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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딸천재의 양성 - 코로나, 트렌드세터스럽게 최신 유행 따라잡기
    일반 정보 2024. 1. 19. 09:01
     
     

    # 문학 감성

    휴가 첫날이었다.

    어느 소설의 첫 문장이 떠올랐었다.

    이런 걸 문학적 감성이라고 해야하나.

    명징하게 떠오르는 그 문장...

    I'm pretty much fucked. That's my considered opinion. Fucked.

    아무래도 좆됐다. 그것이 내가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다. 나는 좆됐다.

    마션

    하...이런...ㅈ...

    소설 <마션>의 첫 문장이다.

    거칠게 갈린 목소리로 혼잣말로 웅얼거렸다.

    '아...이거 완전...Jo...t'

    하필! 첫날에!

    코로나!!!

    아, 내가 확진자라니...내가 확진자라니.

    요새 참 씁쓸하다.

    매일 업데이트되었던 노모벳 블로그의 상태는,

    최근 내 워크-라이프 배런스의 무너진 형태와 연결된다.

    매일 올리던 글이 1주에 한 번, 2주에 한 번, 급기야 한 달에...

    회사 업무는 넘치고 넘치어 일상 영역으로 범람하고,

    무너지는 뚝을 막기 위해 급기야 노모벳에 사용하는 에너지마저 끌어다 쓰고 있다.

    블로그 글쓰기는 뭐랄까 내 에너지의 지급준비금 같은 영역이다.

    은행이 예금자들의 인출 요구에 대비해 예금액의 일정비율 이상을 중앙은행(한은)에 의무적으로 예치토록 한 지급준비제도에 따라 예치된 자금. 은행은 저축성예금 및 요구불예금총액의 11.5%를 한은에 예치해야 한다. 한국은행은 매월 7일과 22일 두 차례에 걸쳐 각 은행이 해당 지급 준비금을 예치했는지 여부를 파악하는데 이때 의무비율을 지키지 못한 은행에 대해서는 각종 제재조치를 취할 수 있다. 지급준비제도는 당초 금융기관들의 방만한 여신운용을 억제하고 예금자를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도입됐으나 최근에는 통화관리(유동성조절)의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지급준비금 (매일경제, 매경닷컴)

    아무리 바빠도 하루에 한 개의 글을 쓸 수 있었건만.

    요새는 출렁 출렁한 나날 들이다.

    번아웃, 회복, 번아웃, 회보, 번아웃, 회ㅂ, 번아웃, 회, 번아웃, 호, 번아웃, ㅎ

    점점 회복 주기가 늦어지다 보니,

    휴가를 냈었다.

    휴가 중에 두 가지를 하려고 했다.

    하나는 건강 검진.

    그래 건강을 지켜야 해!

    돈 좀 써야지 하고 추가 요금 내돈내산하기로 하고 꽤나 비싼 것을 예약했었다,

    몸이 영 안 좋아진 것 같아서.

    평상시에 워낙 스트레스를 안 받아봐서,

    내가 맷집이 약할 수 있어서 얼른 건강 검진부터!

    그리고,

    점집.

    내가 작년 올해 계속 일이 꼬이다 보니 아시는 분이 '한 번 가볼래' 하셨다.

    뭐 딱히 점을 믿는다기 보다,

    딱 이런 상담을 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그냥 답답하니 정신이나 느슨하게 풀어보자는 심경으로.

     

    심신 회복을 위해 큰마음 먹고 건강검진과 점집을 예약했는데.

    휴가 때 코로나라니!

    회복을 하여 위로 올라가도 모자랄 판에,

    코로나 그 바닥 발판이 무너지며 아래로 떨어져 버린 거지 뭐.

    왓 더...ㅍ

    #증상?

    요새 하루에 40만 50만 나오는데,

    내가 그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티핑 포인트에 걸려있었거든.

    -내가 한 2~3주 전에 걸렸고 지금에야 쓰고 있다-

    나름 내 주위에서는 내가 코로나 감염자 프런티어인 거야.

    가지 않은 길.

    젠장.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 중

    일단 전조가 무조건 있다.

    나도 모르게 목 캔디를 사게 된다.

    100%

    갑자기 마노카 꿀로 만든 캔디 같은 거 찾질 않나.

    잘 때 머리 위에 젖은 수건을 널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증상이 나오기 전이지만, 코로나 몸 풀면서 목에 잽을 날리고 있었던 거지.

