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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도둑맞은 가난 × 유동화 할 수 있는 가난일반 정보 2024. 1. 25. 02:02
# 도둑맞은 가난
박완서 소설 '도둑맞은 가난'은 인터넷상에서도 많이 공유된 소설이다.
물론 소설 요약이 말이다.
도둑맞은 부가 아니라 도둑맞은 가난이라니?
제목 만 봐도 궁금증을 자아낸다.
요약이 잘 되어있는 칼럼을 하나 가져오자면,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가난마저 숙명으로 받아들이면서 억척스레 산동네에서 사는 한 공장 근로 여성이 소설 주인공이다.
그녀가 동거하게 된 부자 대학생 상훈은 아버지의 지시로 방학 기간 신분을 속이고 고난 체험을 하던 상황이었다. 여주인공은 진실을 알고 난 후 가진 자의 놀음에 절망하게 된다. 시인 서정주는 1954년 시 '무등을 보며'에서 '가난이야 한낱 남루에 지나지 않는다'고 읊었다.
하지만, 가난은 주인공처럼 처절하게 겪은 어떤 이에게는 자랑스런 훈장과 같은 것이다.
소설 종말부 문장은 이렇다.
'내 가난을 구성했던 내 살림살이들이 무의미하고 더러운 잡동사니가 되어 거기 내동댕이쳐져 있었다. 내 방에는 이미 가난조차 없었다. 나는 상훈이가 가난을 훔쳐갔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중략) 나는 우리가 부자한테 모든 것을 빼앗겼을 때도 느껴보지 못한 깜깜한 절망을 가난을 도둑맞고 나서 비로소 느꼈다.'
그리고 절망한다.
원래 드라마라면,
알고 보니 부자였네 하면서 해피엔딩이지만,
소설은 냉혹하다.
알고 보니 부자였던 사람은 그냥 가난을 한 번 체험한 꼴이 되고,
가난하지만 굳세게 살아오던 여주인공의 삶에서 가난은 나름의 극복을 하며 얻은 훈장 같은 것이었으나,
부자 대학생으로 인해 아무것도 아닌 그냥 하찮은 것이 되었다.
소사. 이제부터 부자들 사회에선 가난장난이 유행할 거란다. (중략) 그들은 빛나는 학력, 경력만 갖고는 성이 안 차 가난까지 훔쳐다가 그들의 다채로운 삶을 한층 다채롭게 할 에피소드로 삼고 싶어 한다는 건 미처 몰랐다. 나는 우리가 부자한테 모든 것을 빼앗겼을 때도 느껴보지 못한 깜깜한 절망을 가난을 도둑맞고 나서 비로소 느꼈다.
출처 : 시사오늘(시사ON)(http://www.sisaon.co.kr)
# 흙수저 유튜버
타인의 일상에 대한 유튜브는 많이 보는 편은 아닌데,
와이프가 많이 봐서인지,
어느 순간부터 추천에 계속 올라온다.
내 추천 란에는 클래식, 철학, 아트 뭐 이런 거 아니겠나.
-와우 클래식, 게임 철학, 폭탄주 아티스트 등등 -
여하튼 이상하게 독거총각 보다 보면 자꾸 보게 된다.
뭔가 홍상수 홀아비 버전 독립영화 한 장면 같기도 하고.
배경과 분절되어 흘러나오는 내레이션이 기괴하기도 하다.
한 마디로 본인 스스로 말하길 흙수저 노총각의 삶이라는 건데,
뭔가 묘하다.
댓글 중에,
'현자와 미치광이 사이를 빠르게 왔다 갔다 하는 영상'이라는 데 박장대소를 했다.
뭔가 철학적이면서,
뭔 소리야 하는 순간들이 반복된다.
이 분이 어떤 영상에서 말하길,
'흙수저 인생이 콘텐츠가 되어 돈을 벌 수 있는 세상'이라고 하더라.
문득 공감이 많이 갔다.
나도 이 분 유튜브 광고 많이 되어서 힘내고 잘 사는 거 보고 싶은 마음에,
꼬박꼬박 보고 있기도 하다.
너무 응원하게 된다.
이 형님의 삶을 보고 있자면 과연 비혼주의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고찰도 하게 되며,
와이프랑 싸워도 이 영상을 보면 그냥 고마울 뿐.
'와씨 결혼하길 잘했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댓글에도 그런 의견이 많은데,
'결혼 장려, 출산 장려 예산을 이상한데 쓰지 말고 이 형님 채널을 공익광고로 내보내라!'라고 할 정도인데,
오버가 아닌다.
여하튼,
문득 이런 인기도 정말 기술 덕이구나 싶다.
기술의 혁명이구나 생각이 든다.
과거 힘든 경험은 현금성 자산이 되기 힘들었다.
힘든 경험을 돈으로 바꿀만한 시장이 없었다.
유튜브의 발달은 이런 시장이 있다.
시장이라는 말이 냉정할 수 있지만,
가난을 소비할 수 있는 시장이 있는 것이 아닐까.
과거에는 '도둑 맞을 가난'이지만,
현재는 구독자와 좋아요 세상에서 '팔 수 있는 가난'이 되었잖아.
여하튼,
독거 총각 형님 힘내세요.
제가 '구독과 좋아요' 합니다요!
.
추가로 이웃분께서 재미있는 관점도 소개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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