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청년들 못 쓰는 일 기사를 보며
    일반 정보 2024. 1. 19. 09:16
     
     

     

    # 도배사 뉴스

    간간히 나오는 유형의 기사이긴 하다.

    학벌 상관 없이 직업을 찾아 어쩌구 하는 기사

    접한 사람 있을 것이다.

    재미있게 읽었다.

    재미있는 이유는 내가 생각하고 있던 직업에서 '직' 말고 '업' 관점과 맞닿아있는 부분이 있어서다.

    이들은 모두 '블루칼라'(Blue Collar)로 불리는 기술직이다. 사무직 선호가 강한 우리나라에서 '블루칼라'는 힘들고 근무 여건이 열악한 자리로 인식된 측면이 있다.

    .

    그러나 기술직에 대한 외면이 이어지면서 노동시장에서는 젊은 인력이 크게 줄었고, 지금 전문기술을 갖춘 블루칼라는 오히려 고수익을 창출하는 직업으로 그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좀 타이트하고 빡센 업종에는 어느 현장이나 비스무레한 얘기가 들린다.

    젊은 사람 없다,

    막내가 40대 등등.

    그리고 기사의 또 다른 흥미 요소는 학벌일 것이다.

    젊은 도배사 얘기만으로는 기사가 재미없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들어가는 요소가 학벌일 것이다.

    학벌을 가진 사람이 학벌에 대한 중요성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경우는 많다.

    '학벌이 뭐 중요한가, 요즘 같은 시대에는...'로 시작하는 그럴싸한 말 말이다.

    꽤나 좋은 대기업 다니는 사람이 이런 얘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주변 동료들이 애초에 어느 정도 기본 학벌 이상이다 보니,

    학벌이 주는 차이는 체감하기 어렵고,

    그 외에 플러스 알파 요소들 '업무 머리'라든지 '센스'라든지 그런 게 더 중요하게 다가와서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뭐 그런거 있잖어.

    군대에 있을 때는 치마만 두르면 좋다라고 하다가,

    전역하여 이제 치마 두른 사람을 보는게 당연해지면 점점 자기 취향들을 추구하 듯 말이다.

    기사에 공감가는 부분들이 좀 많았는데.

    뭔가 깨어있는 사람인 척하기 위해,

    저 기사에 호응하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지금 시대에는 저 여성분처럼 베팅해볼 만한 것 같긴 하다.

    시대가 변했다.

    나도 10년 전이었다면 '흐음, 그래 그런 사회가 되어야 하지만, 리얼 사회는 만만치 않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했을 터.

    하지만 지금은 좀 다르다.

    # 블룸버그

     

    미국 뉴욕시장을 지낸 억만장자 마이클 블룸버그가 자식을 대학 진학시키는 것보다 배관공이 되도록 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해 화제가 되고 있다.

    .

    CNN에 따르면 블룸버그는 지난 10일 미국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SIFMA) 모임에서 “당신들의 자녀가 대학에 가기를 원한다면, 혹은 배관공이 되기를 바란다면 신중히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며 “자녀의 학업 성적이 아주 뛰어나지 않지만 사람 다루는 재주가 특별하다면 그 자녀에게 배관공이 최고의 직업일 수 있다”고 말했다.

    .

    블룸버그는 그 이유로 미국 최고의 명문으로 꼽히는 하버드대학에 연간 학비로 5만~6만달러를 내야 하지만 배관공으로 일하면 “기술력을 바탕으로 금전을 쥘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존스 홉킨스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등 명문 대학만 골라 나온 사회 지도층 인사인 블룸버그는 높은 학비를 고민하는 중산층에게 아직 기회가 열려 있다는 점을 알리고자 이런 발언을 했다고 CNN은 풀이했다.

    .

    블룸버그는 실제로 배관공 아버지를 둔 한 직원 사례를 들며 “그 아버지는 대학 근처에도 못 갔지만 직원 6명을 두고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며 “나는 꿈만 꾸는 골프장을 그는 자유롭게 돌아다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술 발달에 따른 임금 수준 정체로 중산층의 삶이 예전보다 팍팍해진 현실에서는 배관공 같은 전문 기술직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14년 억만장자 블룸버그가 했던 말이었다.

