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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계장 이야기, 비정규직 노인 경비원일반 정보 2024. 1. 30. 01:55
# 어떤 경비원의 죽음
아직도 갑질로 인해 자살한 경비원 뉴스 관련을 보면 분노가 치솟는다.
유튜브에서 정의가 실현되었는지 관련 뉴스를 한 번씩 보게 된다.
알고리즘을 통해 임계장 이야기라는 책의 저자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저자는 공기업을 다니다가 퇴직 후 경비원이 된 삶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
어떤 이야기냐고?
공기업에서 퇴직 후 노년에 비정규직으로 일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써 내려간 것뿐인데 말이다.
그런데 원고를 본 후배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묻혀서는 안 되는 글이라는 그의 말이 이 글을 펴내게 된 동기가 되었다. 그런데 글의 검토를 부탁하려고 초고를 프린트해 보여 줬더니 그는 한 마디를 더 보탰다.
“형님, 책이 나오면 제가 나서서 널리 읽히도록 하고 싶네요. 하지만 가족들에게는 절대 보여 주지 마세요.”
임계장 이야기 | 조정진 저
어떻게 보면 비정규직 노년 노동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좀 먼 이야기일 것이다.
나도 사실 아직 다가오지 않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저자 약력을 본 후에는 노후에 대한 생각이 쨍하게 다가왔다.
저자는 38년간 공기업에서 근무하고 정년 퇴임했다.
우리 보통 다 공기업은 신의 직장 그리고 노후에는 등 따시고 배불은 곳이라는 인식이 강하잖아.
물론 저자만의 재무 상황과 미래 지출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퇴직과 함께 사라진 신용 때문에 신용 대출 상환을 해야 했고,
퇴직 후 연금을 받을 때까지의 순간적인 연금 공백기까지 맞물리며 취업 전선에 뛰어들게 된다.
그리고 앞으로 생활을 암시하듯,
첫 면접에서 면접관에게 이런 말을 듣는다.
“나도 지나간 시절은 화려했어요. 당신도 이제 화려한 시절은 갔으니 그 시절을 빨리 잊어야 합니다. 그래야 이 바닥에서 살아갈 수 있소.”
임계장 이야기 | 조정진 저
38년간 정규직 공기업 사무직에서,
비정규직 용역 노동직의 낙차는 꽤 컸을 것이다.
# 노조
직장 생활하고 있으니 다양한 그룹에 속하게 된다.
특히 금융업이 상대적으로 양질의 직장이 많다 보니 관점이 좀 좁아지는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나도 그랬지만 노조가 왜 필요하지? 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물론 이게 노조를 부정한다는 것보다는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이 별로 없었다.
나뿐 아니라 금융업이나 혹은 대기업 쪽에 소위 양질의 일자리에 있는 사람 중에 상당히 많았던 것 같다.
위대한 개츠비의 첫 문장을 떠올릴 만한 순간이다.
지금보다 어리고 쉽게 상처받던 시절, 아버지는 나에게 충고 한마디를 해주셨는데 나는 아직도 그 충고를 마음속 깊이 새기고 있다.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면 언제든지 이 점을 명심해라. 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 너처럼 유리한 위치에 놓여있지 않는다는 걸.”
저자의 담담한 이야기를 보면,
노조 같은 소위 뒷배를 해줄 만한 단체가 없으면 사람이 얼마나 비참해줄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정말 귀족 노조도 있겠다마는 대단한 걸 원하는 게 아니다.
‘사회적 약자들도 인간적 품위를 보장받는 나라’라는 구절이 가슴에 박혔다. 그러나 내가 ‘인간적 품위’까지 바란 건 아니었다. ‘최소한의 생계비를 벌 수 있는 나라’를 원했을 뿐이다.
인간적 품위는 바라지도 않는다고 한다.
# 인간적 품위
아파트 경비원인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대부분 좋은 사람이 많다.
하지만 극소수 나쁜 사람은 5% 정도 된다고.
하지만 저자가 당한 갑질을 보면,
정말 주변 공간에서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는 일들인가 의심이 갈 정도다.
경비원 자살 사건의 그 가해자 같은 사람이 5% 정도 있다는 것이다.
