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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라이프 - 개떡과 찰떡 × 고맥락 문화, 저맥락 문화일반 정보 2024. 1. 19. 08:57
# 개떡 혹은 찰떡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는 말 있잖아.
아,
또 어디서는 '콩떡같이 말해도...'라던데,
최근에 '개똥같이 말해도...' 버전까지 봤구나.
여하튼,
보통 개떡같이, 찰떡같이 나오는 상황이면 보통 좀 갈구는 상황에 나온다.
한 마디로 내가 이래저래 얘기하면 알아서 들어먹어야지 같은 때 말이다.
보통 '라떼!!!!!는 말이야'와 궁합이 잘 맞는 속담일까.
농담 상황이 아닌 라떼 상사가 진심 빡쳐있는 상황에서 인용될 정도 이야기다.
최근 해외 애들이랑 일하다 보면,
같이 일하는 고객사나 유관 한국 사람들이 개떡 드립이 나오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외국 애들은 라면 끓여오라고 하면 정말 라면만 끓여오거든,
젓가락, 김치, 앞접시 없이 말이야.
한국 사람들 보기에는 아놔 그걸 말로 해야 하니? 소리 나온다.
이게 프로젝트 할 때도 좀 피곤한데,
명확하게 원하는 것을 알려줘야 하는 외국과,
그냥 좀 알아서 해서 일단 가지고 와 한국 사이에서 난 머리가 아프다.
냉정과 열정 사이,
양키와 조선 사이,
난 괴롭도다.
외국인한테 이걸 어떻게 이해시키고 갭을 줄여야 하나.
그래서 가끔 외국애들이랑 식당에 밥 먹으러 갈 때,
반찬 깔아주면,
'이봐봐봐 이거 봐봐. 나 반찬 주문 안 했거든, 너도 안 했지 그런데 나오지?'
'이게 코리안 스타일! 오케이?'
물론 난 글로벌 스탠다드, 한국반외국반, 토종 프로젝트를 다 경험해서 그 차이는 아는데,
내 알면 뭐하나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데.
뭔 말 안 통하는 바벨탑 만들려고 온 노동자 마냥 서로 딴 소리 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개떡찰떡에 대한 그럴싸한 연구가 있긴 하다.
# 고맥락, 저맥락
인류학자 에드워드 T.홀은 이런 문화적인 특징을 고맥락 문화, 저맥락 문화라는 개념으로 설명하였다.
미국의 인류학자 에드워드 T. 홀은 나라별로 고맥락((high context) 문화와 저맥락(low context) 문화의 특징이 나타나고 이것이 가장 자주 표현되는 소통방식에서도 구현된다고 주장하였다. 여기서 고맥락 문화는 말보다는 말을 하는 맥락 또는 상황을 중요하게 여겨 상대방의 뜻을 미루어 짐작해야 할 필요성이 더 큰 것으로 주로 동양권과 아랍권 국가들이 해당한다. 그리고 저맥락 문화는 반대로 생각을 말로 그대로 표현하기 때문에 맥락 또는 상황이 덜 중요하며 서양 및 유럽 국가들이 해당한다. 그는 고맥락에서 저맥락으로 가는 연속선상에서 대표적인 국가로 일본, 아랍국가들, 프랑스, 미국, 독일 순으로 배열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과 같은 동아시아 국가로 상당히 고맥락화된 국가임을 알 수 있다.
출처 : 이코노믹리뷰(http://www.econovill.com)
어떻게 쓰이는 말인지 좀 더 볼까나.
고맥락 문화에서는 그 문화에 속한 사람들 간에 공유되고 있는 유사한 경험과 기대를 바탕으로 의사소통이 유지되고 단어들이 해석된다.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몇 단어로도 그 문화에서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전달될 수 있기 때문에, 단어가 내포하는 문화적 맥락이 높은 것을 말한다. 따라서 의사소통에서 단어의 선택과 뉘앙스가 매우 중요하다.
