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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조작 사건을 보며 - 다우데이타, 대성홀딩스, 서울가스 등일반 정보 2024. 1. 17. 03:50
# 가치주이긴 하지
주가조작 사건.
당연 금융인 단체 챗방은 도배되어 있을 것이다.
키움회장, 임창정, 락회장, 조조클럽 그냥 버라이어티하거든.
특히 기존 주가조작과 다른 새로운 형태이다.
기존 뭐가 다르냐고,
거래량이 적은 주식들을 최대 1%씩 사고팔아 시세를 조정하는 수법이다.
이건 시세 조작 패턴인데,
3년 동안.
단기도 아니고 3년이다.
이건 뭐 장투, 가치 투자한 거 아닌가 싶을 정도다.
왜냐하면,
실제로 가치주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을 만한 주식들이 대상이었다.
보통 잡주 가지고 하거든.
유통주식 비율이 50% 이하고, 신용융자를 통한 거래를 할 수 있는 주식을 타깃으로 했다.
개별 기업별로 보면, 선광의 유동주식 비율은 38.3%, 대성홀딩스는 27.2%, 서울가스는 24.1% 수준이다. 삼천리도 45.3%로 50%를 넘지 않고, 다우데이타도 32.9%였다. 하림지주도 35%에 머문다. 세방의 경우는 50.5%로 절반을 겨우 넘겼다. 다올투자증권은 유일하게 유동주식 비율이 71%로 평균을 넘는다.
세방, 서울가스, 삼천리, 대성홀딩스!
펌핑 전에도 가치 투자자들이 좋아하는 자산주였다.
즉, 자산 가치 대비 주가가 낮은 일종의 가치주들이긴 하다.
3년간 가치 투자자들의 관심 종목을 가지고 장난질 치다 보니,
걸리지 않았었나 보다.
정말 건실한 가치주 투자자들도 상당히 피해봤을 것 같다.
본인의 투자 철학이 맞아왔다고 생각했을 텐데 더티 한 시세 조작이었을 줄이야.
금융 바닥 종사자들도 갸우뚱했다.
'서울가스, 삼천리가 이렇게까지 오를 주식들인가?'
주가 급락에도 시가총액이 1조원이 넘는 서울가스, 대성홀딩스 등 도시가스 관련주는 하한가를 몇 번 더 맞아도 주가가 과열 상태라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온다. 같은 도시가스업을 하면서 매출 규모가 비슷한 인천도시가스와 경동도시가스 시총이 1100억~120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주가 조작으로 연결한 사람은 있었을까?
그냥 '아! 개인 투자자들이 가치주라고 너무 과하게 믿고 투자해서 과열되었나 보다' 정도.
소량으로 거래해서 레이더에도 걸리지 않은 것 같다.
3년이었으면 웬만하면 좁디좁은 증권가 바닥에 지라시라도 돌 법했는데,
기억에 남을 만한 소문도 없었던 거 같다.
# 연기금? MSCI?
해당 종목들은 연기금도 물려있다.
삼천리는 최근 1년간 1045억원의 기관 순매수가 들어왔는데, 이 중 연기금이 359억원을 차지했다. 서울가스도 기관 순매수액 1258억원 가운데 468억원, 대성홀딩스는 548억원 중 528억원이 연기금 자금이었다.
연기금 위탁 운용 펀드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이 뉴스를 보면,
"아니 이 새끼들 약 빨더구먼 주가조작에도 물렸냐" 할 수 있다.
그러나 위탁 운용 펀드는 벤치마크 수익률을 맞추기가 위해 삼천리, 서울가스, 대성홀딩스를 기계적으로 매수해야 한다.
주가 조작하는 애들이 이것까지 당연히 알았을 것 같은데,
자산운용업계 일각에선 주가조작 세력이 연기금 자금 위탁운용 방식의 허점을 노렸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 세력이 도시가스주를 시가총액 2조원 이상으로 만들어 MSCI지수에 편입시킨 다음 인덱스펀드에 물량을 떠넘기면서 탈출하려고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MSCI 지수 편입이라...
