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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천재의 꼰대 - 꼰대가 되거나 말거나일반 정보 2024. 1. 18. 02:18
# 꼰대 그 존재론적 의문
전도 유망한 꼰대로서 여러분의 궁금증을 십분 이해합니다.
도대체 소위 말하는 그 꼰대들은 왜 이리 많으며 시간이 흘러도 이 꼰대 문화는 영원토록 지속될까.
분명 인터넷에 20년 전에도 10년 전에도 5년 전에도 작년에도 나온 '꼰대' 에피소드들이 또 나와.
사원 대리일 때 분명 내 주변에 꼰대 재능러들이 별로 없는데,
시간 지나면 한국의 넘쳐나는 양궁 국대 후보자들 마냥,
기상천외한 개성을 가진 꼰대들이 혜성처럼들 등장하냐 이 말이다.
먼저 꼰대의 역사를 살펴볼까나.
예전에는 꼰대가 딱히 이런 경멸의 대상까지는 아니었다.
90년 대 후반 즈음 꼰대는 청소년들이 썼던 은어다.
청소년 입장이었기 때문에 그들에게 꼰대는 가부장적인 아버지 혹은 잔소리하는 선생님이었다.
약간 잔소리하는 귀찮은 존재들 말이다.
1994년 기사를 한 번 볼까.
'킹카'(미팅그룹내에서 제일 좋은 상대자), `꼰대'(선생이나 아버지) 등 과거 대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은어가 나름대로 특유의 익살과 해학이 있었다면, 지금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어떤 은어가 통용되고 있을까.
2000년 DJ DOC 앨범 수록곡에 꼰대에 대해 좀 더 강한 반감의 의미로 쓰였더랬지.
15일 배포된 음반에서 주로 문제되고 있는 부분은 4번째 곡인 ‘핵폭탄투하’와 5번째 곡 ‘포졸이’. ‘일부 쓰레기 같은 양심에 털난 포졸이’ ‘× 같은 짭새와 꼰대가 문제’ ‘너네 짭새들의 × 같은 총소리’ 등의 표현이 여과 없이 빠른 랩으로 전달된다.
흥미롭다.
DJ DOC가 딱 지금 젊은 세대 기준 꼰대 세대인데,
예전에 이렇게 꼰대가 문제라고 외쳤더랬지.
또 다른 기사에는 당시 꼰대는 1950년대 말 출생자들이었다.
2035년은 1950년대말 출생한 ‘꼰대세대’, 1960년대에 출생한 ‘386세대’ 1970년대 초중반 출생한 ‘신세대’가 각각 80대, 70대, 60대의 할아버지/할머니가 되는 시기다.
당시에 신세대라고 불렸던 70년 대 초중반은 인제 꼰대 타이틀 바통 터치했고 말이다.
여전히 꼰대는 그냥 은어 정도로 쓰였다가,
정치인들 까지 쓰면서 널리 알려지게 된다.
“‘꼰대’가 아니라 ‘친구’가 되고 싶다.”
김근태(金槿泰·사진) 보건복지부 장관이 최근 고교생들의 두발 자유화 움직임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혔다.
특히 꼰대가 혐오의 표현이 된 것은 정치권이 일조했다.
표를 위해 세대 갈라치기 때문에 인터넷에 떠돌던 꼰대라는 표현이 대중에 더 알려지게 되었다.
2012년 선거 때만 봐도 그렇다.
선거가 점점 더 세대별 대결 양상을 띠고 있다. 최근 정동영 민주통합당 고문은 트위터에 “이번에 하는 청춘투표가 인생투표야. 인생이 통째로 걸렸어…. 꼰대들 ‘늙은 투표’에 인생 맡기지 말라”는 한겨레 신문의 대담 내용을 리트윗 했다.
그리고 꼰대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일반에 확고해 졌다.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해서 남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일반화해 진리인 것처럼 남에게 강요하는 사람
# 꼰대, 생존자들
이렇게 시간이 흘러 꼰대라는 타이틀은 대물림 되고 있는데.
여기서 의문이 든다.
나는 어렸을 때 내 주위에 꼰대가 없는데 왜 나이가 많아지면 꼰대가 이렇게나 많지에 대해 의문을 품었거든,
조직 생활하면 꼰대 트랜스포밍 되는 건가?
