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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딸천재의 D.P - 넷플릭스 D.P보고 군대 PTSD 체험이 트렌드?
    일반 정보 2024. 1. 19. 09:21
     
     

    # PTSD

    'D.P 보다가 PTSD 온다'.

    넷플릭스 군탈체포조 드라마 후기가 도배 된다.

    PTSD 온다라는 게 드립이긴 할텐데,

    어떤 의미인지는 내가 다 알겠네.

    나조차 기억 저편에 묻히고 묻혔던 군대 기억들이 떠오른다.

    오랫동안 나의 꿈의 상영관에 개봉되지 않았던,

    '개봉박두! 군대 꿈!'까지 꾼다.

    '하... 이게 PTSD'구나.

    슬프게도 내가 '나 조차'라고 말한 이유는,

    군대 전역한지 정말 까마득하기 때문.

    얼마나 오래되었냐고?

    속칭 '태권브이' 활동복 1세대였다.

    부대 전체에 왼쪽 오렌지 군단 속에서,

    태권브이는 내가 최초였더랬지...

    대충 시기를 알 거야.

    이런 짬인데도 D.P를 누워서 편하게 보다가 헉하면서 생생한 기억을 떠오른다.

     

    # 그 한두 명

     

    한두 명이다.

    대부분 평이한 사람들인 데 그 한두 명의 빌런이 군대에 대한 전반적인 나쁜 기억을 만든다.

    물론 평이한 다수가 사실문제다.

    지금도 군 생활했던 녀석들을 만난다.

    연말에 모임을 갈 때,

    -코로나 때문에 못 보지만-

    와이프한테 자랑한다.

    '나 이 모임에서 가장 고참이야!'

    '늙은 게 자랑? 그게 뭐?'

    '아니! 후임들이랑 얼마나 잘 지냈으면 후임들이 먼저 연락하고 나와 만나주겠어'

    D.P 조 일병을 보면서 PTSD가 오기도 하지만,

    난 구교환 역의 호열을 보면서도 PTSD가 온다.

    군대 생활하면서 이단 옆차기도 맞고,

    그림자가 안 보이는 발차기라는 뜻에서 나온 무영각도 맞고,

    여자친구 성희롱, 모욕적인 갈굼도 당하긴 했지만,

    집단 속에 갈굼 있었지 D.P 조 일병처럼 괴롭힘의 집중 타깃은 아니었다.

    극중 황장수같이 사람 괴롭히기 좋아하는 쓰레기들은 희생양을 아주 야비하게 고른다.

    내가 부대에 전입했을 때는 운이 좋았다.

    내 두 달 고참이 괴롭힘을 당하다가 소원 수리 내부 투서로 인해 한바탕 폭풍이 지나갔다.

    상또라이 고참이 아침에 나오는 요구르트가 모자라 자기 거 없다고 포크수저로 머리를 찍었었다.

    그래서 좀 평온한 시기,

    또라이들이 발톱을 숨기고 복지부동하는 시기었다.

    또한,

    한참 운동을 좋아했을 때라 키와 체격이 있었고,

    내무반에서 가장 악랄한 놈과 학연관계라 상대적으로 호의를 받았다.

    어떤 호의냐고?

    원래 야밤에 창고 뒤돌려 차기 맞는 일을,

    그냥 대낮에 꿀밤 맞는 정도?

    나는 후임들과는 D.P의 구교환 느낌으로 대충대충 좋은 게 좋은 거다 하면서 지내는 정도였다.

    구교환에 좀 더 블랙 유머를 하는 버전 정도 느낌?

    내가 사람이 좋아서?

    놉.

    나는 꽤나 개인주의자다.

    어렸을 때는 더 다듬어지지 않은 개인주의자었다.

    군대에서 완장질하면서 애들 갈굴 시간에 티비나 보고 책 읽는데 시간을 썼다.

    부대가 개판이고 간부가 뭐라고 하지 않냐고?

    나는 간부한테 -진짜 이해가 안 가는 이유로- 완전히 찍혀서 휴가를 못 가는 상황이다.