    대학 대신 배관공을 하라고?

    한국과 좀 현실이 안 맞는 부분이 있긴 하다.

    설사 배관공이 안정적이고 연봉이 높다 치더라도,

    미국의 특수한 상황인 부분이 있다.

    일단 미국에서 배관공이 연봉이 높은 이유가 있다.

    뉴욕시에는 배관공이 2만 2000명 있는데 평균 연봉은 7만 400달러이고, 숙련된 배관공은 8만4000달러를 번다. 미국 배관공의 평균 연봉은 5만 3820달러다.

    연봉은 시장에 따라 결정된다.

    단지 그 시장을 쥐고 있는 쪽 파워가 반영될 뿐.

    소위 고객은 왕이다 같은 우리나라에 특유의 고객 왕정체제는 전문적인 스킬 세트에 대한 네고력이 떨어진다.

    IT인력이 어쩌고 해도,

    국내 프로젝트와 해외 프로젝트를 해보면 차이가 극명하다.

    미국이 아름다운 자본주의에서 적절한 균형으로 전문가를 대우하는 것도 있겠지만,

    최소한 미국 배관공 쪽은 노조라는 막강한 것이 있다.

    블룸버그의 충고는 그러나 미국에서나 가능한 시나리오 같다. 미국 배관공의 대우가 좋은 배경에는 강력한 노조가 있다. 미국·캐나다·호주의 배관공과 조립기술자, 용접공들이 연합한 125년 역사를 자랑하는 노조(United Association)다. 미국 최대 노총 AFL-CIO 산하다. 도제식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면허시험도 주관한다니 막강하다. 또한 민주당과 연계돼 정치적 힘도 발휘한다. 정치권과 연대하고 강성 노조를 통해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철밥통’을 지키고 있고, 그 관행을 사회가 허용하는 것이다.

    강력한 노조를 기반으로 소위 후려치는 것을 어떻게든 방어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

    사실 힘들지.

    국내 IT 프로젝트를 봐도 IT 개발자는 대표적인 화이트칼라 직군이라고 보이기도 하는데,

    국내 산업 구조상 블루칼라로 봐도 무방할 정도이다.

    해외 프로젝트, 국내 프로젝트 둘 다 경험하고 나니,

    국내 개발자들이 능력에 비해 얼마나 저평가 되는지 새삼 실감한다.

    여하튼 포인트는 이게 아니고,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블룸버그의 배관공을 하라는 충고가 전혀 소용 없나?

    그렇진 않다고 본다.

    # 다른 길

     

    그는 유튜브를 통해 매번 "다른 직업은 자격증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시간 투자가 많이 들어간다"며 "도배사는 여자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기술직"이라고 추천한다.

    .

    대학 나와 그런 일 왜 한대?", "아깝지 않아?"라는 말은 20대 도배사 배윤슬 씨가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 중 하나다. 그의 부모는 지인으로부터 '따님이 그런 일 하는 사람하고 눈 맞아서 결혼까지 하면 어떻게 하시게요?'라는 말도 들었다고 한다.

    .

    'SKY 출신'의 도배사도 화제를 모았다. '청년 도배사 이야기'라는 책을 출간한 20대 도배사 배윤슬씨는 이화외고를 거쳐 연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명문대 출신이다.

    일단 학벌과 업에 대한 사회의 통상적인 상관관계가 깨지면 저런 얘기들을 듣겠지.

    SKY나온 사람은 이런 일은 안하고 같은 말이다.

    하지만,

    좀 더 넓게 확장해서 생각하면,

    대학에서 배운 것을 그 업의 시장을 바꾸는데 활용할 수 있다.

    서른 살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청소업체 '황금빗자루'를 창업한 유튜버 김청호(42)씨는 홍보에 작업 사진을 사용해 큰 효과를 거뒀다.