이 의문에 대해 조직생활을 보니 나름 이유를 알겠다.
전지적 꼰대 관찰자 입장에서 관찰한 것을 풀어보면 이렇다.
먼저,
뜬금포로 이 그림을 본 적이 있는가?
생존자 편향 오류를 설명할 때 보여주는 그림이다.
생존자 편향의 개념은 2차 세계대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전쟁에 참전한 미군이 전투기 성능을 보강하는 계획을 세웠고, 전투에 투입되었다가 귀환한 전투기들을 대상으로 총탄의 흔적을 연구했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투기의 양쪽 날개와 꼬리 부분에 총탄이 집중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미군은 이 부분을 보강하기로 했다. 그러나 한 통계학자가 정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몸통에 총격을 받은 전투기가 돌아오지 못하고 추락했을 것이므로, 데이터를 수집할 때 반영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엔진이나 조종석 총탄을 맞은 곳은 이미 추락했기 때문에 데이터 조차 없다는 것이다.
돌아온 조종사들은 오히려 다른데 맞아서 생존한 것이라는 것이다.
뭘 말하고 싶냐고?
관찰 후 내린 결론은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서 꼰대가 되는 게 아니고,
너네가 접한 꼰대들은 애초에 꼰대 재능러이고 조직생활에서 포격을 견디며 훌륭하게 생존하여 너 머리 위에서 포탄을 떨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조직은 소위 꼰대라고 하는 사람들이 위로 올라가기 좋은 환경이다.
물론 이런 분위기도 바뀌곤 있다고 하지만.
# 개쿨 차장은 어디에
'신입 때 그 개쿨 차장은 지금은 어디에 있나?'
꼰대 얘기 나올 때면 문득 나 신입 때 떠오른 차장이 한 명 있다.
내가 신입 사원 때 사원/대리들 사이 인기 있었으며 모두 큰 행님으로 모시던 사람이었다.
기업 조직 문화가 거의 야인시대 였을 당시 굉장히 깨어있는 양반이었지.
'출근 시간은 딱 맞춰서 오면 되는거야, 뭔 30분 한 시간씩 일찍 와'
'정당한 야근 수당 주지 않고 하는 야근을 하면 안된다'
'퇴근시간 되면 눈치 보면서 앉아있지 말고 바로 가야 회사가 바뀐다'
'회사 100% 충성하지 말고 서로서로 윈윈해야 하는 관계이지 일방이 아니다, 여기 평생 직장아니니 자기 계발해야 한다'
뭐 등등 지금 생각하면 그냥 뭐 당연한 소리인데,
당시 워낙 직장 문화가 귀축마도의 세계여서 엄청 신선했다.
내 사수가 워낙 FM 전통파여서 속으로 '아 지금 사수 대신 저 양반 부사수 되고 싶네' 했었다.
게다가 나도 소위 말해 지금 꼰대 세대가 비꼬는 MZ 세대 행동 때문에 좀 찍힌 상태라,
이 양반이 좀 나를 측은지심으로 대해줬다.
뭐 당시에 사무실 이어폰, 출근퇴근할 때 인사 안 하기, 야근 안 하기, 회식 번개 참석 안 하기 등등 때문에...
지금 생각해도 내가 좀 개념이 없었다.
어쨌든 이런 개쿨 차장이 팀장이 되면 좀 분위기 좋아지겠는데 라고 생각을 했지만,
당연히 이런 양반이 조직 내에서 위로 올라가겠어?
매번 충돌이 일어나는데.
윗사람들은 대대손손 자기와 같은 타입의 사람들을 승진 시키고 다시 또 올리고 하지.
즉 조직에는 상당히 도움 되는 게 소위 사원/대리에게 꼰대로 보이는 사람들이거든.
꼰대와 대척점에 있는 개쿨 차장들은 조직 내에 올라가는 게 버겁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본인 조차 의지가 없다.
개쿨 양반들은 수직적인 문화가 진저리 나서 본인들이 어느 정도 시기가 되면 조직을 나가버려서,
개쿨 팀장, 부서장은 천연기념물이 되기 시작한다.
