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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파고에게 바라는 것, 번역기 오류가 살인 참극
    일반 정보 2024. 1. 19. 08:56
     
     

    #번역기 오류 살인 참극

    파파고 때문에?

    뉴스 제목에 번역기 오류 살인이라고?

    ‘누나→아가씨’ 오역에 “아가씨를 왜 찾느냐” 격분

    인근 마트서 흉기 구입 후 잔혹하게 살해

    .

    전북 정읍의 한 주차장에서 벌어진 살인 참극이 중국인과 한국인이 사용한 휴대전화 앱 번역기 오류가 빚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다.

    .

    A씨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앱에 중국어로 “오늘 재미있었으니 다음에도 누나(B씨)랑 같이 놀자”고 했다. 하지만 앱 번역기는 “우리 다음에 아가씨랑 같이 놀자”라고 ‘누나’를 ‘아가씨’로 오역했다.

    아가씨를 노래방 접대부로 오인한 C씨는 “왜 아가씨를 찾냐. 나는 아내가 있다”며 A씨에게 욕설을 했다. 이에 격분한 A씨 역시 욕설로 응수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이 과정에서 C씨에게 주먹으로 얼굴을 맞았다.

    A씨는 평소 질투했던 C씨에게 폭행 당했다는 수치심과 모욕감에 분을 삭이지 못했다. 그는 인근 마트에서 흉기를 구입한 뒤 몇 시간 뒤 홀로 귀가하는 C씨를 주차장으로 유인했다. A씨는 마주한 상황에서도 C씨가 미안함을 표하지 않자 C씨의 목과 복구 등을 13차례 흉기로 찔렀다

    결국 치정에 의한 살인이긴 한데,

    화약 더미에 불을 붙인 것은 번역기 오류이긴 하구나.

    예전이라면 그냥 지나갈 뉴스이긴 한데,

    내가 워낙 피곤한 외국계에 있다 보니 번역기, 파파고 때문에 생긴 일화들이 있어 눈여겨 보게 된다.

    # 파파고, 아 애증의 파파고

     

    파파고 나의 사랑,

    하지만 어디 떳떳하게 보이며 쓰기 힘든 불륜 같은이다.

    한국 기업에서 외국 업무를 할 때는 영어 때문에 불편한 일은 없었었다.

    그런데,

    이건 뭐 아직 흥선대원군이 스치지도 않은 완전 외국 회사에 다니니 상황이 다르다.

    내가 보고할 사람은 몽땅 외국인이다.

    고급진 영어를 써야한다는 압박이 오기 시작한다.

    일상적인 회의자료라든지, 이메일이든지 이런 거야 문제없다.

    한국어로도 본부장, 임원한테 보고서 한 장 쓸 때 빨간 펜 선생님까지 모셔야할 정도로 골치인데.

    이걸 영어로?

    게다 내 보스는 말하는 거 좋아하고 유머 치기를 좋아하는 완전 네이티브다.

    괴롭다.

    이 양반은 영어 수준이 일정 이하면 굉장히 프레인한 영어로 하는데,

    조금 할 줄 안다고 느끼면 비유, 유머 마구 섞어 쓰기 시작해서 진짜 괴롭다.

    이런 양반한테 보고서를 써야하니.

    에너지가 어마어마하게 소모된다.

    작문 에너지를 쏟는 괴로움 속에 파파고.

    파파고는 내 사랑이다.

    근데 난 대놓고 쓰기가 애매할 때가 있다.

    어정쩡하게 영어를 잘하는 것 같은 이미지 때문이다.

    내 상황은 이렇다.

    고객은 어쨌든 몽땅 한국인이고,

    프로젝트 관계자는 대부분 외국인이다 보니,

    미팅이나 발표 때 거진 내가 한영 섞어서 진행을 한다.

    물론 워낙 거대한 프로젝트다 보니 전문 동시통역사가 있다.

    동통사! 동통사!

    명품으로 하면 에르메스라고 할 수 있지.

    우아하고 고급진 파티장에 에르메스를 들고 가야 가오가 서듯,

    민감하고 중요한 회의는 영어계의 에르메스든 루이비통이든 들어간다,

    하지만,

    에르메스 등판하기엔 과한감이 있는 회의,

    보테가 베네타 혹은 구찌 정도 레벨 회의에서는 내가 들어가서 애쓰면서 깔짝거린다.

    문제는 말하는 걸로는 보테카 베네타 흉내를 내는데,

    쓰기 영역으로 가면 내 능력이 떨어진다.

