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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주의, 꼰대 시대와 지금 시대의 그 차이일반 정보 2024. 1. 29. 03:14
# 살짝 다른 학벌주의
학벌주의야 옛날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고 뭐 그렇다.
하지만,
페이즈 1, 페이즈 2 느낌을 결이 달라진 느낌이다.
최소한 내가 관찰하기에는 그렇다.
과거 학벌주의라는 것은 일종의 지역 연고주의 같은 느낌의 강력한 동문 공동체 맥락이었다.
지연과 유사한 메커니즘이라고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대한민국의 강력한 3대 조직이 있다는 농담이 있었다.
호남향우회,
해병전우회,
마지막으로 고려대 교우회다.
호남이 고향인 해병대 전역한 고려대 졸업생은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든 자리 잡을 수 있는 치트키라는 얘기가 있었다.
여담이지만 요새 월스트리트도 그런 치트키가 있다.
흑인 여성 성소수자면 월스트리트에 무조건 초고속 승진하는 치트키가 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 보자,
여기서 포인트는 고대 교우회라는 학교 중심의 단체가 다른 연고 모임과 같은 선상에 있는 것이다.
즉,
과거에 학벌주의라고 하면,
동문들끼리 끈적끈적한 정과 연대감으로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단체였다.
게임으로 비유하면,
팀플로 서로 버스 태워주는 개념이었다.
어떻게 보면 폐쇄적인 사교모임 뭐 영국 신사들의 젠틀맨 클럽 같은 느낌이다.
이 폐쇄적인 클럽은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며 조직 내에서 권력과 부를 매개로 한 이익집단 성격이 강했다.
그리고 굉장히 큰 힘을 발휘하긴 했었다.
예를 들어,
이번에 김 과장이 승진하겠지,
그 친구 K대 잖아, 정상무가 K대고 우리 회사는 뭐 그 라인이 빵빵해.
최 과장도 만만치 않은데 라인 약해서,
아무리도 우리 회사는 H대 라인이 약하잖아.
이런 시기였지.
지금과 미묘한 차이가 있는 부분은,
과거 명문대 출신의 자부심 그리고 인정은 조직 내 강력한 학연 네트워크로 실질적인 힘으로 서열이 만들어졌다.
즉,
회사에서 H대 최 과장 대신 K대 김 과장을 승진 시킬 때,
K대는 수능 점수상 혹은 서열상 H대 보다 아래 있으니 승진은 힘들 거야 같은,
관념적 서열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물론 좀 극단적인 예이긴 한데,
확실히 최근 젊은 층이 느끼는 학벌주의와 힘의 원천이 다르다.
# 약해진 옛 버전 학벌주의
과거와 비교해서 공동체 파워를 기반한 옛 학벌주의는 상당히 약해졌다고 느낀다.
IMF, 금융위기 등으로 경기가 나빠지면서 서로 밀고 끌어줄 여유가 없어졌다.
내 몸 간수하기도 힘든 데 뭔 후배 선배 챙기고 있겠나.
그 와중에 학벌주의의 부정적인 면에 대해 공론화되면서 대놓고 밀고 끌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학벌주의가 대두되는 젊은 층은 이런 공동체에 대해 외면하고 있다.
꼰대들의 모임에 나가서 막내 노릇 하기 싫잖아.
맨날 술 마시고 옛날 얘기하고 앉아있으니 말이다.
결국 공동체 조직의 젊은 피들이 들어오지 않으면 다시 공동체 자체 힘이 약해졌다.
옛날에는 임원부터 말단 사원까지 동문 정보 네트워크가 파워풀 했는데,
신세대 사원 대리부터 슬슬 이탈하니 말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학벌주의가 상당히 느슨한 이상이 되었지만,
젊은 시대에서 새로 부상한 촘촘하게 서열화된 학벌주의 시즌 2가 나왔다.
# 문제점?
새로운 학벌주의는 '조직 관점'에서 어떤 문제가 있을까?
사실 '조직 관점'에서는 이전 학벌주의보다는 부작용이 덜 할 것이다.
과거 똘똘 뭉쳐 밀어주고 끌어주는 형식의 학벌주의가 만연할 때는,
조직에서 신입 사원 뽑을 때 특정 학교가 몰리지 않게 다양하게 배분하기도 하고,
심지어 회사에서 대놓고 동문회 하지 말라는 지침이 있는 곳도 있었다.