    내가 뭐 하러 누구 좋으라고 밑에 애들 달달 볶겠나.

    내무실이 개판이든 밑에 애가 개판이든 나몰라 하는 상태에 가까웠다.

    아마 전형적인 ENTP 성격일 것이다.

    ENTP의 특유의 반골 기질.

    위에서 애들 관리하라고 집합시키고 갈구라고 하면,

    모아 놓고 '내가 사람이 좋아서 너네 안 갈구는 건 아니야, 나 저 새끼들 원하는 대로 하는 거 절대 하기 싫어서! 안 갈굴 건데, 내려가서 맞았다고 하고 다녀'

    에이 씨! 10분 후에 내려가자.

    그러니 뭐 후임들에게는 드립이나 치면서 헐렁한 호인이었겠지.

    무신경한 호인,

    방관자.

    D.P는 단지 군대 괴롭힘 만을 보여주진 않는다.

    후반에 가면서 군대 부조리가 피어나게 하는 토양 중 하나인 '방관자'라는 주제를 발견한다.

    구교환은 극중 좋은 선임이지만 결국 방관자가 아닐다.

    나는 호인이라고 포장하고 있지만 애써 기억 속에 묻어 두었던 순간들.

    뻔히 알았지만 방관한 순간들이 기억이 났다.

    PTSD지 뭐.

    누구 갈구기도 귀찮고 그렇다고 뭔가 바꾸려 했던 것도 아니고 적당히 적당히 방관했던 순간들.

    그리고 군대 모임을 멤버를 떠 올리니,

    내 밑으로 1 ~ 9번까지 쭉 있다가 왜 중간에 이가 하나 빠졌었지,

    1, 2, 3, 4, 5, 7, 8, 9 이런 식으로 모이는데 왜 '6'은 안 나오는지 기억이 났다.

    군기를 잡는 명목으로 2, 3, 4가 악역을 했을 때 그냥 나는 헐렁하게 있던 그냥 방관자였다.

    결국 나 같은 사람들이 모이고 모이니 지금 20대가 D.P 보고 PTSD 온다고 할 정도로,

    군대가 딱히 안 바뀐 거겠지.

    # 5명 중에는 반드시

    군대 괴롭힘과 부조리가 이어 내려가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다.

    끊임없이 이 거지 같은 전통이 내려오는 게 아니다.

    중간에 끊겼다 다시 부활하고 끊겼다 부활하고 그렇다.

    내가 이등병이었을 때 일병이 얘기하길,

    '전역하고 나간 사람 중에 진짜 리스펙트 하는 양반이 있는데 그 양반이 내무실 이상한 전통과 괴롭힘을 다 없앴는데, 지금 저 새끼가 다 다시 돌려놨어'

    그리고 또 나 나간 다음에 후임을 사회에서 만나서 들어보면,

    '한 참 안 하다가요, 이등병 새끼가 들어와서 사고 치면서, 고참이 열받아서 다시 옛날로 원복 했어요'

    들어보면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악습이 없어졌다가 다시 생기고 또 없어졌다가 다시 생기고.

    나루토에서 나온 지르보의 명언은 만화를 넘어 현실 세계에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 같다.

    다른 말로는 지랄 총량의 법칙이라도 했던 거 같다.

    쓰레기와 방관자 조합이라.

    이런 악습을 없애기 위해 정의감이 넘치는 영웅적인 사람도 물론 있었다.

    후임들이 이런 사람을 좋아할 것 같지만 또 그것도 아닌 경우도 많았다.

    이등병 때야 응원하지만 후임들이 일병, 상병 되었을 때,

    영웅적인 병장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경우도 많다.

    '이등병, 일병만 하지 말고 상병들도 청소하고 작업 나가고 하자'

    좋은 약은 입에 쓰다.

    바꾸고자 하는 영웅들은 어느 순간 '피곤한 양반'으로 소모되다 사라져가고,

    나처럼 신경 안 쓰는 방관자는 좋은 이미지가 편식하다 간다.

    그러니 안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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