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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딸천재의 유툽 - 05년생 임산부 브이로그를 보며
    일반 정보 2024. 1. 20. 02:43
     
     

    # 임산부 브이로그

    갑자기 여기저기 게시판에서,

    05년생 임산부 브이로그 캡처 사진과 댓글이 올라오네.

    미성년 임산부라는 게 논란은 아니었던 거 같고,

    영상에 달린 베플에 대에 대해 뭔 오지랖이냐 현실적인 얘기 다로 격렬한 찬반으로 논란이 되며 여기저기 나오는 거 같다.

     

    이에 대한 사람들의 댓글을 쭉 읽어보게 된다.

    그런데 내 눈에는 두 분류로 나뉘는 것도,

    출산, 육아의 어려움을 과소평가,

    출산 육아의 어려움을 과대평가?

    과소평가했다고 뭔가 경험 부족하거나 미숙해서 그렇게 생각한다는 게 아니며,

    과대평가라는 뜻이 괜히 죽는소리 하는 게 아니다.

    아마 출산, 육아 전쟁을 치렀냐 안 치렀냐 차이에서 올 수 있을 것 같다.

    나 역시 과대평가하는 사람일 것이다.

    이미 육아를 해봤지만,

    -그것도 와이프에 비하면 제대로 한 것도 아닐 터-

    지금 한 명 더 태어나서 육아하라고 하면,

    음, 정말 정말 자신 없다.

    상상만 해도 갑자기 갈비뼈부터 조여오며 목까지 숨이 막힌다.

    예전에 지인분께서,

    늦둥이를 가졌다는 소식을 듣고,

    좋아하면서 엄청나게 스트레스 받으며 끊었던 담배를 피우는 것 봤다.

    당시 난 아이가 없었던 터라,

    아이 한 명이 더 생기면 축복이지 저렇게까지 눈에 띄게 괴로워하지 했었다.

    더군다나 육아하는 데 돈 걱정 안 하실 위치에 계신 분인데 말이다.

    그런데 내가 한 명 키워보니 알겠다.

    생각만 해도 한숨부터 나온다.

    # 과소평가했던

    내가 어렸을 때,

    물론 미성년은 아니었지만 주변에 비슷한 상황에 있는 지인이 있었다.

    지인이지만 직접 상황을 들은 건 아니고 간접적으로 상황을 들었다.

    전반적인 얘기를 듣고 당시 가장 놀랐던 상황은,

    그 지인 부모들이 강력하게 병원을 권유했다는 점이었다.

    당시 내 생각은,

    젊은 나이에 당연히 애 엄마, 애 아빠 되는 게 부담일 테니,

    보통 당사자들이 병원에 가려고 하고,

    그 부모들은 오히려 아이를 낳는 것을 지지하지 않았까라는 편견이 있었나 보다.

    당시에,

    와 그래도 부모인데 어떻게 병원에 당장 가라고 할 수 있지?

    아니 당사자들이 결정할 일이고,

    그 결정을 책임지면 되는 건데.

    어떻게 부모들이 그런 선택을 강요할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지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서 길러보니 이제는 그 마음을 절절히 알겠다.

    아 내가 그때는 출산 육아를 정말 과소평가했던 것이었다.

    육아는 정말 힘들긴 하다.

    왜 생명이 진화상 자기 자식을 위해 목숨 던지게 디자인인 되었는지 십분 이해가 가게 되었다.

    그 정도로 설계가 되어야 감당 가능한 일인가 싶기도 하고 말이다.

    # 반응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저 베스트 댓글의 의도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들이다.

    오지랖이냐,

    조언이냐,

    저주냐,

    꼰대냐,

    지 인생 이상하게 되었다고 남에게 저주하냐 등등 반응이 다양하네.

    내 생각에는 의견이 많이 갈리는 부분이 육아를 해봤냐 안 해봤냐의 차이가 가장 클 것 같다.

    이건 꼰대냐 아니냐,

    오지랖이냐 아니냐 차이와 또 다를 것 같다.

