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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천재의 결혼 - ENTP의 나머지 반쪽을 바라보는 모험 - 4편일반 정보 2024. 1. 28.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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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스펙트
개인적으로 여성 ENTP를 정말 리스펙트 한다.
남자인 나도 기본적으로 권위와 체제에 반골 습성을 깔고 가는데,
여성들은 그 와중에 한국 고유의 가부장적인 잔재로 이루어진 레이어가 몇 개 더 씌워져 있을 거 아냐.
나는 꼴랑 한국 디폴트 값 정도 밖에 안되는 수직적인 조직 문화 안에서도 맞바람 헤치고 나아가는 기분인데,
ENTP 성향 여성들은 바람과 해류에 흘러 흘러 사는 성향들이 아닐지라,
맞바람, 맞해류, 소용돌이, 작열하는 태양 온갖 것들을 거스르는 회사 생활이 될 확률이 높다.
남성적인 문화도 문화이거니와 그렇다고 여성 커뮤니티에서도 아주 완벽하게 잘 지내기 힘든 사람도 있을 것이다.
MBTI를 이론적으로 들어가면 주기능, 부기능, 3차기능, 열등기능 어쩌고저쩌고 하는 게 있는데,
ENTP의 3차 기능이 내향 감정이다.
어떤 강사는 3차 기능은 오른손 잡이에게 외손 같은 기능이라고도 비유한다.
감정 농구 경기로 비유하자면,
주기능, 부기능으로 덩크하고 3점 슛 쏘고 난리인데,
혼자가 왼손 드리블하면서 버벅대는 꼴이다.
차라리 열등 기능이 감정이면 그냥 경기에 안 나거나 혼자 축구하면 됨.
여하튼 남자들끼리 섬세하게 감정을 교류하고 표현하고 이전하는 커뮤니티는 별로 없기에,
ENTP 남자들은 딱히 곤란한 일이 없지만,
상대적으로 여성 문화에서는 감정이라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요소인데,
강제로 감정의 농구 경기를 출전해야 하는 여성 ENTP은 꽤나 힘들 것이다.
그건 그렇다 치고 결혼 후에 씨월드는 어떻게 하며.
만약 시댁에서 그냥 자유롭게 참견 안 하고 풀어주면 알아서 잘 들 할 텐데,
간섭하고 잔소리하기 시작하면 뭐 갈등의 요소지.
연애 관점에서는,
보통 한국에서는 조용하고 나긋한 성격을 또 선호하니,
ENTP 여성은 별로 내면은 센 캐릭터가 아닌데 겉으로 세고 피곤한 스타일로 오해받을 일도 많을 것 같다.
이래저래 한국에서 살아가는 ENTP 성향 여성들을 리스펙트 한다.
근데 또 한편으로 찐 ENTP 이면,
순간순간 스트레스 상황이 오겠지만,
원래 스트레스 내성이 높아서,
보통 빨리 포기하고 뭐 어떻게 되겠지 자기합리화와 정신 승리하며 극복하겠지.
하지만,
한 편으로는 이런 세상의 나를 이해해 줄 사람을 찾고 싶은 마음도 클 것이다.
# 레이더
요새 MBTI가 유행하는 것을 보면서,
와 연애 대상 탐색 비용과 시간을 줄어들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어차피 만나서 외모는 결정되고 주어진 요소인데,
성격이나 성향이라는 것은 오롯이 추정해야 할 영역이다.
MBTI가 정확하냐 안 하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본인이 그 유형이 찰떡같이 맞는다고 하면 거기에 맞춰주면 되는 일이다.
너무 편할 것 같다.
ENTP 계열이 원래 그러는지 모르겠으나 지금 와서 보면 나는 MBTI의 NF 타입에 굉장히 흥미를 느꼈던 거 같다.
소싯적에 MBTI가 이렇게나 발달하지 않았을 때라,
나는 상대의 취향으로 나와 맞네 안 맞네를 찾았던 거 같다.
싸이월드 세상이었던 때라,
싸이월드 곳곳에 있는 취향의 흔적으로 맞는 사람을 판단했다.
나도 모르게 엄청 촉이 오는 성향은 MBTI 기준으로는 INFJ, INFP이라고 할 수 있다.
이걸 싸이월드를 보면 느낌이 딱 온다.
예전에 홍석천이 게이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며,
농담으로 게이더가 있다고 했는데,
정말 그런 게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INFX는 정확히 이유를 설명하기 힘든데 잘 모르게 확 끌리는 게 있다.
싸이월드의 음악 플레이리스트로 '아, 이 사람이다'라는 필로 1차적으로 느낌이 온다.
