다.
전혀 ‘그렇지 않은 요소’들을 조합하여 ‘그런 이야기’를 끌어내는 능력이 부럽다.
# 노벨문학상
남자 치고 소설 많이 읽는 편이고 지루한 소설도 꽤나 읽지만,
노벨문학상 수상 작품?
아우 뭔가 지루할 것 같아서 안 보게 되네.
엥 정말 사람들은 노벨문학상 수상을 재미있게 보나?
여하튼 2017년 노벨문학상은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 마"가 받았다.
물론 읽어 보지 않았다.
그래도 가즈오 이시구로 소설은 한 번은 읽어봐야지 생각은 했었는데,
SF, 판타지 그리고 미스터리 쪽 장르 소설을 섰기 때문이다.
SF를 무척 좋아하는지라.
얼마 전 신작이 나왔다 하더이다.
짠하고 신작 출간과 함께 작가의 인터뷰가 나왔는데.
소설 배경을 미국으로 정한 이유가 에드워드 호퍼의 도시 그림 이미지를 가져왔다는데.
제 머릿속에는 다양한 미국적인 이미지들이 있습니다. 1930대 미국의 미술과 그림에서 나온 이미지들이죠. 어쩌면 한국 독자들도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와 랠스턴 크로포드(Ralston Crawford), 찰스 실러(Charles Sheeler)와 같은 화가들을 아실지도 모르겠는데요. 그들의 그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미지들입니다. 황량한 빈 들판과 커다란 하늘, 넓은 거리. 저 멀리 농장이나 녹색 승강대 같은 것이 보이고요. 이런 에드워드 호퍼의 도시 그림들이나 어두운 도시 아파트나 미국식 식당의 외로워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 그런 이미지들이 제 머릿속에 있었고, 그 이미지들을 잃고 싶지 않았습니다. 왠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런 미국적 이미지들을 원했습니다.
호오 궁금한데.
그래서 읽었지 뭐.
# SF라고 해야 하나
일단 장르는 굳이 따지면 SF라고 해야겠다.
하지만 요새 이 SF라는 장르는 AI 등 기술 발달과 함께 장르 속성이 좀 변한 느낌이다.
AI가 없던 시절에는 AI가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상상하는 데 주력했다면,
AI가 현실에서 눈에 보이는 가시권에 있는 만큼,
SF는 인제 단순 멋진 상상력을 펼치는 장르보다는,
AI나 로봇이 사실적인 현실에 어떻게 정교하게 들어와서 우리의 사회, 문화, 인간관계에 하나의 요소로 자리 잡아 이야기가 펼쳐지는지 관심이 간다.
주인공 클라라는 AI 로봇이다.
정확히는 인공지능 친구라는 AF다.
AF 로봇이 화자로 소설은 시작된다.
이런 AF의 역할은 아이들을 돌보고 도와주며 강아지처럼 정서적으로 기댈 수 있는 친구 역할을 한다.
이 시대 아이들은 유전자 편집을 통해 일종의 업그레이드를 한다.
하지만 업그레이드의 부작용도 있어서 건강을 해치기도 한다.
그렇다고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으면 유전적으로 열등한 취급을 받는 일도 있다.
애초에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쓴 거니,
아침 드라마 마냥 엄청난 사건들의 연속인 소설은 아니다.
AF 클라라는 조시라는 아이를 만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조시는 유전자 편집을 통해 업그레이드를 받았지만,
그 부작용으로 건강이 좋지 않다.
이게 시작이다.
나는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AF 로봇 클라라의 관점에서 사랑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과정,
태양빛 에너지로 충전하는 AF 로봇이 태양을 향하는 마음은 종교 발달의 초기 모습을 보인다.
AF 로봇에 따라 개성이란 게 있고 그 개성에 따라 받아들이고 배우는 방법이 다르다.
화자 클라라는 다른 AF와 다르게 뛰어난 공감 능력을 가지고 있다.
과연 미래 AI 로봇도 이처럼 같은 기종이라도 개성이란 게 있을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가,
표준화되었다고 하는 자동차, 핸드폰도 소위 뽑기라고 할 정도로 차이가 있는 걸 생각하면,
AI 로봇은 더하겠구먼.
이런 디테일한 생각을 자꾸 하게 만드는 게 이 소설의 장점이다.
# 모두가 행복하지만 슬픈
클라라와 태양뿐 아니지만,
많은 SF 소설 속에 등장하는 AI 로봇들은 지극히 순종적인 모습으로 묘사된다.
그리고 이간에게 얼마나 유용한지의 척도로도 쓰이는 것 같다.
반대로 생각하면,
소설에 이렇게 등장하는 것을 보면 이렇게 한없이 순종적인 존재에 대한 갈망이 있어서겠지.
만약 이런 순종적인 존재가 인간으로 묘사되면 매우 이상하게 되겠지만,
AI 로봇으로 대체되니 별다른 저항감이 없네.
여하튼,
클라라는 강아지를 키우면 느껴지는 아낌없이 주는 무한 사랑을 느끼면서도,
강아지보다 훨씬 상호 교류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 사회의 이상적인 관계 역할을 한다.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조시를 위해 아낌없이 주는 클라라의 이야기가 마지막 장에 다다라서 덮고 나면,
모두가 행복하지만 어쩐지 아련하게 슬픈 마침표를 만나게 된다.
작가에게 한 방 먹은 기분인데?
아,
이건 소설을 읽어보면 알 것 같이다.
모두가 행복하지만 어쩐지 아련하게 슬픈 느낌.
에드워드 호퍼 그림처럼 쨍한 해 아래서 말이다.
클라라, 해는 언제나 너에게 친절했어.
'일반 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트코인 금융화, 새로운 블록체인 (0) 2024.01.21 딸천재의 이케 - 아, 카달로그 그리고 파이트클럽 (0) 2024.01.21 홍콩, 심천 역전 세계의 시작 (0) 2024.01.21 딸천재의 잡상 - 지킬 박사와 하이드에서 시작하는 어느 날의 잡상 (0) 2024.01.21 딸천재의 바쁨 - 하나씩, 하나씩, 사는 대로 (0) 2024.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