    그냥 그 육아할 때의 굉장히 복잡 다감한 감정의 힘듦을 겪어 봤느냐 못 겪어봤느냐 차이 같다.

    이게 진짜 설명하기 참 힘든 부분이다.

    정말 힘들다.

    너무 힘들면서 너무 행복하기 때문에 아이러니하게 더 힘들다.

    그냥 힘들면 차라리 군대 훈련 마냥 악쓰며 '끄아아아!' 극복하면 되는데.

    너무 힘들지만 또 아이는 너무 소중하기에,

    그 힘든 것으로 인한 영향을 아이에게는 안 가게 해야 한다.

    또 너무나 소중하기에 오히려 너무 심리적으로 힘들다.

    아마 당신이 주말에 복권에 당첨되었는데 월요일 은행 문 열 때까지의 심정으로 아이를 보게 된다.

    밤에 자다가 아이가 숨을 잘 쉬는지 확인하기 위해 몇 번이나 일어나서 확인한다.

    세상에서 가장 값진 게 나에게 있으니,

    온 세상이 다 위험해 보이는다.

    그냥 일이 안 풀려서 한없이 정신적으로 힘든 것보다,

    너무나 소중한 것이 있기에 정신적으로 힘든 아이러니한 정신적 힘듦을 경험을 하게 된다.

    이건 육아가 아니면 경험하기 힘들 것 같다.

    일단,

    소중한 것을 위해 정말 아무런 망설임 없이 목숨을 더질 수 있게 하는 게 아이 말고 뭐가 있을까?

    여하튼,

    다시 베스트 댓글 얘기를 하자면.

    나는 딱히 참견하진 않을 것 같고 아니면 그냥 잘 되었으면 좋겠다고 형식적으로 말할 것 같다.

    왜냐하면 나는 이 친구들을 모르고 내 지인도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위선적으로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얘기만 해줄 것 같다.

    그리고 이미 결정한 일이니 말이다.

    하지만,

    저 베스트 댓글을 단 사람이 오지랖, 꼰대질, 저주라고는 생각지도 않는다.

    이미 낳기로 결정한 사람에게는 타이밍이 맞지 않는 조언일 수도 있겠지만,

    진심으로 걱정하여 뭐라도 얘기해 주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만약,

    내 가족이나 정말 가까운 지인이면 오히려 저 베스트 댓글 같은 얘기를 꺼낼 것 같다.

    오히려 좀 더 강한 어조로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단지 미성년 엄마, 아빠 인생 때문이 아니다.

    고생해서 걱정돼서 가 아니다.

    양가 지원과 돈이 있으면야 당연히 육아가 수월해지긴 한다.

    돈이 육아를 편하게 한다기 보다,

    육아하면서 하는 돈 걱정을 안 함으로써 육아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일 터.

    단지 아이 낳아서 기를 준비라고 하는 것은,

    지금 와서 보면 어떤 대단한 각오가 아닌,

    내가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는 준비가 되었느냐 안 되었느냐 문제인 것 같다.

    사람들 안 만나고, 안 놀고, 하고 싶은 거 하나도 안 해도 난 괜찮을 수 있을지 등등.

    그나마 나이를 먹으면 하고 싶은 것들이 좀 시들시들해지고,

    뭐 친구들 좀 안 만나도 괜찮고,

    주말에 하루 종일 집에만 있어도 괜찮고,

    내 취미 취향 사라져도 괜찮고,

    따뜻한 햇살이 드는 일요일 오후에 널브러지지 않아도 괜찮고 등등 말이다.

    이렇게 해도,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극한까지 가는 와중에,

    내 모든 욕망과 욕구를 다 누르기 위해 또 에너지를 쏟아야 하느니.

    뭐,

    난 인제 격렬한 육아 1차 전쟁을 무사히 마치고,

    사춘기가 오기 전까지 잠깐 휴전 상태다.

    조만간 다시 사춘기 대전쟁이 발발하면 에휴...

    굿 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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