    영어 보고서는 워낙 높은 양반들에게 보내야 하다 보니 영작문 수준이 최소 샤넬 정도 들고 가야 하는 게 나의 고민이다.

    이런 보고서는 토익이 만점이고 나발이고 문제가 아니다.

    영어는 당연히 퍼펙트해야 하고 비유, 묘사 온갖 것 하면서 설득하고 변명하고 그래야는 어나더 레벨이 되어야하거든.

    근데,

    코치가 토익 950 정도라고 한다면,

    내 영어 보고서 능력은 톰브라운 정도?

    그것도 글로벌 느낌 톰브라운가 아닌...

    한국형 톰브라운.

    나의 작문 퀄러티는 매우 한국형 톰브라운이다.

     

    이런 톰브라운이라고 합시다.

    나는 공식 보고서나 굉장히 정치적인 메시지를 써야 할일 많은데,

    한 번 시작하면 영어 에너지가 고갈 직전까지 간다.

    워낙 하루에 최소 2~3시간 이상 회의를 진행해야 하고,

    영어 이메일은 보통 기본 10통 이상 쓰는지라,

    파파고 없인 힘들다.

    그래서 파파고를 쓰면?

    '와, 노모씨도 파파고 쓰세요?'라고 의아해하면 묻는다.

    맛집에서 미원 쓰다 걸린 기분이랄까.

    나도 가오 챙긴다고 '엣헴, 파파고라니요!, 엣헴' 하면서 창을 닫는다.

    하씨...이게 아닌다.

    다른 사람에게 떳떳하게 파파고에 대한 애정을 못 들어낸다.

    파파고야 고맙다 너 덕분에 이 험난한 프로젝트 버틸 수 있었던거 같어.

    #파파고에는 꼭

    파파고에 꼭 넣었으면 하는 기능이 있다.

    '정중한 표현으로 번역하기' 모드.

    내가 초안으로 파파고로 문장 깔고 시작한 후,

    뭘 고치냐면,

    우리로 따지면 존댓말 같은 거라고 할 수 있는 Polite English 부분이다

    예를 들어 이런 거,

     

    파파고가 격식 차린 표현에 약한 부분이 있다.

    그리고 파파고 때문에 위에 처럼 살인은 아니지만,

    피곤한 오해들이 참 많이 생긴다.

    한국사람과 일하는 외국 애들은 문제가 생기거나 힘든 게 있으면 나한테 온다.

    특히 외국 애들이 일하다가 감정 상하는 경우들이 있어 면담을 요청한다.

    '헤이 노모맨! 아, 일하기 힘들다. 나는 최선을 다하는데 왜 그렇게 공격적으로 말하냐'

    '왜 코리안 불반도 조선인들은 윽박지르듯 대하냐'

    '왜 김치맨들은 나한테 이렇게 말하냐' 같은 얘기들을 듣는다.

    처음엔 아 왜 그럴까 했는데,

    나중에 이 친구들이 메일을 딱 보내주는 거야 '봐, 나한테 이렇게 말하더라'.

    근데 그 메일을 쓴 한국 분들은 화가 난 게 전혀 아니더라고.

    뭐지?

    근데 메일 내용은 다소 공격적인 부분이 있기도 한 거지.

    이상하다 그 김치맨 양반이 그렇게 공격적인 양반이 아닌데.

    나중에 보니 파파고 과정 중에 생긴 일이더라고.

    아무리 존댓말로 한글을 써봐야 파파고는 please를 자동으로 붙여주진 않거든.

    그러다 보니 서로 오해가 생겨.

    난 외국 애들한테 이런 걸 매번 얘기하고 시작한다.

    혹시라도 그런 이상하게 무례한 느낌의 메일을 받을 수 있는데,

    한영 번역기를 쓰는 과정에서 생기는 오류니까 감안해달라고.

    사실 이건 굉장히 비즈니스에서 리스키 한 부분이다.

    예전에 내 보스는 '음, 내가 그래도 아시아 대표인데 나한테 이렇게 얘기해도 되는 거냐, 굉장히 무례하다고 생각되지만 내가 참겠다' 같은 식으로 말한 적도 있다.

    차라리 영어 내용이 좀 오역이 있으면 서로 확인을 하는데,

    무례한 듯한 어투로 오해하면 서로 피곤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든 생각이다.

    파파고에 '정중 모드'를 설정할 수 있는 옵션이 있으면 어떨까 싶었다.

    물론 아직 AI의 데이터가 충분치 않겠지만,

    비즈니스 격식 모드가 굉장히 잘 작동하면,

    내 생각엔 일부 유료라도 충분히 돈 낼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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