    나는 나도 모르게 방어를 하고 있었던 거고.

    이렇게 뭔가 쎄해서 당연히 자가 검진을 했지.

    내가 코 찌르는 걸 잘 못하지만 가족의 건강을 위해 할복하는 비통한 심정으로.

    크윽.

    결과는!

    음성! 음성! 음성!

    그렇지.

    그런데 하루 지나니까 이상해.

    그럴 리가 없어.

    음성일리가 없어 몸이 딱 알아.

    그전에는 '내가 코로나인가' 긴가 민가한데,

    코로나 걸리면 딱 알어.

    'I'm pretty much fucked' 구절이 딱 떠올라 그리고 이건 분명 내가 할복을 잘못했구나 느낌이 온다.

    그리고 병원에 달려갔지.

    # 창술

    병원 도착!

    그리고 의사와 솰라솰라!

    의느님이 좋소 신속 한 번 합시다!

    하고 딱 도구를 꺼내는데.

    응?

    갑자기 창을 꺼내는 거야.

    같은 검진 키트인데 왜 길이부터 이렇게 다르지?

    분명,

    자가 신속 항원 3번을 했었는데 내가 들고 있던 면봉은 이랬는데.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코에 들어가는 깊이가 다르더라,

    코를 통해 뇌를 찔러 검체 하는 느낌이랄까.

    면봉이 깊게 들어오는 데,

    와 이거 내가 이렇게까지 해서 검사해야 하나 현타가 올 정도로 찌릿하더이다.

    프로의 손 길 끝에 당연히 양성 터져 나왔고,

    바로 PCR 검사하러 검사장으로 달려갔고.

    뭔 구렁이가 지역을 감싸듯 줄이 회오리치고 있더라고.

    하 이거 오픈 런이 이런 거구나 싶더구먼.

    아 젠장 딱 봐도 최소 한 시간.

    이 추운 날에 한 시간!!!

    뭐 그 뒤에는 방에 갇힌 거지.

    # 올해 삼재인가

    삼재.

    진짜 올해 삼재인가.

    인간에게 9년 주기로 돌아온다는 3가지 재난.

    종류를 보면 ① 도병재(刀兵災):연장이나 무기로 입는 재난, ② 역려재(疫癘災):전염병에 걸리는 재난, ③ 기근재(飢饉災):굶주리는 재난이 있다. 또 대삼재(大三災)라 하여 ① 불의 재난(火災), ② 바람의 재난(風災), ③ 물의 재난(水災)을 말하기도 한다. 9년 주기로 들어온 이 삼재는 3년 동안 머무르게 되는데 그 첫해가 들삼재, 둘째 해가 묵삼재(또는 눌삼재), 셋째 해가 날삼재가 되어 그 재난의 정도가 점점 희박해진다고 한다. 그래서 첫번째 해인 들삼재를 매우 겁내고 조심하는 풍습이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삼재 [三災]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침대에 눕는데,

    카프카의 변신이 떠오르더라고.

    첫 문장이 뭐였더라.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자신이 침대 속에 한 마리의 커다란 해충으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씨 지금은 그냥 벌레가 돼서 회사 째고 싶구만.

    여튼,

    올해 너무 힘들어 휴가 잡고,

    용하다는 점쟁이를 소개받아서 예약을 했고,

    몸이 진짜 너무 안 좋을 것 같아서 건강검진을 신청할 정도로,

    심신이 피폐해진 상태에서 회복 좀 하려 했더니 코로나고,

    신속 양성을 받은 후 PCR 검사 줄을 서니 갑자기 몸이 으슬으슬한 것 같어.

    그리고 다음 날 검사 결과는 당연히 양성!

    온 집안 셧다운!

    스토리 하여간.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은 오미크론은 증상이 경미하대.

    그렇지?

    는 개뿔.

    시기적으로 심신이 번아웃 된 상태에서 코로나를 맞아서 그런지.

    코로나 증상 몇 관왕을 했는지 모르겠다.

    인후통은 일단 기본으로 깔고,

    자가 검진의 있는 증상들을 하루하루 하나씩 섭력하고 있었다.

    근육통과 관절 마디를 거인 뽑아내는 듯한 아픔이 오기 시작하여 잠을 제대로 못 잤다.

    한숨 잤더니 그래 이 기분이야...라며.