대표적으로 누구나 아는.
라면 먹고갈래?
저맥락,
"흐음. 이 밤에? 살찌는데, 짜파게티 있어? 아니면 너구리 순한 맛? 나 매운 것 못 먹는데..."
고맥락,
"호우~"
우린 이 의미를 아는 문화권에 속해 있잖어.
내가 볼 때 고맥락 문화는 동질성과 친밀함에 기원을 둔다. 농경민족이 유목민족보다 고맥락적일 가능성이 크다. 농경민족은 한 곳에 정착하여 살아가 이동이 적기 때문이다. 반면 유목민족은 계속 이동을 하기 때문에 새로 만나는 사람들과는 정황보다는 정확한 언어표현이 중요했을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상업을 중시하는 국가나 민족도 저맥락화 될 수밖에 없다. 물건을 팔고 사기 위해 이동이 잦고 늘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여러 민족이 함께 사는 나라나 이민이 많은 나라도 저맥락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 개인적인 삶 속에서
고맥락과 저맥락 이 개념은 내 삶에 꽤나 유용하게 써먹는다.
예를 들어,
업무 메일을 보낼 때 의도적으로 저맥락화를 하려 한다.
상업을 중시하는 국가나 민족도 저맥락화 될 수밖에 없다. 물건을 팔고 사기 위해 이동이 잦고 늘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여러 민족이 함께 사는 나라나 이민이 많은 나라도 저맥락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앞뒤 맥락을 거의 모른다는 가정하에 시간을 들여서 과거 히스토리 문서도 또 한 번 보내고 요약하고 한다.
특히 외국계에서 여러 문화권과 섞어서 일할 때 참 중요하다.
참고로 삼성 갤노트7 배터리 이슈에 대해 미국 교수가 한 인터뷰가 흥미롭다.
다스머스대학 경영대 교수는 한국이 '고맥락문화'를 가졌기 때문에 이런 특수성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즉 소통을 할 때 간접적, 비유적, 함의적인 방식으로 말하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대응이 서양 문화에서 보기엔 다소 느리고 답답해 보일 수 있다고 전했는데요. 발화 원인에 대한 입장을 조속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한국은 고맥락 사회입니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답을 얻으려 하는데, 미국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문화죠. 현재 이 두 가지 문화가 상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무엇이 잘못됐는지 충분한 시간을 두고 밝혀내려는데, 미국에서는 최대한 빨리 답을 내놓길 바라고 있습니다.
한국-외국 회사와 섞여서 일하면,
이런 문화 간 맥락에서 오는 에피소드들이 있다.
가령,
우리는 기타 등등을 관용적으로 붙이곤 한다.
라면, 단무지, 김치, 찬밥, 젓가락, 계란 등.
문장에 전혀 어색함이 없는데,
영어로 번역해서 마지막에 etc를 붙이면,
etc를 꼭 define해 달라고 한다.
etc로 놔두면 정의할 수 없는 미지수 영역이라 리스크라 본다.
반면 미국을 비롯한 저맥락 문화권에서는 말하는 사람에게 책임이 있기 때문에 굉장히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언어 그 자체로 메시지가 전달되도록 말한다. 듣는 사람이 애써 숨겨진 의중을 간파하기 위해 눈치를 볼 필요가 없으며, 이해를 하기 위해 질문하는 것을 불편해하지 않는다.
외국계 매니지먼트가 한국 고객과 일하면서 이해하지 못하는 포인트들이 있는데,
가령 한국에서는 여러가지 문제 때문에 '다음에 잘하자!!!' 느낌 메일을 보내면,
외국애들은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진심으로 궁금해서 하나하나 따진다.
그래야 개선하니까!
통상적인 소위 '기합을 넣어주지!'를 위한 메일은 더 혼란만 줄뿐.
