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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딸천재의 착해 - 박수홍 미담, 터져나오는 미담을 바라보는 마음
    일반 정보 2024. 1. 21. 05:22
     
     

    # 보험

    안타깝다.

    친형 횡령 사건을 겪은 박수홍씨 기사를 보니 그런 마음이 든다.

    그래도 힘이 날 것 같다.

    댓글을 보면 온 우주가 다 응원하는 것 같다.

    SNS에는 박수홍씨 관련 미담이 쏟아진다.

    우와 어떤 길을 살아왔길래 이렇게 미담이 쏟아질까.

    워낙 요새 연예인 학폭부터 뭐 하나 터지면 줄줄이 터져 나오는 것을 생각하면 말이다.

    더불어 박진영이 연습생에 했던 얘기가 떠올랐다.

     

    물론 박수홍씨는 겸손뿐 아니라 진실하고 성실하게 살아왔기에,

    위기 때 주변 사람들이 이렇게 나서는 듯하다.

    아직 힘든 시기를 빠져나오진 못했지만,

    최소한 혼자서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잖아.

    박수홍의 경우는 다르다. 먼발치에서 지켜보며 마음속으로 그를 응원하던 이들이 그가 위기에 처하자 저마다의 행복한 기억 하나씩을 꺼내며 미담을 전파하고 있는 것. 선한 기운을 베풀며 아주 잘 살아온 인물이라는, 표면적 증거다.

    # 참 착하다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박수홍씨의 옛날 인터뷰들을 보면 말이다.

    착한 아들.

    당시 박수홍은 "평생 부모님 말씀을 거역해본 적이 없다. 하고 싶은 게 있어도 부모님께서 ‘수홍아 그렇게 살면 안 된다.’ ‘하느님이 주신 은혜를 남들을 위해 쓰며 살아야 한다.’ ‘다른 사람을 생각해야 한다’고 하셔서 못 한 게 많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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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를 하나 들자면 정말 사고 싶은 집이 있었다. 그 집을 사려고 6개월이나 기다렸다. 그런데 새벽부터 부모님이 찾아오셔서 말리셨다"며 "너무 좋은 차도 타면 안 되고, 너무 큰 집에 살아도 안 된다. 나중에 그 집에 들어간 분을 만나기도 했는데, 처음엔 부러웠다가 질투도 나고 너무너무 아쉬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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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면서 "일주일에 한 번은 그 집 꿈을 꿨다. 지금도 꿈에 나온다. 프로페셔널이라면, 열심히 했다면 보상을 받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무엇을 하든 다른 사람 신경 쓰느라 제 삶을 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인터뷰를 보면 더욱더 안타깝기도 한다.

    박수홍 :

    물론 그 돈을 다른 데 투자해서 잘됐으니 결과적으로 좋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을 때 그때만 할 수 있는 것, 그 순간들을 놓친 거예요. 집을 예로 들었는데 많은 것이 그랬어요. 내가 행복한 대로 살려면 틀어지고 부러지고 나자빠지더라도 잘못된 선택을 하고 내가 경험하는 게 좋아요, 엄마. 다른 때 말씀 못 드렸으니까 이렇게 인터뷰하면서 미리 말씀드리는 거예요. 놀라지 마시라고요.

     

    내 삶의 모토가 ‘그때만 할 수 있는 것이 있으나! 그 순간에는 꼭 해야 해!’이기도 하다.

    때문에 돈을 ‘물건’보다는 ‘경험’에 쓰려고 한다.

    저 틀어지고 부러지고 나자빠지더라도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박수홍 씨가 지금이라도 이렇게 살고 싶다고 하는 말에 마음이 짠했다.

    그동안 그렇게 못 살았으니 이런 말을 하는 걸 테니 말이다.

    착하다라...

    내가 내 딸에게 안 하는 칭찬 중 하나는 ‘착하다’, ‘아빠 말 잘 듣는 착한 아이네’이다.