“어이, 경비! 이 새끼, 너 전에 공기업에 근무했었다며? 거기서 국민 세금을 마구 쓰던 습관을 아직도 못 고쳤군! 주민들 피 같은 돈 들어가는 공동 수돗물을 펑펑 써? 이 새끼, 당장 잘라야 할 놈이네. 네가 버린 수돗물 값은 네 월급에서 까게 해주마. 너 오늘 아주 제대로 걸렸어.”
임계장 이야기 | 조정진 저
아파트에 있는 길고양이 때문에 어떤 여학생이 놀라서 넘어졌다.
누구 책임일까?
여학생의 부모를 만났더니 치료비와 며칠 학교를 결석한 것에 대한 배상으로 50만 원을 요구했다.
.
고민 끝에 자치회 부회장을 찾아가 하소연했다. 그가 나서서 중재를 한 끝에 변상은 일시 유예하고 그 대신 고양이들을 1개월 내에 없애기로 했다. 부모는 고양이가 없어질 때까지 학생이 귀가하는 시간에 계단에서 경계 근무를 서라고 했다.
임계장 이야기 | 조정진 저
길고양이 까지.
아침에 듣는 말들은?
경비원이 바빠진다. “아침부터 재수 없게”가 제일 많이 듣는 욕설이다.
임계장 이야기 | 조정진 저
건강은 스스로.
입사 첫날, 나는 별생각 없이 미세 먼지 마스크를 지급해 달라고 요청했다. 직원이 멀뚱히 나를 쳐다보더니 돌아섰다. 등 뒤로 혼잣말이 들렸다.
“염병…… 다 늙은 경비가 얼마나 오래 살고 싶어서…….”
임계장 이야기 | 조정진 저
냉기 내성 만렙?
추위를 견디다 못한 경비원들이 파카를 지급해 달라고 좀 더 높은 사람에게 건의해 봤다. 그는 이렇게 되물었다.
“노인도 추위를 탑니까?”
임계장 이야기 | 조정진 저
이렇게 괴로워하던 저자는!
드디어 선배 경비원의 말에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자네가 사람으로 대접받을 생각으로 이 아파트에 왔다면 내일이라도 떠나게. 아파트 경비원이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경비원은 할 수가 없어.”
임계장 이야기 | 조정진 저
그리고 저자는 드디어 고통에서 해방되었다고 한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고통에서 해방되는 기분이 들었다.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래, 나는 인간 대접을 받자고 이 아파트에 온 것이 아니다. 그러니 인간으로 존중받지 못하더라도 서러워 말자.
임계장 이야기 | 조정진 저
키야 대한민국.
This is Korea.
This is America 내가 이 노래와 뮤비를 참 좋아해
왜 개선이 안 될까?
최대 다수의 유권자가 아파트 거주자인 것이다. 행정 당국이 아파트에 대해 쉽사리 통제나 감독을 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치하는 사람, 특히 지역구 국회의원은 아파트 주민의 눈치를 더 많이 본다.
그러니 아파트 자치회는 그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다. 거리낌 없이 과도한 노동을 강요하고, 다치거나 병에 걸리면 주저하지 않고 자른다.
임계장 이야기 | 조정진 저
정치하는 사람을 움직일 힘이 없으니까.
노조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겠지.
하기야 내가 근무하는 아파트만 해도 경비원은 A조와 B조를 합쳐 8표에 불과하지만, 아파트 입주민 유권자의 표는 몇천 명에 달한다. 이렇게 근무 환경을 개선하게 되면 관리비를 얼마라도 더 내야 할 텐데 아파트 주민들이 이를 반길 리 없었다. 누구 편을 들어야 할지는 금방 셈이 나오는 것이다. 길은 멀어 보였다.
임계장 이야기 | 조정진 저
책을 보면서 노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물론 저자는 특정 연령이 되면 연금들이 발동하며 돈이 들어온다.
하지만 퇴직 후 70세까지 연금 절벽 기간에는 답이 없는 것 같다.
내가 아무리 잘 준비해도 공기업 다닌 사람보다 얼마나 잘 준비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면서,
아직 먼 얘기 같았던,
저 멀리 뛰어오고 있는 거대한 검은 그림자 같은게 생각보다 가까울 수 있어 쎄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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