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천재의 교육 - ENFP, 엄마와 너무나도 다른 MBTI #2일반 정보 2024. 1. 21. 05:23
.
.
.
.
# 아무 생각도
지난 편에 이어,
요새 와이프와 MBTI 얘기를 한다.
부부간 상향 차이는 이제와서 어쩔 수 없다.
유일하게 문제의 원천을 차단할 시기는 놓쳤다.
연애하면서 '아...이 여자다...'라고 느껴지는 위기를 극복 못하고 결혼한 순간 게임 끝이다.
어어 하다가 결혼식장 장면이 스쳐지니가고,
인생 열차는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달리고 있다.
니들은... 결...
여튼 그러하다.
지금 시점에 MBTI를 와이프와 얘기하는 것은,
딸아이의 성향에 대해서 좀 더 이해가 필요할 것 같아서였다.
나는 내 어린 시절과 현재 딸내미의 성향을 보아 ENFP가 아닐까 추측했었다.
MBTI에서 다른 성향보다 특히 학습 방법론에 감각형인 S와 직관형인 N인지 파악은 좀 어렵다 보니,
S vs N에 관한 영상을 같이 보게 되었다.
나는 이 영상에서 가장 신기했던 게,
감각형과 직관형에 따라 '아무 생각도 안해'라는 게 너무나 다르다는 것이다.
지금도 잘 믿기지 않다.
사람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고?
영상에서는,
'아무 생각도 안 해'라고 하면 진짜로 아무 생각도 안 한대.
그러면서 아래 그림을 보여준다.
의심스럽다.
아무 생각의 영역.
그게 조절이 가능한 영역인가?
아무 생각도 안 하기로 마음먹으면 정말 백지처럼 아무 생각을 안 할 수 있는 거라고?
와이프는 머릿속을 고요한 백지로 만들 수 있단다.
본인이 떠오르는 생각들을 무시하고 백지라고 하는거 아니야?
내 기준에서 아무 생각도 안 하기 위해서는,
그림 오른쪽과 같은 추상적인 이미지가 필요하다.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계속 재생해서 다른 생각으로 안 이어지면,
그게 아무생각 안드는 것.
혹은 동시다발적으로 따오르는 잡생각의 의미를 못 따라잡을 정도가 되면,
그게 멍한 상태인 듯하다.
여하튼,
와이프는 나에게 말하길.
일이 많고 스트레스가 많아서 머리가 복잡해서 그런거라며,
딸내미를 다시 부른다.
'못난이야, 너 한 번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멍하게 있어봐'
그랬더니,
'어떻게, 아무 생각도 안 해야 하는 거야?'
'???'
'그냥 멍하니 있으면 내가 생각 안 해도 막 생각이 나오는데'
그걸 보더니 와이프가 띠용하더니,
정말 이런 차이가 있어?
놀라워한다.
# 차이와 차이
내가 그렇다고 했을 때는,
와이프 입장에서는,
흥 MBTI 성향에 맞춰서 자기실현된 생각들이겠지 했단다.
ENTP 결과를 보고 더욱더 거기에 맞춰서 행동하게 되는 거 아니야?
하지만,
딸아이는 아예 MBTI라든지 성격이 어떻다 하든지 그런 정보를 주지 않았다.
자기 성격이 어떻다는 것에 대한 자각이 아직 없다.
그런데,
전편 글에 나온 타로카드 행운 불운 해석이라든지,
아무 생각에 대한 개념이 본인과 너무나 다르다는 것에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한다.
내가 '왠지 쟤는 나 닮았고 훈육이나 동기부여를 그렇게 하면 안 될 것 같은데'라고 했을 때,
남자애와 또 여자애는 다르다는 입장이면서도,
와이프 본인과 어린 시절과 너무 달라서 상당히 당황하곤 한다.
일단,
딸아이 텐션이 그냥 높다 수준이 아니라 하이퍼 텐션이다.
어디 나가면 집에 안 들어오려 하고,
온 친척 집에서 혼자 자고 오거나,
학교나 학원 선생님에게 거침없이 자기주장하며,
엄청 심한 관종인 것을 볼 때마다,
와이프는 애들이 이렇게 다른가 싶어 한다.
'우리 집안 친척 중에 이렇게 텐션이 높은 애는 없는데 누구 닮은거지?'
게다가,
아이는 학교나 학원에서 만든 스탠다드한 진도나 교육 방식에 맞추는 걸 참 어려워한다.
다행히 학원은 자유도가 있으니,
선생님에게 당당하게 가서 나 그 진도 대신에 이렇게 저렇게 할게요 말한다고 한다.
차분하게 스탠다드를 착실하게 따랐던 와이프는 아이가 그럴 때마다 민망해하며,
띠용하며 신기해 한다.
# 창의력 교육 그까짓 거
이 큰 차이는,
와이프와 딸아이가 얘기하는 것을 옆에서 보면 상당히 흥미롭니다.
와이프는 굉장히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스타일인데,
-감성적인 현실주의-
스스로 상상력과 창의력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인정한다.
반면,
딸내미는 상상력도 풍부하고 굉장히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들이나 판타지를 진지하게 얘기한다.
사실적 마술주의적인 얘기에 몰두한다.
딸내미가 이런 주제들로 진지하게 묻고 얘기하면 와이프는 리액션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하고,
대화하는 동안 기가 많이 빨려 나간다.