    착하다, 착하다 소리 들으며 그에 맞춰 속으로 스트레스를 감내하는 착한 여성을 많이 봐서 그런가 보다.

    물론 아이가 착하면 좋지.

    하지만 부모나 타인 기준 착한 아이보다는 자아 기준 착한 아이이길 원한다.

    다행히 지금 젊은 세대는 그러진 않을 것이다.

    ‘착하다’, ‘착해’라는 말은 칭찬인데 왜 이리 알레르기가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 부모님이 강요하지도,

    살면서 딱히 들어본 말도 아닌데 말이다.

    어떤 사람이 어떤 사람에게 ‘착하네, 착해’라고 하면,

    속으로 ‘그 딴 칭찬하려면 하지마’라고 하고 싶어질 때도 있다.

    뭔가 그 말을 듣는 사람은 가는 실이 하나씩 하나씩 감겨 있는 것 같이 보인다.

    물론 내가 좀 오버하는지는 안다.

    # 발끈?

    스타일상 착하다 소리 들을 일이 없긴 한데,

    어쩌다 ‘노모벳씨는 착하니까...’ 들어본 적이 있다.

    상당히 언짢고 했던 기억이다.

    구성원들이 굉장히 스트레스가 많은 어부협의 였다.

    서로 논쟁도 많고 갈등도 많은 상태였다.

    개인적으로 회사에서 우는 사람 이해한다.

    또한 회사에서 누구를 혼내기 위해 전략적으로 화내는 것도 이해하는 편인데,

    하지만,

    대상 없이 본인 화를 이기지 못해 불을 여기저기 던지는 사람은 좀 이해하지 못하는 편이다.

    뭔가 프로페셔널 하지 못한 느낌이랄까.

    여하튼 헛소리하는 사람들 사이에 이리저리 조율하는 과정이었다.

    알다시피 네고시에션이라는 것은,

    하나 주고 하나 받고 하는 과정 아니겠나.

    그런 과정이 마음에 안 든 성질을 좀 부리는 어떤 분이 나에게 말하길,

    ‘아 노모벳씨는 착하니까 다 받아주네요, 나는 성질이 더러워서 잘 안되는데’

    이 말을 듣는 데 빠직!

    ‘당신 성질 더러운 거 어쩌라고 나는 착해야 하니 나보고 맞추라고?’

    물론 상대는 그런 의도는 아니었다.

    그것을 알았지만 또 드립을 응수하지 않으면 안되잖아.

    그냥 웃으면서,

    ‘하하하, 그렇게 봐주시니 고마운데, 혹시 나중에 사람이 그럴지 몰랐느니, 내가 사람 잘못 봤네 하실까 봐 걱정이네요’

    아우 진짜!

    나름 주판알 튕기면서 양보할 것 하고 받아낼 것 받으려고 이리저리 뛰고 있는데 그냥 ‘착해서?’

    회사 일하면서 자기 성질 더럽다, 성격 안 좋다고 하면 도대체 어떤 리액션을 해줘야 할지 모르겠다.

    좋은 환경에 좋은 회사 다니는 사람, 잃을 게 많은 사람이 성질 더러워봐야 뭐 어쩌겠어.

    쪼는 척이라도 해달라는 건가?

    이렇게 어떤 리액션을 해야 할지 모를 때가 참 곤혹이다.

    차라리,

    딱 봐도 인생 막장에 잃을 게 없는 오늘만 사는 사람이 ‘나 성질 더럽다’라고 하면,

    난 자존심이 하나 없이 바로 설설 길 거거든.

    엇 무슨 얘기 하다가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으나,

    다시 박수홍씨 미담으로 돌아와서,

    쏟아지는 미담을 보고 있자면,

    와 세상은 아름답고 잘 살아온 사람은 아름답구나 하는 훈훈한 마음도 들지만,

    한편 이런 미담들로 또 스스로 한없이 ‘착함에의 강요’를 하게 될까 마음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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