고맥락과 저맥락의 문화적 차이는 협상 과정에서 의사소통의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런 문화적인 차이로 인한 오해가 비극으로 끝난 협상 사례가 있다. 1991년 1월 미 국무장관인 제임스 베이커는 이라크 외교장관인 타리크 아지즈와의 협상에서 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한 방법을 논의했다. 베이커 국무장관은 평소처럼 차분하게 “이라크가 쿠웨이트에서 철군하지 않으면 미국은 공격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회의장에 있던 사담 후세인의 이복동생은 이를 듣고 회의가 끝나자 후세인에게 이렇게 보고했다. “미국은 공격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약하고, 차분하고, 화나지 않았다. 미국은 말만 그렇게 한다.” 6일 후 그 유명한 미국의 ‘사막의 폭풍’ 작전이 시작됐고 이라크 시민 17만5000명이 목숨을 잃었다. 저맥락 문화권인 미국과 달리 고맥락 문화권인 중동에서는 중요한 메시지를 단호하게 전달할 때 목소리의 크기와 톤, 얼굴의 표정, 책상을 내리치는 등의 제스처를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 선을 긋던가?
최근 다양한 사람들을 압축된 시간에서 녹진하게 일하며,
사람을 대하는 나의 태도에 대한 데이터가 어마어마하게 쌓이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당신은 사람에 대한 호불호가 명확합니까’ 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Nope!이라고 했다.
딱히 누군가와 크게 충돌할 일을 잘 만들지 않으며,
-태극권-
내키지 않더라도 업무적으로 효율적이면 큰 감정 소모 없이 일할 수 있다.
사람 때문에 일하는 게 힘들다고 생각한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난 일단 망각의 속도가 어마어마해서 그 순간이 지나가면 감정이 싹 발화해버리니까.
근데,
누군가 언제 이런 말은 했었다.
‘너는 호 아니면 불호 대신 완벽한 무관심이라 감정 소모가 별로 없는 것일걸’
그리고 나를 잘 아는 어떤 관찰자가 말하길.
호든 불호든 말의 온도, 말하는 스타일, 말의 진폭이 그다지 크게 차이는 안나지만,
친하다 생각하는 사람은 동일한 온도, 스타일, 진폭이라도,
비유, 간접, 함의 무엇보다 개드립이 엄청나게 끼어들기 시작한다고.
흐음 그런 것 같다.
이를 맥락 개념으로 연결하면,
저맥락 문화권으로 유지하다가 ‘어랏 나랑 좀 친한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연속성상에 고맥락으로 전환하기 시작한다.
앞서 말했듯 고맥락 문화권이라는 건,
그리고 개드립라는 것은 몇 마디로 그 문화에 의미하는 바를 충분히 이해해야한다.
이걸 사람과 사람 간으로 생각하면,
상대에게 드립이 통하려면 장황한 얘기보다는 몇 마디로 해야 하고,
그 몇 마디로 개인 간에 만들어진 관계의 문화에서 내포하는 의미를 반영해야한다.
그리고 그러려면 상대를 알아야 하잖아?
결국 유머라는 것은 고맥락이어야지.
웃음이나 유머의 본질을 ‘직관과 개념과의 불일치’ 즉 직관과 개념적 • 합리적 사고와의 어긋남에 두고 있는 A쇼펜하우어는 그 불일치가 웃음 을 자아내는 이유라고 논하고 있다
어긋나게 하려면,
상대의 직관과 개념적, 합리적 사고를 고맥락 공유해야 하잖아.
결국 이 지점 때문에 기본적으로 사람 일이나 개인사에 무관심한 경향이 관심으로 바뀌는 것 같다.
개개인이 무엇을 어긋남이라고 생각하는가는 각자의 경험, 문화, 지역, 시대, 교육 의 정도, 사회적 계급 동에 의해 달라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동시대 를 공유하는 사람들에게도 무엇을 유머로 볼 것인가는 개인이나 문화 공 동체마다 다를 수 있다
흠난 결국 양질의 드립 치려고 당신들에 대해 궁금해지게 되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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