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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 vs 재테크, 라떼는 말이다일반 정보 2024. 1. 24. 02:45
# 승진 혹은 재테크
승진하면 뭐해, 집도 없는데라는 기사 제목을 보면 클릭 안 할 수 없지!
부쩍 많이 보인다.
회사 승진 보다 재테크에 더 가치를 두는 시대라나 뭐라나.
이런 기사들은 요새 심심치 않게 나온다.
진짜 라떼는 말인 에피소드가 저절로 떠오른다.
내가 신입사원 때,
부서의 이상하게 왕따를 당하는 차장 한 분이 계셨다.
사원들은 잘 몰랐고,
차장급 윗선들 레벨에서 그 양반을 업무적으로 왕따를 했던 것 같다.
회의나 업무 보고 등을 보면 저 양반 뭔가 사람들이 무시하는구나 느낌이 딱 오잖어.
V 차장이라고 하자.
Victory의 V다.
회사사람들이 V 차장을 얼마나 가혹하게 대했냐면,
하루 전 날까지도 본인이 다른 부서로 가는지 안 알려줄 정도였다.
그래서,
V차장은 자기 부서에서 다른 부서라고 가는 사람들에게,
'거기서 잘하시고 그동안 잘 지냈는데 섭섭하네 허허' 그랬었는데,
당일 '당신도 전배 대상이오'라는 말 듣고,
환송회 해준 사람들과 같이 짐 싸서 우리 부서로 왔었다.
두둥.
V 차장이 도대체 무슨 사고를 쳤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당시 워라벨은 개나 줘버린 시기였고,
사원 대리가 소나타 산다고 화제가 되는 그런 시대요,
윗대가리 입에서는 그냥 미묘한 게 아닌 그냥 대놓고 성희롱 발언이 만연한 매드맥스 같은 시대였다.
그나마 나름 멀쩡한 회사여서 다른 회사에 비해 상당히 신사적이었으나,
'젊은 친구 신사답게 행동해'
대 놓고 차장급을 왕따를 시켰다.
자리 순서를 보통 입구 먼 곳부터,
팀장-차장-과장-대리-사원 이었는데,
팀장-차장-과장-대리-사원-V차장 순으로 배치했었다.
도대체 무슨 대역 죄를 지어서 저렇게까지 찍혔나 생각을 했었다.
근데 이 양반이 당시 재테크는 잘한다는 소문이 있었다.
갭투자로 집이 몇 채씩 있고,
아침마다 수시로 화장실에 가서 주식 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지금 기준 부동산 투자로 집이 몇 채씩 있는 V 차장은 그냥 리스펙트 아니겠어.
그런데,
당시 분위기는,
신입사원인 우리는 주제도 모르는 V 차장 잘해드리자, 너무 불쌍하다 하며,
측은하게 생각했었다.
어떤 느낌이었냐면,
회사에서 도태되니 재테크로 어떻게든 서바이벌 한다는 느낌?
다른 한편으로는,
회사에서 잘나가는 사람은 금방 V 차장 정도 이상은 벌 거라는 착각? 을 했었던 시기다.
회사에서 재테크에 목숨 거는 것은,
뭐랄까 좀 직장에서 약간 무능력한 사람이 선택하는 막장 직업 같은 분위기였다.
지금 생각하면 이불 날아 차기 킥이지 뭐.
아무래도,
아직 여전히 꽤 높은 성장 시기라 부동산 그까짓 거 나중에 충분히 산다.
그런 분위기였다.
연봉과 집값의 차이가 지금 처럼 말도 안되게 차이가 나지 않았던 시기에다가,
집값이 우상향하고 있었지만,
승진과 연봉 상승률이 충분히 쫓아가는 시대였기에,
재태크 할 시간에 자기계발 하는 게 더 이익일 수 있었다.
실제로 그렇지 않았을 수 도 있겠지만 그냥 그 기세만큼 그랬었나 보다.
# 따라잡을 수 없다
V 차장이 지금 시대 왔다면?
완전 리스펙트 아니었겠나.
V 차장은 점심시간에도 부동산 보러 다니다가 1시간씩 늦게 들어오고,
휴가 내서 부동산 보러 가고 그런 양반이었다.
회사에서도 재테크 책 쌓아두고 읽고 그랬다.
당시 차장급들은 회사 관련 전문서, 외국어, 자기계발 서적들이 빽빽했다.
나 포함 사원 동기들은 '크으어 뻑예! 프로페셔널한 게 저런 거지!'
그러면서 V차장 보면서,
'우리라도 잘 해드리자, 너무 무시당하시네' 동정하고 있었지.
왜 그런 분위기였냐고?
요즘 시대의 김상무 이부장이 사회에 진출한 시기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이다.
이때도 ‘부동산 불패’ 신화가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지금처럼 집값에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 월급만 열심히 모으면 집을 살 수준은 됐기 때문이다.
이들에겐 사회적 성공, 회사에서의 좋은 평가가 집값보다 훨씬 중요했다. 지금은 ‘라떼는…’이 돼버린 야근을 밥 먹듯 하고, 직장 상사와 폭탄주를 밤새 말아 먹고, 회사 야전 침대에서 밤을 지새웠던 이유다. 이렇게 사는 것이 ‘열심히 잘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나보다 형님 세대이긴 한데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김상무 이부장은 후배들에게 자신이 한 경험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 대신 “자기관리에 힘쓰라”고 말한다. 재테크도 자기관리의 한 범주에 속한다. 과거엔 재테크하는 것이 회사일을 등한시하는 것으로 비칠까봐 잘 언급하지 않았다. 요즘은 재테크 못하면 자기관리 못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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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바뀐 시대를 사는 김상무 이부장의 마음은 한편으론 혼란스럽다. 회사는 실적을 내야 하는 곳이고, 목표한 실적을 달성하려면 구성원이 전심을 다해 뛰어야 한다고 배웠는데 이런 근본적인 사고관이 통째로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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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기업 임원은 “딸 같은 후배가 부동산을 알아보느라 일에 열중하지 못하는 것을 봤는데 차마 야단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 이런 기사들을 보면,
그 옛날 V 차장이 간간이 떠오른다.
그 양반이 지금 시대에 있었으면 회사 내에 후배들에게 리스펙트 소리 들으며 능력자 취급 받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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