이렇게 큰 그림을 그리고 주가 조작을 한다고?
누가 진행시켰는지 모르겠으나,
금융시장과 제도 곳곳의 허점과 디테일을 알고 있는 흔적들이 많다.
통상 지수 편입 추정 요건은 시가 총액 약 2조 원에 유동 시가총액 1조 원 정도이다.
심사를 거쳐서 MSCI 한국 스탠더드(Korea Standart)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등 패시브 펀드에 편입한다.
물론 MSCI는 지수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위해 2021년부터 단기 급등 종목은 편입 종목에서 제외하는 규정을 신설되었는데,
3년 동안 차분히 올린 거라면 뭐 아예 가능성 없는 건 아니었을 것 같다.
# CFD
투자자들이 대량 손실을 넘어서 빚까지 진 이유는,
CFD 차액 결제거래로 매매했기 때문이다.
일종의 장외파생상품이다.
여기서 장외파생상품이라고 붙이면 무서운 속성 하나가 붙는다.
원금 초과 손실이 가능해진다.
무슨 의미냐고?
일반 주식은 그냥 '아씨 주식 깡통 찼다 한강 가야겠다' 정도라면,
장외 파생은 단순히 깡통 차는 것을 넘어서 있는 돈도 뱉어내야 한다.
CFD는 삼성전자를 보유하지 않아도,
삼성전자를 마치 보유했을 때의 이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이라고 보면 되다.
CFD는 총수익스와프(TRS)거래의 한 종류다. 정해진 증거금만 납부하면 실제 투자자산을 보유하지 않고도 차익만 정산해 수익을 실현할 수 있다. 증거금률(거래대금에 대한 보증금의 비율)을 40% 이상으로 유지하면 최고 2.5배 레버리지를 일으켜 투자 가능하다. 예를 들어 증거금이 1억원이라면 2억5000억원어치 주식을 매매할 수 있다.
원금 초과 손실이 발생하는 이유는 레버리지 때문이다.
레버리지가 없다면,
1억 원으로 주식 샀고 삼성전자가 0원이 되면 그냥 1억 원이 없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레버리지가 있다면,
1억 가지고 마치 2.5억 원어치 삼성전자를 산 효과를 준다.
2.5억 원어치 가지고 있는데 작살 나서 0원이 되었어.
2.5억 손실이잖아,
그런데 난 1억 현금을 가지고 있단 말이야.
그냥 단순히 생각해도 손실 난 1.5억은 조상님이 보태주진 않을 거 아냐.
네가 내야 하는 거지.
그래서 원금 초과 손실이 생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나오는 인증 샷들 보면 살벌하다.
현재 최대 2.5배인데,
2022년 뉴스 기사를 한 번 보면 금융당국의 판단이 상당히 좋았다.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가 시장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금융당국은 지난해 10월부터 최저 증거금률을 40%로 높이는 행정지도를 시행했다. 신용공여와 동일하게 레버리지를 최대 2.5배까지만 일으킬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전까지 최저 증거금율은 10%였다. 최대 10배까지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었던 셈이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규제가 시장의 유동성을 떨어뜨린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올 들어 5월까지 전체 증권사 CFD 거래 금액은 12조8172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한 해 70조702억원에 달했던 CFD 거래 금액은 증거금률 인상 이후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다.
당시 금융당국의 규제는 시장의 유동성을 떨어뜨린다는 반론도 있었다.
증권사 입장에서 CFD 거래 수수료로 버는 돈이 짭짤했으니 그렇다.
놔뒀으면 지금보다 4배는 더 나빴을 것이다.
금융권 종사자 입장에서는 금융당국의 규제가 못마땅하긴 한데,
이럴 때 보면 또 있어야겠구나 생각이 드네.