일전에,
아이가 '꿈을 고치는 의사'가 있으면 꿈을 어떻게 고쳐하는지에 대해서 굉장히 진지하게 묻는다.
와이프 입장에서 차라리 내과 의사가 환자를 어떻게 고치는지에 대해서 설명해 달라면,
귀찮아도 쭉 설명해 줄 수 있는데,
꿈을 고치는 의사라는 주제로 지속적으로 상상을 하며 얘기를 끌어 나가야 하는 것에 엄청 힘들어한다.
더 나아가 인형 놀이를 하자고 하면,
인형들을 세워 놓고 각각 치료해야 할 꿈들이 있는 인형 환자 스토리를 만들어야 하고 말이다.
또 다른 에피소드로는,
와이프는 본인이 아무래도 상상력이나 창의력이 부족하다고 느끼니,
아이한테 창의력 향상 교재를 하나 산 적이 있다.
내가 학습지도하는 것을 보고 빵 터졌었다.
아이는 알아서 교재와 교보재를 가지고 이렇게 저렇게 막 조합하면서 놀고 있는데,
와이프가 보더니 첫 장부터 시작해야지 하면서 첫 장을 보면서 하나하나 따라가는 것이었다.
아이러니하지 않나?
웃음이 터져 나온다.
창의력을 올바르게 기르기 위해 창의력 교재를 첫 장부터 시키는 대로 순서대로 주입식 창의력 공부 방법이 뭔가 좀 모순적이다.
아이가 창의력 교재에도 없는 방식으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게 창의력 연습인 것 같은데 말이다.
여튼 와이프는 '호오 그럼 애가 창의적인가 보다, 굿굿!' 한다.
하지만 난 '흐음, 고민일세'이다.
창의적인 생각을 잘하는 것과 학교성적 입시는 반드시 연결되는 게 아닌 것 같다.
영화, 소설에 직관이고 창의적인 사람을 과대하게 미화한 감이 없지 않다.
물론 개쩌는 사람들은 개쩌는데,
대부분 뭐 학교 공부에 유리한가? 라고 물으면 흐음 애매하다.
이건 마치 한국 아이돌보고 대부분 한국 사람들이 그럴 것 같은거지.
'한국엔 말이야... BTS족도 있지만, 싸이족도 있다. 한국은 단일 민족이 아니란다.'
# 아이 교육 참 난감할세
내가 이제는 뭐 누구 새로 만나서 뭘 어쩌고 저쩌고 할 일이 없기에,
MBTI를 열심히 볼 일이 있겠어?
내 딸내미 일이니 또 살펴본다.
특히,
나의 경우 학창 시절에 매우 고민이 많았던터라.
예를 들어,
책을 순서대로 보기 싫은데 순서대로 봐야한다는 주변의 압력이라든지,
한 때 대학을 가기 위해서 공부해야한다는 것이 나에게 큰 의미와 동기부여가 안되서 좀 고민했던 거라든지,
학원이라든지 사교육이라든지 동기부여도 힘들었고.
딸내미도 참 고민 많겠다 걱정스러운데,
MBTI별 성향별 공부방법을 보니 에휴.
딸내미 성향인 ENFP는 또 굉장히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네.
나랑 비슷한 성향도 있기에,
공부 안 하면 이렇게 된단다, 저렇게 된단다 같은 협박이 씨알도 안 먹힐 뿐더러,
이런걸로 압력을 주면 오히려 반항적으로 '그래? 그럼 한 번 안해볼게' 같은 쓸데없이 손해보는 오기를 부릴까 걱정이다.
와이프는 이런 성향이 이해가 안되니 '에이 애가 그런 미련한 짓을 할리가 있어?'라고 생각한다.
워낙 정해진 규범, 규정에 순응하는 타입이기 때문이다.
타인과 개별화 분화에서 정체성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 와닿지 않는다고 한다.
때문에 애 성향을 제대로 파악 못하고 시간 관리가 엄격한 학원이라든지 스파르타식 사교육을 고르면,
-와이프가 오히려 엄청 물렁한 성격이기에 아이를 위해 이런데 보내야 하나 본인이 고민을 한다-
내 생각에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기에 우려스럽기도 하다.
ENTP로서 나의 경우 환경적으로 운이 좋았던 것은,
부모님이 거의 완전한 자유방임 스타일이라 성향을 긍정적으로 발현하는 데 좋은 여건이었다.
반면,
가이드가 거의 없었다 보니 학창 시절 진로 등에 쓸데없는 시행착오를 한 것 같다.
공부에 일가견이 있으신 분들이 자식을 이렇게까지 전적으로 알아서 하도록 풀어준 것도 신기하다.
양쪽 부모님이 개인주의 성향이 극에 달하신 분들이신지라,
다큐 촬영 감독 마냥 개입 거의 없이 '인생은 다 지가 선택 나름' 마인드.
하지만,
완전자유방임에서 자란 나는 오히려 어느 정도 가이드와 간섭이 더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있다.
문제는 그 외부 개입 방식인 듯 하다.
'일반 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존경하는 투자자 그리고 세대 차이 (1) 2024.01.21 딸천재의 교육 - ENFP, 엄마와 너무나도 다른 MBTI #1 (1) 2024.01.21 딸천재의 착해 - 박수홍 미담, 터져나오는 미담을 바라보는 마음 (0) 2024.01.21 비트코인 가장 무서운 단계는 지나가네 (0) 2024.01.21 인플레, 금 그리고 비트코인 (1) 2024.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