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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곱해의 마지막을 읽으며,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일반 정보 2024. 1. 29. 03:13
     
     

    # 일곱해의 마지막

    소설이 땡기는 시기는 아니었지만,

    <일곱 해의 마지막>은 여름이지만 입맛이 돌게 했다.

    어떤 사람은 김연수 작가 책이기 때문에 무조건 예약 구매를 했겠지만,

    작가보다는

    사실 난 김연수 작가 때문은 아니다.

    일곱 해의 마지막은 알 수가 없었던 월북 시인 백석의 삶을 상상의 힘으로 현재 시간에 다시 쌓아올려본다.

    사실과 사실 사이의 틈을 상상으로 메꾸며 한 사람의 삶을 문학적으로 복원하는 글쓰기

    물론 냉정한 공돌이 출신 금융인으로서 시집은 뭐 그닥!

    자본주의의 힘을 못 느끼게 하는 시집은 멀리하라!

    물론 그런 것도 있지만,

    시는 정말 문학의 정수에 이르는 경지에 장르이다.

    어느 정도냐면,

    소리와 분노를 쓴 그 대작가 윌리엄 포크너는 이렇게 고백했더랬지.

    저는 실패한 시인입니다. 아마도 모든 소설가들은 처음에는 시를 쓰길 원했겠지만,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단편을 쓰려고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단편에 실패하면 장편을 써보는 것이지요.

    포크너면 뭐 작가들이 리스펙트 하는 그런 작가 아닌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오르한 파묵도 포크너은 이렇게 얘기했더랬지.

    어느 날 나는 책 한 권을 읽었고, 내 인생 전체가 바뀌었다, 포크너의 <소리와 분노>, 그 책은 저에게 깊은 흔적을 남겼어요.

     

    문학 끝판왕들끼리 서로 리스펙트 하는 거겠지만,

    어쨌든 시라는 장르라 문학의 최고의 경지에 이르른 사람들의 영역이라는 것은 알 수 있다.

    작가들도 시는 재능의 영역이라고 하는 것도 많이 본다.

    #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여튼 대단한 건 알지만 딱히 즐길 감성 안테나는 없다지만,

    그래도 사바세계에서 열심히 세속을 즐기는 나도 몇 몇 가슴에 지이이잉 소리가 나는 시가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정도 되겠다.

    푹푹!

    푹푹!

    생각해보니 대부분 이 시로 백석을 알겠구나.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 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푹푹 덕에 의성에 대해 환기를 하게 되었던 적이 있다.

    글을 쓸 때 괜히 의성어를 한 번씩 넣어보게 되었더랬지.

    백석의 또 다른 이름은 월북 시인이다.

    월북이고 나발이고 지금은 별 상관없다지만,

    과거엔 안 그랬다네.

     

    1988년 7월 19일 이전까지 우리 사회에서 ‘월북’이란 딱지는 무서웠다. 해방 직후 좌우 이데올로기의 대립의 여파가 고스란히 문학계에도 투영돼 1980년대까지도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이들의 이름과 작품을 언급하는 것조차 금기시됐다.

    그러다보니 월북 시인 백석의 북한에서 도대체 어떻게 살았는지 상세히 알 길이 없었지만,

    소설이 그 빈 공간을 메워주네.

    # 듣다

    책을 사려고 했는데,

    마침 네이버 ‘오디오클립’에 공개되어있다.

    네이버 오디오클립은 듣는 책 컨셉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나는 소설을 리디북스로 많이 읽고 듣는다.

    가만히 있을 때는 읽고,

    이동 중이거나 산책할 때는 음성 읽어주기로 듣는 편이다.

    네이버 오디오클립은 듣는 것에 특화되어있는 서비스다.

    마침 일곱 해의 마지막이 공개되어서 그냥 들었다.

    한편으로 이런 신간 소설을 그냥 배포하는 걸 보면,

    확실히 네이버가 자금력이 짱짱맨이구만.

    여튼,

    소설로 돌아가면,

    그냥 초장 부터 답답함이 밀려온다.

    사회주의 체제의 환장할 것 같은 답답함.

    시인의 시인이라고 할 정도로 예쑬성의 경지에 이른 시인한테 체제 선전을 위한 시를 쓰라고 하니,

    시가 써지겠나.

    그래서 답답한 마음에 그나마 비위를 맞추기 위한 동시를 썼더니,

    또 갈군다.

    기린아,

    아프리카의 기린아,

    너는 키가 크기도 크구나

    높다란 다락 같구나,

    너는 목이 길기도 길구나

    굵다란 장대 같구나.

    네 목에 깃발을 달아보자

    붉은 깃발을 달아보자,

    하늘 공중 부는 바람에

    깃발이 펄럭이라고,

    백 리 밖 먼 데서도

    깃발이 보이라고

    이렇게 말이다.

    아프리카 기린의 목에 붉은 깃발을 다는 시를 썼다가 `우리나라 곰이나 범을 두고 왜 먼 나라 동물을 끌고 오느냐`며 타박 받는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강요당한 서정시인의 절망, 동조와 침묵 사이에 선 인간 고뇌다

    이런 답답함으로 시작하는데,

    하...

    초장부터 주인공에 감정이입하여 같이 이런 답답함을 헤메이는 것도 또 오랫만이다.

    마치 카프카의 심판을 읽을 때 느낀 답답함을 오랫만에 떠올린다.

    막 주인공을 응원하게 됨.

    좀 속시원하게 일 풀리라고.

    그러한 소설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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