    이 기분! 몸에 열이...고열이 나기 시작한다.

    아...

    그래도 사람이 먹어야 건강을 찾지 하는데,

    배달의 민족이여 상다리 휘어지도록 차려보자꾸나.

    한 입을 넣는데,

    엇 뭐야 맛이 왜 이러지?

    아 이게 코로나의 다이어트 간접 효과 미각 상실이구나.

    차라리 미각이 상실되면 모르겠는데 미각의 일부분만 상실이 되었는지,

    모든 음식이 짜고 쓰다.

    역해서 못 먹을 정도로...

    하...

    그래도 꾸역꾸역 버텼더니,

    이제는 속이 안 좋고 화장실에 들락날락.

    오미크론을 총천연색으로 경험한다.

    오미크론 감각의 박물관.

    영화로 비유하면,

    내가 오미크론이라는 영화를 매소드 연기로 아카데미 수상한 셈이다.

    나보다 더 입체적으로 오미크론 증상을 몸으로 표현 사람도 드물더라구.

    이러다 보니,

    가장 힘들고 길었던 밤에는 현타가 너무 왔다.

    지금 내가 이렇게 회복을 해야 될 시간에 더 늪에 빠지고 있고,

    일은 일대로 이제 많이 밀린 거지.

    휴가를 냈던 이유는 내가 회복을 하면 밀린 한 번에 캐치 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회복을 해야 될 때 더 맛탱이가 가고 일은 일대로 이자가 쌓이고 있으니까 그것도 사채,

    갑자기 너무 아득하더라고 '여기는 어디, 나는 누구' 부터 시작해서 내가 왜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거지?

    오죽했으면 내가 와이프한테,

    '아... 내가 너를 만나지 않았으면, 나비가 내 인생에 날개를 펄럭여서 궁극적으로 이런 프로젝트에 끌려와서 끄응' 소리까지 나오더라.

    오미크론 철학자 납셨지.

    여튼 밤마다 이 강 저 강 넘나들며 레테강 앞에서 허우적거렸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인들은 죽음의 신 하데스가 다스리는 저승에 망자들이 반드시 거쳐야 할 다섯 개의 강이 흐른다고 믿었다.

    (1) 고통의 강 ‘아케론’은 망자가 저승 입구에서 만나는 첫 번째 강이다. 망자는 뱃사공 카론이 노를 젓는 작은 배에 몸을 싣고 아케론강을 건너며, 자기 죽음에서 오는 깊은 고통을 천천히 씻어낸다.

    (2) 비탄과 통곡의 강 ‘코키토스’는 망자가 건너는 두 번째 강이다. 얼음보다 차가운 물이 흐르는 그 강에 망자는 모든 시름과 비통함을 내려놓는다.

    (3) 세 번째 강인 ‘피리플레게톤’은 코키토스와 정반대인 불의 강이다. 뜨거운 열기에 물과 진흙이 끓어오르는 이 강에서 망자는 남아있는 감정들을 완전히 태워버린다.

    (4) 네번째 강은 두려움과 증오, 우울함의 강인 ‘스틱스’다. 영혼과 죽음, 내세에 대해 다룬 플라톤의 『파이돈(Phaidon)』에 의하면, 스틱스의 강물은 청금석(靑金石)과도 같은 검푸른 색을 띤다고 한다. 하데스의 왕궁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건너야 했던 이 강의 위엄은 인간은 물론 신들조차 두렵게 한다.

    (5) 그리고, 망자가 건너는 마지막 강은 ‘망각의 강’이라고 불리는 ‘레테’다.

    출처 : 르몽드디플로마티크(http://www.ilemonde.com) 아 르몽드 좋아, 읽진 않아도 들고 다니면 그럴싸해보여!

    레테강은 술자리에서나 건넜었는데...

    코로나 이후에는 건널 일이 없구나.

    이불 밑에서 큰 깨달음과 열반의 경지에 막 다다르며 5일이 지나가고,

    갑자기 6일째 되던 날.

    어?

    그냥 다시 사바세계 중생 됨.

    열이 뚝 떨어지고 미각이 돌아오고 의욕도 생기고.

    아 배고파 햄버거 주문하고,

    우적거리며 넷플릭스 보며 낄낄거리며 리셋되더라.

    호오 이게 이렇게 딱 일주일이면 끝나긴 하는구나.

    하지만 이미 결재된 내 휴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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