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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딸천재의 잡담 - 그 이후, 박원순 전 시장에 대해 얘기한 정춘숙 씨 인터뷰를 보며
    일반 정보 2024. 1. 27. 01:55
     
     

    # 그럴 사람이 아닌데

    일전에 지인과 함께 박원순 전 시장 관련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이게 바로 네이버의 블로그의 힘이랄까.

    댓글로 흥미로운 링크를 걸어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며.

    덕분에 여러 가지 조각들을 좀 더 모아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나는 다른 범죄는 모르겠는데 성추행이나 성희롱에 관해서는 절대적으로 '그 사람이 그럴 리 없다'라는 없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내 스스로 한편으로는 나는 설마,

    하지만 또 한 편으로 스스로에게 과신하지 말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

    나라고 뭐 다르겠어.

    차라리 받아들이고 얼마나 폭탄을 잘 관리하느냐 초점을 두는 게 더 안전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여하튼 지인과 했던 얘기는 이랬다.

    ‘그럴 사람이 아닌데...’라는 말.

    나는 성추행이나 이런 쪽은 어떻게 살아왔든지 ‘그럴 사람이 아닌데...’가 통하지 않는 분야라는 생각이 든다.

    그 사람이 누구를 두들겨 팼대,

    사기를 쳤대,

    칼로 찔렀대,

    귀중품을 훔쳤대,

    같은 일은 ‘그럴 사람이 아닌데...’라고 할 수 있지만,

    성 관련 문제는 진짜 알 수가 없는 것 같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조직 내에서도 정말 멀쩡하고 자기 관리 잘해오던 사람이 한순간에 성 추문으로 댕강하는 걸 보게 된다.

    그런 맥락에서,

    최근 시사인에서 여성 운동가 정춘숙 씨 인터뷰를 보며 또 한 번 공감했다.

    누구보다도 박원순과 함께 여성운동을 함께 했던 분께서 이런 말을 하셨다.

    20년간 여성의전화를 하면서,

    그 사람은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야라는 생각을 버렸다고 한다.

    오죽했으면,

    처음 박원순 전 시장 관련 얘기를 접했을 때 했던 말이 이랬겠나 싶다.

    성희롱 고소가 있었다는 말을 듣는 순간 정춘숙은 직감한다. “아, 이게 무고일 리는 없겠다. 사실이겠구나, 정말로 그랬겠구나.” 믿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거짓일 거라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는 긴가민가하는 동료 의원에게도 이렇게 말했다. “그거 알아? 이런 일에는 무고가 없어.” 왜 그렇게 말했을까. “저는 그 생각을 버린 지가 아주 오래됐어요. ‘그 사람은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야’라는 생각. 20년 넘게 여성의전화에 있으면서 ‘절대 그럴 리 없는’ 사람이 그러는 걸 너무 많이 봤고, 그 사실을 주변 사람들이 인정할 수 없어서 벌이는 이상한 일들도 너무 많이 봤고….”

    이런 문제는 어떤 이들은 ‘그 사람이 그럴 리 없다’는 없다.

    오직 ‘그 사람이 그럴 줄은 몰랐다’만 있을 뿐.

    그걸 너무나 잘 알고 있던 정춘숙 여성운동가 내적 분열을 겪었다고 하니.

    정춘숙은 마음의 분열에서 조금씩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계기는 의외의 장면에서 왔다. 그는 외면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면서 첨예한 양쪽 의견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추모하는 글이 훨씬 잘 읽히고, 피해자와 연대하는 글이 눈에 잘 안 들어왔다. “그게 왜 신기한가요?” “반대여야 되거든요. 제가 평생 해온 일이 피해자 편에 서고 피해자 목소리를 듣고 피해자와 연대하는 건데, 그런 글이 훨씬 잘 읽혀야 정상인데, 박원순에 대한 글이 더 잘 읽히더라고요. 그걸 스스로 인식하는 순간 깨달았죠. 아, 나는 아직도 박원순이라는 사람을 눈에다 렌즈처럼 쓰고 보는구나.”