    비결은 사진을 최대한 멋있고 화려하게 찍은 것이다. 그는 다른 업체와 차별성을 위해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 사진술을 공부했고, 더 예쁜 사진을 홍보에 사용한 결과 매달 1000만원이 넘는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다.

    그는 유튜버 '열현남아'와 인터뷰에서 "현장에 들어가서 청소하는 아주머니를 50mm 렌즈로 뒷배경을 날리고 감성 컷을 찍었다. 하루는 정장을 입고 청소하는 사진을 찍기도 했다. 청소 능력도 중요하지만, 홍보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김씨는 10년 넘게 억대 연봉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청소업체 수익은 어느 정도 페이스가 올라오면 웬만해서는 그 밑으로 안 떨어진다. 내가 이 페이스까지 수익을 올리기 위해 해왔던 패턴이 있기 때문에 그것만 해도 수입은 유지된다"고 말했다.

    이 분도 오래된 업에 새로운 요소를 넣어서 시장을 바꾼 케이스일 터.

    나도 오래전에 집에 누수가 발생했을 때,

    두 세 차례 누수 탐지 담당자를 보며 이런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

    우리 집이 굉장히 난해한 케이스로 누수가 나서 두, 세 차례 업체를 바꾸면서 탐지해야 했다.

    그 과정을 보며 좀 답답한 생각이 들긴 했다.

    물론 모든 업체가 그러진 않겠지만,

    누수 탐지 후에 원인에 대해 좀 깔끔하게 정리하여 결과를 줬으면 했는데,

    그냥 말로 이렇고 저렇고 설명만 들었었다.

    소견서라고 하는 것을 주긴 했는데 뭔가 상당히 애매하다.

    프로세스가 정립되지 않은 느낌이었다.

    보통 누수 탐지를 부를 정도면,

    윗집이나 아랫집과 굉장히 민감한 문제가 왔다 갔다 하며,

    결과에 따라 책임소재가 있다 보니 생각보다 많이 피곤한 일이었다.

    특히 나의 경우,

    누수 원인이 흔한 경우가 아니다 보니 세 업체가 왔는데도 명확히 못 찾았고,

    경우가 아니라서 윗집과 쓸데 없는 마찰도 있었고 말이다.

    누수 쪽이 시장은 있고 수요도 대단한 시장이더라.

    업체를 섭외하는 데 다들 바빠서 제대로 부르기도 힘들었다.

    그렇다고 공급 서비스가 표준화 되거나 전문적인 느낌도 애매했다.

    지금은 블로그 검색해 보니 굉장히 프로페셔널하게 하시는 분들이 많아진 것 같긴 하다.

    # 지역기반

    도배도 그렇고 누수도 그렇고,

    기존에 지역 기반 비즈니스 같은 경우,

    쉽게 진입하기 힘든 부분이 있던 것 같다.

    그 지역 자리 잡은 사람들이 신뢰 자산을 쌓고 쌓으면서 비즈니스를 다져왔다.

    과거에는 인테리어나 이런 문제 있으면 상가에 있는 곳으로 가서 찾았잖어.

    우리 부모님만 해도 인테리어하면 지역 상가를 찾는 것 부터 하시는데 반해,

    나만 해도 이제는 지역 + 누수, 지역 + 인터레어 검색이 우선이다.

    요새는 숨고 등 앱을 활용하겠지만 말이다.

    어떻게 보면 이런 물리적인 공간에서 시간을 들여 쌓고 확인했던 신뢰라는 부분들이,

    어느 순간 부터 온라인으로 확인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이게 계속 되어가나?

    그렇지도 않다.

    우리가 네이버 블로그에 얘가 나오는 순간 정보의 신뢰성을 의심하잖아.

    세상이 돌고 돈다고 느낀게,

    다시금 물리적인 공간에서 거래되던 신뢰를 찾게 된다.

    대표적인 당근 마켓이 아닐까 한다.

    결국 돌고돌아 다시 지역 기반으로,

    하지만 다른 모습으로.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