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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정규직화 사태를 보며,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를 떠올리며일반 정보 2024. 1. 29. 03:15
# 차별에 찬성하는 이야기
작년 정도였나,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직원들에게 ‘90년생이 온다’를 선물했다.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잘 쓴 책이지만,
정말로 청년층을 이해하고 싶으면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만한 책이 없다고 생각한다.
2013년에 나온 책이지만 지금 읽어도 기차를 못 느낀다.
청와대는 인국공 사태에 아마 놀라고 있을 것 같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하며 공사 정규직 1400명보다 많은 1900여명의 보안검색 요원을 ‘청원경찰’ 신분으로 직접 고용하겠다고 밝힌 뒤 취업준비생을 비롯한 청년층 사이에서 거센 분노가 터져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번 논란에 관한 국민청원이 청와대 답변기준인 20만명을 이틀이 채 지나지 않아 넘어섰다.
청와대는 분명 반대는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터.
단지 20, 30대에서 반대할 거라고는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정규직 자리가 어떻게든 많아지면 좋은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었겠지만,
그래서 ‘나도 노동자가 되니까 정규직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식의 이해가 아니라, ‘저 사람들은 내가 들어갈 정규직 자리에 무임승차하고 있다!’고 받아들인 것일까?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 오찬호 저
정부의 입김이 듬뿍 들어갔을 통계자료에서조차도 계약직이 전체 노동자 대비 33%에 이른다. 600만 명에 육박하는 숫자다. 앞으로 이십대들은 어떤 식으로든 살아가겠지만 임금노동자로 살아갈 가능성이 가장 높은 건 기정사실이다.
따라서 그들 가운데 상당수가 저 ‘600만’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러니 자신들이 진출할 곳의 상황이 조금이라도 좋아지길 바라는 건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줄어들면 그만큼 아파할 이십대들도 줄어들 텐데 말이다.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 오찬호 저
하지만 이런 식의 이해는 젊은 층에게는 확실히 다르게 다가온다.
고용의 공정성과 채용 과정의 공정성에 대한 크나큰 시각차가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황 수석은 "채용 과정의 공정성과 조금 다른 측면에서 더 커다란 노동시장에서의 공정성을 지향하는 과정이었다"고 해명했다.
즉, 당장 눈앞의 채용 과정에 대한 공정성 보다는 국민 안전과 직결된 일자리에 대한 비정규직과 정규직 차별 해소라는 더 큰 공정성을 지향하는 과정에 있다는 설명이다.
전날 인터뷰에서도 황 수석은 "노동시장에서의 공정성이라는 것 가운데 중요한 것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공정성도 중요한 문제"라는 논리를 폈다. 이어 "노동시장에서의 공정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 하나가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취업준비생들은 '채용의 공정성'을 두고 분노하고 있지만, 청와대는 거시적 관점에서 '고용의 공정성' 측면을 더 크게 봐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저자의 착각
‘우리는 차별에 찬성한다’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2008년 토론 수업을 진행하면서다.
2006년 3월부터 350여 명의 여승무원들이 ‘철도공사의 정규직 직접채용’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시작했는데, 이에 사측이 강경한 입장으로 일관하면서 상당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이었다.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 오찬호 저
또 정규직 전환 얘기? 라고 하기엔 인국공과 결이 다른 사건이다.
KTX 여승무원 350명 공채를 했다.
비정규직 자리였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다.
한국철도공사는 이 약속이 근로 계약서나 법적 효력이 있는 문서에 명시된 것이 아니라 이철 사장의 구두 약속, 즉 일종의 립서비스 수준의 이야기였으며 1년 뒤 정규직 전환 가능성도 현 소속사인 한국철도유통의 정규직이란 의미일 뿐 한국철도공사 정규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나중에 이는 구두 약속이었다는 둥,
그리고 슥삭 해고!
진행 상황을 보면 그냥 KTX가 완전 개쓰레기였다.
나무위키가 제일 잘 정리했네.
비정규직 떼쓰기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체 읽어보면 KTX 실드를 칠 수 없다.
KTX 문제는 찬반의견을 공정히 들을 그런 성질의 것도 아니었다. 당시의 모든 정황상 ‘이건 사측이 무조건 잘못한 거다’ 정도로 사태를 이해하는 게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 오찬호 저
어찌보면 기성세대 꼰대들이 젊은세대들에게 정규직 전환이라는 희망 고문을 하다가 팽하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런데,
저자는 학생들의 너무나 의외의 반응에 놀란것이다.
하지만 한 학생의 대답은 나의 이런 예상을 완전히 빗나가게 만들었다. 경영학과 4학년 학생 K(당시 27세)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날로 정규직 되려고 하면 안 되잖아요!”라고 답했던 것이다.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 오찬호 저
저자는 이 학생이 굉장히 특이한 친구라고 생각했었다고 한다.