당장 외국계 회사에 가보면 국내 조직 문화 지긋지긋해서 이직한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그러다 보니 외국계는 대체로 수평적이고 웨스턴한 조직 문화가 장착되어 있다.
물론 조직에 부장, 부서장이 된 개쿨 양반들이 있다.
하.지.만.
이런 개쿨 부장들이 바로 밑에 있는 사람들로 개쿨 차장들을 뽑냐하면 그것도 아니다.
개쿨 부서장들이 굳이 개쿨 차장들을 찾아서 승진시키거나 그렇진 않는다.
자기 밑에 꼰대 유망주들이 있으면 솔직히 편하거든.
꼰대들이 완장 차고 돌아다니면 조직이 관리가 좀 되는 것 같고 뭔가 좀 체계적으로 돌아가거든.
막상 내 위가 꼰대면 상당히 피곤하지만,
아래에 꼰대가 있는 건?
그다지 싫지 않어.
그러다 보니 자연적으로 꼰대 중심적인 문화가 형성되는 거지.
#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꼰대는 계속 존재했지만,
꼰대를 대하는 젊은 세대는 달라졌다.
당연하다 시대에 맞게 적응하는 것이다.
사람은 가장 최적의 이익을 달성하는 방향으로 적응해 나간다.
그때나 지금이나 기성세대의 행동 패턴이 크게 달라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왜 당시에는 꼰대스러운 행동이 훨씬 용인이 되었을까.
최소한 지금처럼 칠색 팔색 하면서 밈이 되진 않았던 거 같다.
우선 꼰대의 정의를 보면,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일반화해 진리인 것처럼 남에게 강요하는 사람'
과거 많은 직장인들의 꿈은 임원이었다.
임원이라니 겨우 꿈이 그거야 하겠지만,
당시에는 스타트업, 유튜브, 인플루언서, 투자 대박 화이어 족 같은 성공 사례가 많이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쉽게 정보를 접할 수 없기에 굳이 목표나 꿈을 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 가장 최적의 목표는 임원일 것이다.
임원 정도면 당시 팔자를 고치긴 했다.
오케이 임원을 목표로 삼았다면,
본인이 속한 조직의 생리와 물리를 알아야 한다.
그걸 누가 알려줄 수 있지?
바로 꼰대다.
좁디 좁은 조직 세계에서는 꼰대의 경험과 지식이 일반화된 진리가 될 수도 있다.
게다가,
강요라고 느끼고 자시고 할 것 없이 워낙 상명하복 압력의 문화이기 때문에,
강요라는 생각보다는 당연한 일 정도였지.
그런데 세상이 변했어.
뭔가 사회적인 인식 변화도 있었겠지만 나는 그냥 꼰대라고 불리던 사람들의 말을 듣는 게 전혀 이익이 없는 시대가 된 거지.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일반화해 진리인 것 처럼 남에게 강요하는 것'에 대한 것이 그다지 내 이익과 연결이 안되기 시작한 것이다.
우선,
예전에 여러 가지 정보들이 이런 술자리나 사수-부사 같은 도제식으로 전달되는 경우가 많았다.
짜증 나도 이 양반 비위 맞춰줘야 내가 전문 지식을 얻거나 그러거든.
근데 요새는 정보가 흐르는 길이 많잖아,
유튜브에 너무너무 좋은 양질의 정보를 받을 방법이 넘친다.
나 같은 꼰대들과 저녁 자리를 굳이 가져가지 않아도 좋은 얘기, 정보들이 넘쳐난다.
내가 가진 '경험과 지식'은 일천하고 일반화 될 수도 없는 것들이 되는데,
그걸 시간 내서 들어주고 싶지 않은 것이다.
둘째,
그다지 도움이 안된다.
예전엔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나올 수 있었다.
하다 못해 꼰대 말 잘 들어서 회사에 오래 붙어있어도 좋은 거고 말이다.
여기가 평생 직장 난 임원이 될 거야 목표로 가진 신입사원들이 있나?
나 부터 그런 생각 하지 않는데 그런 생각을 할까?
아마 임원은 그냥 저냥 부장 정도 되고 어랏 나도 임원 할 수 있는 직책이 되었을 때,
'어떻게 안되려나' 생각이 들기 시작할 것 같다.