여하튼 저 빚.
개인이 못 갚으면 개인 파산 절차에 들어가고,
투자자들이 CFD와 신용거래에서 발생한 빚을 갚지 못한 최종 손실은 증권사가 그 부담을 떠안게 되거든.
미수채권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주식을 몰빵 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증권사들도 이런 미수채권 처리는 익숙할 것이다.
단지 전세 대란과 겹쳐서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하다.
통상 부동산 쪽 자금이 주식으로 가는 형태가 많은데,
지금 전세 대란이라는 것은 결국 부동산 시장 돈이 없어서 난리인지라.
# 그냥 확인하면 되는데 뭐
내 주변에 이런 형태의 정체불명의 투자처에 투자하겠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친척들 중에서도 말이다.
아이러니한 게 자본시장 한복판에 있었기에 물어보는 데,
하지 말라도 나를 오히려 설득하고 있더라고.
즉 나한테 '투자할만하네' 동의 듣고 싶은 거지.
그런데 내가 할 리가 없잖아 말이 안 되는 투자가 많거든.
무슨 가상화폐도 해서 뭔 이상한 리딩방.
어차피 내가 얘기해도 이미 본인들이 마음먹었기에 설득엔 한계가 있어서,
나는 그냥 몇 가지만 제발 확인하라고 한다.
첫째, 제도권 금융회사인지 확인.
당연히 아니겠지.
둘째, 투자 계약 내용을 확인.
당연히 없다고 하지 그냥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이 비법을 알았기에 알려줄 수 없고 블라블라블라.
셋째, 돈 처넣었으면 제발 매매 내역을 수시로 좀 확인.
아니 그냥 그 계좌가 있는지 확인 좀 계속해 보고,
상대가 짜증 낸다 그럼 돈 제발 빼고.
넷째, 정하고 싶으면 이건 사기라고 생각하고 딱 30%만 먹고 나오던가.
사실 말려도 소용없기에 그냥 유화책으로 이거 사기라고 생각하고 정말 30%만 먹고 나오고 추가 투자 제발하지 마.
나한테 10배 먹을 수 있다고 설명해 봐야 내가 납득을 못해.
자본시장이 돌아가는 걸 아는데 연금술사도 아니고 10배가 갑자기 왜 되겠어.
차라리 '저는 천부적으로 운이 좋은 사람이니 나에게 투자해 주세요' 하면,
난 오히려 호기심에 투자할 수도 있다.
그런데 나한테 금융기법 설명하면서 투자하라면 안 한다.
결론적으로,
내 친척 중에 위의 얘기 다 무시하고 돈 1000만 원씩 뭔 이상한 코인으로 하는 사업에 3명이서 들어갔다가 깡통 찼지 뭐.
실제로 한 30%, 50% 이익 구간들이 있었던 거 같아서 그냥 그거라도 먹고 나오라 했는데,
5배 간다 10배 간다며 버티고,
20% 손실 나니까 본전 아까워서 버티고,
결국 99% 손실까지 주르륵.
그나마 '파생상품!'은 아니라서 원금 초과 손실 없는 걸로 안도해야지 뭐.
마지막으로,
방송인 사유리의 멘트를 인용하자면,
'아무리 말 잘하는 사기꾼이라도 욕심 없는 사람을 속일 수 없다'
사람이 욕심이 또 너무 없으면 안 되니,
금융 지식을 쌓아야 '현실적인 욕심'을 가질 수 있다.
게임 롤로 예를 들면,
나 같은 아재는 롤 현실을 모르니,
'아재요, 6개월 만에 아재 실력을 챌린저급으로 트레이닝 시켜서 달성할 수 있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600백만 주이소'에 그런가? 하겠지.
롤 잘 아는 사람들은 완전 말도 안되는 소리인 걸 알거 아냐.
내가 저런 투자자들 얘기 들으면 이런 느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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