나는 K가 ‘강의실 수구꼴통 청년’으로 마녀사냥 당하지 않도록, 상황을 반전시킬 묘수를 잠시 고민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걱정도 팔자. 그 순간, 강의실에서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은 나뿐이었다.
대형 강의를 많이 하다보면 자연스레 느낄 수 있는 ‘특정 분위기’라는 게 있다. 이때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대다수 학생들의 생각을 K가 대변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의실을 아주 차분하지만 강렬히 뒤덮고 있었던 것이다. K를 바라보는 다른 학생들의 눈빛에는 ‘그래! 너 말 한번 제대로 잘했다!’라는 동의가 넘쳐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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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학생들이 왜 이렇게 고생을 합니까? 정규직이 되기 위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입사할 때는 비정규직으로 채용되었으면서 갑자기 정규직 하겠다고 떼쓰는 것은 정당하지 못한 행위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 오찬호 저
저자가 2008년 당시에는 이런 반응들에 당황하는 것처럼,
정부도 지금 그러할 것이다.
사실 KTX 여승무원은 정규직 전환 약속을 믿고 들어간 비정규직이었으며,
결국 다 20대가 다른 곳에서 당할 수 있는 부당한 처지와 엇비슷한 것이었다.
꼰대들은 20대를 대충 비정규직으로 써먹고 이용하려 하는 구조였다.
여승무원들의 정당한 요구에 반대할 사람들은 오히려,
'엣헴. 노오오오오력도 안 하는 것들이!' 하면서 훈장질하는 꼰대들이었다.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 시점,
정부는 같은 20대에서의 이런 반응은 당황스러울 것이다.
왜냐하면 과거에는 비슷한 상황에 20대 들이 들고일어났었지.
"비정규직은 바로 우리 문제" 대학생들 '꿈틀'
부산지역 대학생들 "비정규직 강행처리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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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인상 반대투쟁 등 학교와 교육문제에 주력해오던 대학생들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비정규직법안 강행 처리에 제동을 걸 태세다.
예를 들어,
지금 비정규직으로 있는 공기업의 많은 일자리들은 과거의 정규직 자리였다.
오히려 효율화를 명분으로 외주화하여 비정규직인 된 자리도 많다.
어찌보면 다시 정규직으로 돌리는 과정일 수 있다.
보통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오히려 꼰대들이 반대를 한다.
본인들 퇴직이나 임금피크 이런 부분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말이다.
꼰대들이 이런 비정규직으로 뽑아서 대충 뭉개며 정규직 시켜주지 않고 싶어도,
과거엔 20대가 가만두지 않아서 골치였었지.
이런 문제 뿐 아니라 20대는 뭔가 태클 거는 존재로 인식했을터.
하지만 또 그게 20대의 특징이었을 것이고 말이다.
이십대는 늘 시대의 열외적 존재였고, 약간은 당돌했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세상의 주류 이데올로기에 저항했기에 나름의 사회적 의미를 부여받을 수도 있었다.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 오찬호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20대한테 패기 근성 어쩌구 라고 하면 뭐 꼰대인 거고,
더 나아가 ‘나 때는 러브 앤 피스의 낭만 협객의 시대였거늘! 너넨 분하지도 않냐’라고 몰아세우면,
386세대의 ‘민주화한 시대는 우리가 만들었어’ 같은 선민의식을 가지고 20대를 보는 것일 터.
그런데 어쩌랴 시대가 바뀌었느니.
그때가 맞고 지금이 틀렸다고 할 수 있어?
20, 30대는 주어지고 닥친 환경에 최적으로 적응하며 살고 있는 것이고,
한 발만 잘못 내딛어도 자유낙하급으로 바닥에 떨어지는 공포가 있는 구조에서 아마 가장 확실한 생존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
사람 자체가 문제가 아니고 상황이 문제인 것이다.
여하튼,
KTX 여승무원 건처럼 명확하고 정당한 것도 2008년 당시에 청년층에서 생각하는 게 이렇게나 다른데,
훨씬 민감한 시기에 인국공 건처럼 모호한 영역이 많은 것은 인국공 사태까지 갈게 뻔했을 것이다.
비정규직 제로 선언이 2017년이었는데 인국공 사측에서는 3년간 뭘 했길래 지금 문제가 이렇게 크게 나오게 되나 싶다.
내가 가장 화가나는 포인트가 하나 있는데,
바로 궁극적으로 을 간의 전쟁으로 상황으로 만든 것이다.
IMF 등을 거치며 정규직 일자리들이 비정규직으로 되고,
정리해고된 정규직 빈자리는 IMF이후에도 극복되어도 비정규직으로 메꾸어 왔다.
어찌보면 불안정했던 일자리를 회복하는 과정인데,
어설픈 일처리로 인해 명분이나 대의마저 훼손되고 있는 것 아닌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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