그런데 이제 그게 그다지 가치 있는 일이 아니다.
조직 내 꼰대 말을 듣고 얻는 이익이 점점 미미해진 거다.
우리의 꿈이 조직 내에 오래 있고 승승장구 하는 게 아니잖아?
그러니 꼰대의 말에 대한 가치는 한 없이 떨어지는 거지.
이건 뭔 세대 문제, 나이 문제 그런 개념과 다른 것 같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그냥 3시간이고 잔소리 들을 거야.
일론 머스크나 이재용이 성공하려면 하루에 양치질 3번 하고 술 마실 때 첫 잔은 꼭 원샷 해야 하며...
라고 얘기해도 받아 적는 사람 많은 걸.
뭔 이상한 소리를 해도 듣잖아.
나에게 도움이 될 확률이 높고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니,
뭔 개소리를 해도 듣는다.
# 도움이 되거나 엿을 먹이거나
또 다른 예로는,
내가 예전에 좀 잘 본다는 사주하는 곳을 갔었거든.
뭐 사주 보는 양반이 회사 다니다가 사주 공부해서 시작했는데 뭐 잘 되는 것 같더라고.
그 분이랑 사주 다 보고 어쩌다 사주 하게 되었냐 하면서,
만족하시냐 했더니.
그분 얘기가 좀 흥미로웠다.
옛날에 자기가 같은 사람이 그냥 젊은 사람들한테 이런 저런 얘기하면 잔소리라 여기고 싫어했는데,
자기가 사주팔자 공부하여 점을 보니까,
비슷한 얘기라도 젊은 친구들이 눈 반짝이며 듣는다며,
누군가 자기 얘기를 귀 담아 듣고 들으려 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보람이라는 거야.
그니까,
사주팔자에서 해야 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이 결국 별거 없거든,
점쟁이가 얘기하는 걸 듣고 '아놔! 이 꼰대가 잔소리 겁나 많으세요!'하진 않잖아.
잔소리 듣기 싫었지만 윗세대는 얌전히 듣긴 했어.
그들이 뭐 성향이 달라서 그랬나.
그 시절에는 윗사람이 내 앞길에 고춧가루 뿌릴 수 있으니 들었지.
회사 외에 다른 길도 딱히 없던 시절,
이 양반이 고춧가루 뿌릴 수 있다고 하니 얌전히 말 들었지.
얌전히 출근 시간 30분 전에 나오고 일 없어도 야근하고 그랬지.
사실 이제는 공포도 없잖아.
부장들이 그런 짓 하다가는 잘못하면 나락 가는 조직 문화지 뭐.
좋긴 좋아.
예전에 여직원 들하테 개뻘짓 한 인간들이 확실히 줄긴 했다.
여하튼,
지금은 세상 좋아져서 저 양반이 나를 어떻게 좆 되게 할 수 없으니,
다 그냥 잔소리라 생각하고 무시할 수 있지.
성질 더러운데 저 양반이 평가에 따라 3개월 후에 내가 정직원이 될 수 있다가 결정되면?
뭐 그지 같은 멘토가 되는거지 뭐.
결국 이익도 없고 손해도 줄 수 없는 존재들이 되면서 꼰대가 되는거고,
하다 못해 공포의 대상 조차 못되니 경멸의 대상이 되는 거 같다.
그러니,
내가 꼰대다 그러면 굳이 꼰대 탈출을 위한 그럴싸한 행동 양식이나 조언들 들을 필요 없어.
그냥 꼰대의 잔소리가 가성비 혹은 투자 대비 수익이 나면 알아서 꼰대라고 안 해.
그러니까,
꼰대 판별 척도는 너의 잔소리 대비 얼마나 나에게 도움이 되냐거든.
그러면 꼰대가 안되려면 세 가지 중 하나다.
(1) 잔소리를 전혀 하지 않고 무색무취하게 살거나
(2) 젊은 세대에게 압도적인 이익을 줄 수 있거나, 예를 들어, 급등할 주식이라도 족집게 처럼 맞춰봐라, 애들이 와서 회식하시죠 하지
(3) 그것도 아니면 너 잔소리 안 들었을 때 치명적인 불이익을 줄 수 있거나, 꼰대가 될바에는 빌런이 되는거지 뭐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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