    그는 자신이 ‘그럴 리 없는 사람은 없다 규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박원순이라는 사람을 빼고 읽으니 그때야 글이 제대로 읽혔다. 이 경험을 그는 “내가 주제파악을 했다”라고 표현한다. 평생 피해자 옆에 서는 훈련을 해온 자신도 이런 상황에서 흔들리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뭐라고 말할 수가 없는 시간”은 그렇게 더 길어졌다.

    사실 나는 박원순 전 시장의 빅팬도 아니고,

    그가 이루어놓은 업적에도 거의 무지하였기에,

    여기서 정춘숙 씨가 말하는 박원순을 빼고 본다로 보고 있었던 것 같다.

    여기서 말하는 박원순을 빼고 본다는 박원순이 여성운동계에 해온 업적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그냥 한 남성으로 보는 것이다.

     

    20대와 30대는 그의 복잡한 심경을 거의 공감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정춘숙이 “박원순을 빼고 보면 보인다”라는 결론에 힘겹게 도달하는 동안, 젊은 세대는 이미 처음부터 박원순을 빼고 보고 있다. 젊은 세대의 냉소가 서운하지는 않을까. 거침없던 정춘숙은 이 대목에서 단어를 신중히 골라가며 이렇게 말했다. “사람이라는 게 역사가 있잖아요. 젊을 때는 역사 따위 쳐다보지 않는 게 패기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죠. 나이 들면서 저는 ‘다 이유가 있겠지’ 이 태도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해가 잘 안 가도 조금만 기다려주면 좋겠는데, 오래된 사람들의 얽힌 역사라는 게 있으니까 그걸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죠. 서로 차이가 있다는 걸 이해하는 게 중요해요.”

    그러고는 한동안 말을 멈추더니, 이렇게 덧붙였다. “그러네요. 젊은 세대는 처음부터 박원순을 빼고 보니까 그랬다는 걸 지금 이해하게 됐어요. 오히려 우리가 더 들어야 할 수 있겠네요.

    그래서 지금 상황들을 보면서,

    박원순 전 시장이 다른 일로까지 욕먹는 정치인이었나? 와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까지 열성적인 지지를 받는 정치인이었나 하고,

    양방으로 놀랐었다.

    하지만,

    내가 정말 궁금한 것은 '왜 이렇게 되었을까'.

    사실 박원순을 빼고 보고 있는 상황이다.

    박원순이 아니더라도 정말 이런 상황들이 너무 흔하다고 해야 하나.

    왜 앞길 창창한 사람이 생각지도 않은 악수를 두어,

    소위 되지도 않는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나 홀로 연애 감정이라도 느끼려는 건가?

    인생 전체 커리어를 한 번에 날릴 정도로 못 참을 일인가?

    # 이렇게 된 이유가 뭐지?

    안 그래도 연속적으로 거물 정치인들의 스캔들도 스캔들인데,

    회사나 업계에서 정말 비슷한 연배에 비슷한 상황으로 문제가 터지는 것을 너무 많이 봤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은 '정말? 그 사람이?'이다.

    애초에 사고 칠 것 같은 사람이면,

    주변에서 일단 상황 자체를 안 만들려 한다.

    옆에 못 앉게 한다든지,

    조금이라도 기미가 이상하면 단절 시켜버린다든지 등등.

    그러다 보니 오히려 '정말? 그 사람이?'류의 사람들이 레이더망을 피해 문제를 일으키나 봐.

    박원순이라는 사람이 엄청 크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치열하게 생각해야 해요. 박원순이 그럴 리 없어라는 생각을 벗어나면 바로 물어보게 되죠. 박원순조차 이렇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박원순조차 그랬다면 어떻게 이걸 뛰어넘을 수 있을까? 우리 모두가 생각해야 합니다.

    예전에도 이런 심리학자의 진단 글도 있었다.

    성공한 중년 남성, 왜 미투·불륜에 무너질까…완벽한 남성 ‘슈퍼맨 증후군’에 도덕성 상실

    내가 지인들과 했던 농담성 추측 중 하나는,

    젊었을 때 제대로 연애도 못해고 인기 없던 꼰대가 직급이 높아져서 여직원들이 친절하니까 갑자기 급발진 한 게 아닐까였다.