또한 임원들이 특정 학교 출신으로 몰리지 않게 균형을 잡으려는 암묵적인 관행이 있던 회사들도 있었다.
요새 학벌주의는 좀 다른 느낌이다.
뭐랄까.
수능 점수와 학력으로 모든 능력을 확장하는 경향이 큰 듯하다.
예를 들자면,
물론 극단적으로 과장하자면,
과거에 오 차장이 고속 승진하면,
역시! 이번에 오 차장 일 줄 알았어
왜냐고? OO대잖어, 지금 우리 회사는 박 전무부터 OO대 라인 전성시대 아닌가.
박 전무가 또 열심히 큰 그림 만들었을 거야!
마! 느그 서장 어딨어! 어저께도! 에! 같이 밥묵고! 에! 싸우나도 같이 가고! 에! 마 이 개새끼야 머 다했어!
반면,
사원 대리에서는,
역시! 오 차장이군요. 겁나 스마트하잔요. OO대 잖아요. 천재! 역시!
이런 방향으로 인식할 수 있다.
이렇듯,
지금의 젊은 세대 사이의 학벌주의는 실질적인 권력보다는 브랜딩 느낌이 강한 것 같다.
우선 과거와 다르게 대학 하나하나에 대해 이렇게 촘촘하게 정리된 서열이 생겼다.
‘서연고서성한줄줄줄줄’ 무슨 주문 같은 형식으로 말이다.
브랜딩을 위한 학벌주의 느낌이다.
과거 학벌주의 폐쇄적이고 강력한 동문 네트워크로 헤게모니를 쥐고 흔든 것과는 또 다르다.
그래서,
지금의 학벌주의는 과거에 비해서는 조직 차원에서 부작용이 덜해 보인다.
단지,
젊은 세대 개개인에게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인지부조화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유튜버를 바라보는 연대생
유튜버 성공을 보면서 현타가 연대생 짤은 좀 유명할 것이다.
정말 최선을 다해서 노력했는데 회의감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눈에 띈 구절은 ‘물론 제가 그들의 과거나 학력만 보고 그들을 무시했기 때문에 이런 생각이 드는 걸 수도 있도 있어요’ 이었다.
개인적으로 나에게 학벌주의에 대해 뭐 옳다 나쁘다 판단할 사항은 아니긴 하다.
그냥 하나의 사회현상을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젊은 세대는 서열 브랜딩 학벌주의에 대한 믿음은 본인 스스로 현타가 오게 만드는 요소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수능 점수와 학벌이 수치화하여 확대되어 향후 미래 모든 능력과 성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거라는 인식 말이다.
실제로 과거에는 큰 영향을 끼쳤는데,
계속 반복했지만 강력한 네트워크로 만들어낸 힘이지,
단지 브랜드 파워로 만들어진 것만은 아니다.
또 걱정되는 부분은,
회사 내에서도 위의 유튜버 같은 비슷한 상황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 내에 유튜버가 있다는 뜻은 아니고,
연대생이 현타가 온 이유는 아무래도 학벌과 노력을 동일시하는 것에서 나온 것일 것이다.
유튜버의 학력으로 노력의 정도를 재단했던 부분도 있다.
회사 내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당연히 있다.
쟤는 변변치 않아 보이는 데 왜 이리 승승장구하지?
겁나 아부 떠나보내, 어이구 저 새끼 진짜!
저렇게 노력은 안 하고 잘나가고 회사 아주 개판이군, 불공정한 더러운 세상.
물론 정말 불공정한 곳일 수도 있지만,
본인이 멋대로 정의한 공정일 수 있다.
특히 수능 점수와 학력으로 모든 능력을 확장해서 바라보는 관점을 가지고 있으면,
위의 연대생이 유튜버를 보다 현타오듯,
현타가 심하게 오는 사람도 있다.
본인의 업무 역량과 학벌이 변변치 않은 상대의 업무 역량을 객관적으로 보기가 힘들어지고,
그걸 평가하는 상사는 사람 볼 줄 모르는 머저리같이 보일 수도 있고 말이다.
뭐 진짜 머저리도 많겠지만.
불확실성이 넘치는 이 세상 노력 스펙 학벌에 매달릴 수밖에 없지만,
안타깝게도 투자 대비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정도는 상당히 낮고,
점점 낮아지는 방향으로 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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