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천재의 엔팁 - ENTP, MBTI가 또 유행이구나 1편일반 정보 2024. 1. 28. 01:09
# 돌고 도는 MBTI
몇 달 전부터 카톡 단체 방에 MBTI가 관련 자료들이 돈다.
유행은 돌고 도는 건가.
내가 처음 MBTI를 알게 된 게 언제였더라.
분석심리학 논문을 한참 쓰던 여자 후배가 실험용 모르모트가 필요했는지,
나에게 두꺼운 검사지를 하나 쓰윽 들이밀었다.
'이것 좀 해주세요. 샘플이 더 필요하단 말이야'
MBTI 검사지였다.
오케이 하고 후두둑 후두둑 풀었고,
후배는 휘리릭 채점을 했더라고.
결과를 빤히 보고 있더니,
나를 다시 한번 보며 '역시...'
그런 그 표정과 억양이 미묘하더라고.
그리고 '오빠 ENTP네요'
ENTP에 대한 설명을 줄줄이 읽어봤었지.
근데 특징들이 대부분 다 포함된 거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성격적인 단점란을 읽다가 좀 놀란 점이 많았다.
우선 내 스스로 껄끄러우니 일부러 추상적인 용어로 인지하던 내 단점들이,
명료한 글자로 적혀있으니 당황스러웠다.
흉물스러운 아저씨 바바리맨 본 불쾌함이랄까.
그다음으로는 내 단점은 내 고유한 결에서 나온 것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성격유형에 디테일하게 나오니 좀 놀랍긴 하더라.
어랏 하는 마음에 다른 성격유형들을 읽어보니 진짜 나랑 너무 다른 사람들인 거야.
나랑 정반대인 ISFJ 유형에 대해 읽다 보면 거의 맞는 게 없어서 놀라울 정도였다.
정말로 사람들 성격이 이렇게 다르단 말인가 솔직히 잘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물론 난 사람의 성격이 다르다고 생각했지만,
그 절대적 차이라는 게 서로 딴 세상 사람 정도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뭐랄까.
동물로 비유하면,
팬더곰과 북극곰 그리고 불곰 정도의 종 간 차이가 있고,
물론 개 중에는 너구리, 여우 정도로 좀 더 크게 차이는 있겠지.
그런데,
MBTI 유형을 보면 이건 뭐,
팬더곰과 송골매, 오리너구리, 상어 정도의 종 간 차이를 보이더라고.
호오,
놀랍구나 놀라워.
당시 스스로에 대해 메타인지를 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그리고 시작된 자아비판의 시간.
# 몰랐어 피곤해 하는 줄
ENTP의 특징 중 하나로 나오는 것이,
"뜨거운 논쟁을 즐기는 변론가"이다.
성격유형 : “뜨거운 논쟁을 즐기는 변론가”
변론가형 사람은 단순히 재미를 이유로 비판을 일삼습니다. 아마도 이들보다 논쟁이나 정신적 고문을 즐기는 성격 유형은 없을 것입니다.
.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변론가형 사람은 고집스러우리만치 솔직하기도 하지만 이들이 믿고 관철하는 사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입장에서 진실 규명을 위해 지칠 줄 모르고 논쟁을 벌인다는 점입니다.
.
끊임없이 진리와 지식을 좇는 변론가형 사람들에게 있어 공격과 방어를 통해 타인의 생각이나 이념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며 해답을 찾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 것입니다.
과거의 나는 그냥 이 논쟁이나 토론에 이기고 지는 것보다 과정 자체에 엄청 재미를 가졌었는데,
어떤 유형에게는 이 과정 자체가 상당히 불쾌한 경험이거나,
좀 공격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그렇게 인지하지 못했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이런 얘기들을 들었었던 거지.
"더 얘기하자면 길어지니 이제 그만하자"
그 과정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었던 데 나만 신나서 떠든 것이었고,
"이것에 대해 논쟁하자는 건 아니고..."
엇,
논쟁하려고 하는 게 아니었고 나는 지금 브레인스토밍한다고 생각했는데?
"어, 니말이 맞아, 맞는다고 하자, 됐지?"
사실 이런 말은 굉장히 모욕적으로 받아들였었다.
엥?
뭐야 내가 너 이겨보겠다고 말하고 있는 건가?
그냥 대충 네가 이겼어 뉘앙스는 오히려 되게 무시당한 느낌이라 언짢은 적이 있었다.
오히려 완전 100% 납득하며 내가 패배하는 상황이면,
오히려 졌잘싸하며 리스펙트하고 그랬는데 말이다.
여튼,
학창 시절 MBTI 덕분에 이런 부분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게 되면서,
딱히 논쟁 자체를 스포츠처럼 즐기는 일을 만들지 않으려고 했다.
그래서 오히려 사회 나와서 나이 먹고 만난 사람과는 그런 일이 없는데,
가족,
중고딩 동창,
혹은 친하게 느껴져서 내 스스로 방심하면,
특히 술 마시면,
-술자리에서 팀장님이 오늘 봉인 풀렸구먼 소리 나오면 이제는 조심해야 함-
나도 모르게 집요하게 약장수 모드가 되는 것 같다.
사실 조심 또 조심하는 이유 중 하나는,
사실 아래와 같은 상황 때문이다.
간혹 다른 사람의 신경을 건드리기도 하는데 가령 예를 들어 미팅 시 상사의 제안에 대놓고 의구심을 표한다든지,
혹 가족이나 친구가 하는 말에 조목조목 따지는 등과 같은 경우입니다.
이들의 굽힐 줄 모르는 솔직함이 한 몫 더 거들기도 하는데, 이들 성향 자체가 말을 예쁘게 순화시켜 하지도 않거니와,
타인에게 세심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비추어지는 것에 전혀 개의치 않아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상사의 제안에 대놓고 의구심은 조심해야지.
비슷한 사고와 성향을 가진 사람과는 별 탈 없이 잘 어울립니다. 하지만 마찰을 원치 않는 예민한 성격의 사람이나 다양한 성격의 사람이 한데 어울려 사는 우리 사회는 일반적으로 사람들 간의 배려나 조화를 중요시 여깁니다.
개인적으로 20대 말에 여자 후배가 검사를 해주고 '흐음, 역시...'라는 피드백이 정말 고맙다.
어찌 보면 은인이다.
덕분에 완벽하진 않지만 사회 초년생 때부터 갈등 요소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아우,
정말 모르고 살았으면 회사에서 나도 모르게 엄청 적들 많이 만들었을 듯하다.
지금도 나도 모르게 살포시 튀어나왔다가 정신 차리고 봉인하고 있지만 말이다.
.
.
.
.
.
.
'일반 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달러, 고개 숙인 달러를 구경하는 사람의 감상기 (0) 2024.01.28 딸천재의 운동 - 운동을 다시 좀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0) 2024.01.28 딸천재의 엔팁 - ENTP가 늙으면서 생각하는 MBTI 2편 (0) 2024.01.28 딸천재의 성격 - ENTP는 사람 말을 귓 등으로 듣지요 - 3편 (0) 2024.01.28 딸천재의 결혼 - ENTP의 나머지 반쪽을 바라보는 모험 - 4편 (1) 2024.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