    이런 측면으로 설명하는 글들도 많다.

    하지현 건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꼭 증후군 혹은 병리 현상으로 풀이하지 않더라도 이런 사례 때문에 병원으로까지 오는 사례가 많다. 이런 이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어렵게 그 자리까지 올라갔다는 생각 때문에 자존감이 지나치게 높았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나의 행동을 무조건 지지하고 좋아해줄 것이다. 위험한 일, 나쁜 짓을 해도 나는 운이 좋아 뭘 해도 잘 헤쳐 나갈 것이다’라는 어이없는 자기 암시를 그대로 믿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최악의 결과가 예상되는 일도 서슴지 않다가 결국 파국을 맞는다”고 설명했다.

    .

    “사회적 성공이든 경제적 성공이든 일단 그 정도 위치에 오른 중년 남성이라면 성취 욕구가 상당히 높을 수 있다. 그만큼 새로운 것, 자극적인 일에서 쾌감을 느낀다는 말이기도 하다.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높은 자리에 오르면 생활이 안정된다. 그럴 때 변화를 갈망하는 내적 욕구를 해소하기 어렵게 된다. 그러다 응축된 욕구를 좀 더 일탈, 불법적인 쪽으로 풀게 되는데 도박이나 불륜, 성도착 등이 그것이다. 처음에는 잠시, 조금만 시도하다가 상대편이 용인한다고 착각하면 그때부터 더욱 대범해지다가 결국 모든 것을 잃게 되는 사례가 많다.”

    이러니 초반에 바로 '뻐큐 먹어 두 번 먹어' 해줘야 하는데,

    사회적 위계라는 게 쉽지 않을 테니.

    그런데 이런 이론이면,

    되게 멀끔하고 제법 연애를 많이 해봤을 사람은 문제가 없어야하는데,

    또 그렇지도 않잖어.

    아닌가.

    아 잘 모르겠네.

    성희롱은 철저히 주관적인 판단과 관점이니.

    똑같은 성희롱스러운 대사를 중년의 우성이형이 하면 또 다른가.

     

    와 우성이형 정도면 남자도 설레겠구먼.

    '형님! 같이 저기 브로크백 산이나 등산 가시죠!'할 각이다.

    여하튼,

    우린 모두는 신이 정우성 같은 사람 만들려고 연습하다 망친 애들이니까.

    도대체 왜들 그래를 쫓아가보자면,

    여러 설명 중에 생물학적 변화, 테스토스테론 이론 쪽이 더 설명이 잘 되는 것 같다.

    그러니까,

    커리어 하이를 달리고 있는 사람이 갑자기 Gae 미친 짓을 하며,

    본인의 머리를 본인이 스스로 댕강하는 것을 이해할 방법 말이다.

    이경민 이머징리더십인터벤션즈 리더십코칭전문가(정신과전문의)는 “20대 혹은 30대에 성취·야망 중심으로 움직이던 이들도 40대 중반 이후 생물학적으로 변화를 맞이한다. 이때의 중년 남성은 친밀감 욕구, 이해받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해지는데 그럴 때 아내 외의 이성이 정서적 욕구를 채워줄 것이라고 오판하는 사례가 꽤 생긴다. 친절하게 대해주는 여성에 유독 정서적 친밀감을 느끼고 위안을 받는다는 생각을 하다 선을 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중년 이후 정서적 목마름에 따른 무리한 급발진?

    좀 친절하게 말해주면 뇌절해 버린다는 거지.

    결혼이나 일부일처제가 이런 여러 정서적, 육체적 욕구의 생태계라는 낙원을 만들었으나,

    어쩌다 보면 실낙원(Paradise lost)이 되어버리니.

    혹은 Lost in translation.

    사랑도 통역되나요라고 한국에서 개봉된 Lost in translation에서,

    나이가 들면 사는 게 편해지냐는 블랙 위도우의 말에,

    빌 머레이는,

    당신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게 될수록 당신을 힘들고 혼란스럽게 하는 일들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었다.

    어렸을 때는 호오 그렇구나 했는데.

    살아보니 개뿔.