음악 플레이리스트가 장르가 깔끔하지는 않다.
예를 들어,
클래식으로 도배되어 있거나 재즈로 도배되었거나 그렇지 않다.
음악 플레이리스트가 너무 깨끗하게 일관된 느낌이면 사후에 만들어진 취향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자생적인 고유 취향으로 가진 친구들은,
말러 9번 교향곡과 Tzigane가 나오면 볼레로로 넘어가며 자연스럽게,
펫 숍 보이즈로 가면서 타이티 80을 지나면서 이상은 노래를 지나며 아이돌 노래로 신나게 뚜아.
나름 선곡에 나레티브가 있다.
내가 기억에 남는 INFP 싸이월드의 음악 플레이리스트에서 들었던 것 중 지금도 꾸준히 듣는 것 중 하나는,
Pet shop boys의 Being Boring이다.
그리고 취향을 한 겹 한 겹 안쪽까지 디테일하게 분화되어 들어가는 것을 쫓아가보며 흔적을 찾아간다.
예를 들어,
무라카미 하루키는 다들 좋아하는데,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 중에 <빵 가게 습격>을 좋아하면 훨씬 좁혀지는 거고,
단편 중에 <패밀리 어페어>의 주인공의 빈정거리는 대사를 좋아한다고 발췌하면 또 훨씬 좁아지는 식이다.
# 피겨 선수를 보는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
근데 무엇보다도 팍팍 레이더에 잡히는 부분은,
본인이 감정 상태를 전혀 오글거리지 않는 담백하지만 독창적인 비유로 풀어놓은 글들이다.
순간 멈 짓 하게 하는 표현과 비유 말이다.
나도 비유를 상당히 사랑하는데 나는 어려운 개념이나 특정 상황 같은 것을 풀어가는데 자신 있다면,
INFX 계열은 감성의 F를 달아서인지 인간에 대한 통찰 부분에 상당히 탁월한 비유와 은유를 발휘하는 것 같다.
내가 아무리 사람의 감정에 관한 부분을 비유와 은유로 파고들어가는 방식은 결국은 물리적인 느낌이라면,
이들은 화학적인 결합과 분해를 할 수 있는 비유와 은유 능력이 있는 듯하다.
여하튼 싸이월드 시절 카페 같은 데,
오프라인 모임이 많았을 때,
이런 타입을 보면 정말로 만나서 얘기해보고 싶어서 뭔 스토커처럼 모임에 간 적도 있다.
데헷~
하지만,
일단 그런 타입을 만나기도 힘들뿐더러.
2~3% 정도밖에 없으니 말이다.
운명의 술래잡기 마냥 둘 중 한 명은 늘 술래가 되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할까.
임자 있거나 타이밍 안 맞거나 상황이 안 맞거나 해서,
혹은 아무리 내면을 본다는 쿨병에 걸렸다지만,
너무 미묘해서 도저히 외적인 요소를 감내하지 못하는 상황을 맞이하며 갑자기 깨달았다.
정확히는 그냥 나의 한계를 대면했지 뭐.
그런 작은 취향의 흔적들을 찾으며 섬세하게 공유할 수 있는 것들을 상상하며,
내면 직관 통찰력 이 난리 실컷 쳐놓고,
아웃복서 마냥 현란한 발재간과 창의적인 기술로 점수 하나씩 쌓다가,
막상 갑자기 튀어난 무쌍 글래머가 대충 휘두룬 펀치에 무릎 꿇고 KO.
링 바닥에 KO 당해 누우며 현타가 오지게 왔었더랬지.
와씨 나는 나 자신을 속이고 있었구나,
뭔 개쿨병에 지적 허세에 빠져서 나는 인간 그 자체의 내면을 보며 블라블라 그 내면이 표상화된 섬세한 취향으로 상대를 파악하여 블라블라.
심연의 나를 직시하고 현타 오지게 오다가,
전방에 힘찬 함성과 함께,
'나는 쌈마이다!' 한 세 번 외치고 극복!
'좋은 게 좋은 거다 파'가 되었더랬다.
갑자기 휙 스킵하고 결론으로 가면,
결혼한 후에 보니,
MBTI 성향을 따지며 결혼 상대를 찾는 것은 글쎄.
내가 결혼하며 진정을 깨달은 교훈은,
하...
MBTI 성향 같은 개수작에 속지 말고,
늬들은 결혼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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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끝내려 했는데,
이대로 끝나면 이혼각이라 결혼 뒷광고 느낌으로 한 편 더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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