    나이 먹고 겁이 많아져서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수록 힘들고 혼란스러운 일들이 늘 것 같은데.

    # 테스토스테론 부족

    진짜 친절하신 분께서 댓글로 흥미로운 책을 소개해 주신 덕에 관련 부분에 대한 더 흥미로운 내용들을 보게 되었다.

    덕분에 은밀한 몸이란 책을 접하게 되었다.

    좀 더 재미있는 관점이다.

    저자 옐 아들러,

    문득 궁금해서 한 번 찾아보니,

    비뇨기과 의사인데 여성분이었구나.

    그냥 이름 보고 당연히 남성이라고 생각하고 봤는데,

    이상하게 책에 속 사례에서 나온 남자 환자들이 부끄러워하는 듯한 에피소드가 많더라니.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너무 많이 떨어지면 피로감과 의욕상실이 커진다.

    .

    평소 안하던 행동을 갑자기 하는 경우도 생긴다. 예를 들어 느닷없이 마력 높은 오토바이를 사고, 여성에게 추파를 던지거나 희롱하는 태도가 증가한다. 붕괴의 날이 코앞에 닥쳤다는 주관적인 느낌을 직접 재확인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중년남성은 페이스북, 왓츠앱, 데이팅앱 혹은 (다소 복고적으로) 여성과 직접 접촉할 기회가 많은 곳을 바쁘게 돌아다닌다. 이 시기의 몇몇 남자들은 자신이 ‘DILF’ 메시지를 받았다고 기꺼이 믿는다. DILF 는 “Dad, I’d like to fuck”의 약자인데, 이 말로 중년남성을 유혹하려는 세이렌은 아주 젊다. 이런 여자들은 적합한 먹잇감으로 나이 든 남자를 아주 노골적으로 찾는다.

    흥미로운 관점이다.

    보통 남자들이 테스토스테론이 너무 넘쳐서 제어 못해서 성희롱, 성추행을 하게 된다는 이론은 있었다.

    저자의 이론은 오히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떨어지면서 느끼는 감정을 얘기한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떨어지며 본인의 남성성 붕괴에 대한 막판 베팅하는 기분으로 안 하던 충동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호오 그럴싸한데,

    그래서 멀쩡히 잘나가던 위치와 나이에 있는 사람들의 충동적인 미친 짓들이 어느 정도 설명되는 듯하다.

    사실 투자나 도박에서도 비슷하다.

    차라리 넉넉한 자금이 있을 때는 굉장히 이성적인 투자 전략을 딸 수 있다.

    하지만,

    가지고 있는 자금 손실이 계속되면 만회를 위해 무리하게 된다.

    주식 투자 깡통 차게 되는 과정이 점진적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점진적으로 자금이 줄어들다가 일정 이하로 내려가면 초조해지기 시작하면서 한 방에 만회하려는 욕구가 커진다.

    한 방에 빠아악!

    그런데 한 방에 그렇게 투퉁 하고 먹는 베팅은 배율은 높지만 확률은 매우 떨어진다.

    뭐 그러니 2아웃 2스트라이크 3볼에 역전 만루 홈런보다는 깡통차는 사람들이 많겠지.

    이 테스토스테론 세계도 갑자기 미친 듯이 자기 커리어를 거는 정신 나간 베팅을 한다는 거지?

    아 물론 이건 테스토스테론 부족을 겪는 남자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더라.

    어떤 부부는 새로운 균형을 찾지 못하고 갱년기를 글자 그대로 받아들여 새로운 인물로 인생을 갱신하려고 한다. 선거에서 새로운 인물이 ‘분위기 반전’을 이끄는 것처럼, 이제 부부관계에서도 새로운 인물의 요구가 절정에 도달한다. 그리고 새로운 인물은 무엇보다 젊은 사람이어야 한다.

    시간은 이렇게나 빨리 가는데,

    이거 신경 쓸게 왜 이리 많단 말인가.

    문득 나이 먹는 게 서러우면서 오스카 와일드의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 나오는 말이 생각나네.

    나이 든 사람의 비극은 그 사람이 나이가 들었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여전히 젊다는 데 있다.

    젊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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